몸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문다. 정도에 따라서 후유증이 장애가 남기도 한다.
마음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글쎄 아무려나 아물 수 도 있겠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
상처가 난 곳에 계속 긁어대는 인간들이 종종 있다. 나도 그런 부류인 거 같다.
아주 어릴 적 동네 형이 내 옷을 벗기고 서로의 중요 부위를 장난삼아 만지작거린 게 생각이 난다. 유치원 시절 같이 다니던 한 동성 친구도 나를 자기 집에 데려다가 그런 짓을 했다. 이성 친구도 누나도 그런 유사한 행위를 했었다.
그런 행위들을 하면서 내가 느낀 건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 마음이 더 끌렸다는 거다.
내게 왜 그랬을까? 그 어린 인간들은...
그런 영향 때문이었는지 난 동성에게 자연스레 지극히 아주 자연스럽게 마음이 갔다.
자기위로행위를 시작했을 때도 난 이성이 아닌 동성을 생각하며 자기위로를 했다.
어릴 적 내가 경험한 자극적인 경험들은 상처였던 걸까? 그래서 그 상처를 잊지 못 하고
계속 긁어댔던 걸까? 나는 원래 동성애자가 아니었는데 상처라고 생각했던 그 짓거리들 때문에 난 동성애자가 된 걸까?
지금은 모르겠다. 누구들 말처럼 정말 동성애는 죄인건지? 치유 받고 회복 받을 수 있는 건지?
내가 하는 사랑에 확신이 없다. 나이가 들면 들 수 록 확신이 없다.
HIV 감염인이 되고 에이즈라는 낙인을 새긴 채로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값싼 동정의 대상이 되어 살아가는 지금의 난 이젠 아무 것도 확신하지 못 한다. 이젠 모르겠다. 동성애자로 살아가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
솔직히 지금 나는 동성애자의 삶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사랑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바꾸어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동성애자 게이로 살아간다 해도 나는 내가 하는 사랑에 확신이 없을 거 같다. 아픈 사랑만 있을 거 같아 살아가는 동안 무서울 거 같다.
왜 아픈 사람들만 유난히 이곳엔 많은 걸까?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왜 상처를 또 긁어댈까? 사랑이라고 말하면서 진짜 사랑은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다.
내가 알고 있는 사랑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안아주는 것이다. 몸도 마음도 아낌없이 서로에게 주는 것이다.
해가 지지 않는 밤 나 혼자 정처 없이 도착지 없는 길을 걷고 있다. 상처가 난 곳을 계속 긁어대며 말이다. 동성애자라는 상처를, 에이즈 감염인 이라는 상처를 계속 긁어대면서 말이다.
누군가 내 손을 묶어 주면 좋겠다. 더 이상 상처를 긁어대지 않도록...
누군가 내 상처를 감싸주면 좋겠다. 더 이상 내 아픈 사랑이 아프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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