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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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의 제 7회 정기공연은 '변화'를 주제로 3부로 나눠 진행되었습니다.

1부는 단원들의 이야기를 자작곡으로

2부는 어릴적 만화영화 주제곡으로

3부는 대중음악을 편곡한 것으로 채워졌었는데...

진정성이 묻어났던 1부가 저에겐 가장 좋았습니다.

 

랑의 의미를 담은 노래도 좋았고, 커밍아웃한 가족의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표현한 노래도 좋았고,

친구사이를 만나 삶에 긍정의 변화가 생겼다는 다소 홍보성 짙은(?) 노래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1부의 첫곡인 [나에게 가는 길]이 제 마음에 가장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노래의 가사중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너의 침묵의 끝은 어딘가?"

변화를 바라면서 너는 왜 미동 조차 하지 않냐고 하는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빚진 자 처럼 무거워지기도 합니다.

결국 변화의 주체는 "나"이어야만 하고, 그 시작도 "나"이어야만 한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됩니다.

세상이 다 변해도 내가 변하지 않으면 난 여전히 변하지 않은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일테니까 말입니다.

 

늘 공연에서 제게 가장 감동을 준 것은 한 단원의 이야기였습니다.

사춘기의 나이에 부모님께 커밍아웃을 하고도 성인이 될 때까지 수시로 커밍아웃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그의 일화가 들려질 때 객석에선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왠지 나는 눈물이 날 것만 같았습니다.

사연 속의 아버지께서 예정에 없던 사회자의 부름으로 무대에 올라오셨습니다.

간단한 인사정도만 하시고 자리로 돌아가실거라 생각했었는데 끝에는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우리 아들 애인 없습니다. 우리 아들 착합니다. 우리 아들 착한 것은 제가 보증합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당당하게 가족에게 커밍아웃하세요~"

 

성애자라면-누구라도- 아마도 그 순간 그 말을 듣고 부러움에 휩싸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 시간 이후의 모든 공연 순서는 제게 감동이고 기쁨이고 즐거움이 되었습니다.

여하튼 그 과정이 결코 쉽진 않겠지만 그런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면 "나도..."

그러나 커밍아웃의 결과가 달콤함만을 주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너무 잘알기에 여전히 커밍아웃은

제게 삶의 숙제로 남습니다.

  

으로도 감동을 주는 공연이 계속되겠지만 이번 7회 정기 공연은 그 동안의 공연중에서 개인적으로는 최고였습니다.

진솔하게 쓰여졌던 그 가사들 처럼 당신들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고, 당신들의 삶이 우리들의 삶으로 와닿는

공연이 멈추지 않길 바랍니다.

저는 당당한 삶이 무엇인지...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ㅎ

이렇게 멋진 공연을 보여준 지보이스 여러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제 공연장에서 느꼈던 생각들을 정리하고 마무리합니다.

지극히 사견입니다만...커밍아웃이 [변화]에 대한 그 모든 길의 출발선이라고는 생각하진 않습니다.

만약 커밍아웃만이 [변화]에 대한 모범답안이라면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수 많은

동성애자들의 삶의 가치를 획일적인 잣대로 낮추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당당한 삶을 살았느냐라고 묻거나 답하게 될 때 커밍아웃의 여부가  제겐 기준이 되진 않습니다.

아직 커밍아웃하지 못한 분들도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언젠가 커밍아웃하게 된다면 오늘의 이 공연이 영향을 줬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신

하마터면 공연을 못보고 돌아갈뻔했는데 공연을 무사히 볼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하나 더...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

공연 직후에 바로 피시방에 들러서 후기를 쓰다가 -아무래도 조금 생각을 정리하고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중간에 임시저장을 해 놓고 로그아웃을 한 것 같은데... 그냥 등록이 되어버렸나 봅니다. 다시 수정해서 올려요~ -_-;

조회수 19에 깜놀...ㅋ

낙타 2012-11-15 오후 19:42

단비님, 진심 어린 후기 감사드립니다.
아마 그 날 공연장에 계신 모든 분들도, 단비님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셨을거라 생각해요.
이런 작은 변화 하나하나들이 모여서 우리가 또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고
더 나아가 편견없이 모두가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길.
그렇게 되길 바라는게 모두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리고, 내년에도 꼭 다시 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좋은 하루 되세요 :)

damaged..? 2012-11-15 오후 20:18

반가웠어, 단비야. 매년 꼭 오고 이렇게 공연 전후에 응원글이랑 후기 올려줘서 더 고맙구 ^_^
커밍아웃이 가장 어렵고, 또 한 번 하고 나서도 평생 계속해야 되는 궁극의 행동이겠지만,
나 스스로한테, 그리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한테 당당하게 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가능하겠지.
암튼 세상 모든 꽃이 모양이나 색깔하고 상관 없이 똑같이 소중하고 아름답듯이
누구나 사랑 받고 귀하게 여겨져야 된다는 걸 잊지 않고 실천하면 될 것같아.
그런 만큼 성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약자, 소수자는 더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야 되고...! ^0^/

기로로 2012-11-15 오후 20:34

후기를 읽는 내내 저까지 가슴 뭉클해지네요. 특히 한 단원의 아버지가 하신 말씀을 보면서 공연장에 없었던 저인데도 코끝이 찡했습니다.

특히, 커밍아웃에 대한 생각을 써주신 걸 보며 제가 생각하고 있었지만 혼란스러웠던 부분을 콕 찝어 주신것 같아 크게 공감했어요. 저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ㅎ
안 해도 좋고~ 하면 더 좋은것 그게 커밍아웃이 아닐까 라는 생각...!

이렇게 좋은 후기 올려주셔서 감사드려요!!! ^^

단비 2012-11-15 오후 22:04

혹시라도 커밍아웃에 대한 제 생각이 친구사이에 반反하는 것이 아닐까 글을 쓰면서
고민했었는데 불편하게 읽히지 않은 것 같아 일단 안심입니다.. 휴....ㅎ;

낙타님~
아직 용기내지 못함을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편견없는 그 세상이 그냥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잘압니다.
하여 친구사이의 노고에 무한감사드립니다.
좋은 음악, 좋은 사람... 좋은 예감... 오늘 하루는 더 특별히 좋은 일 가득하길 바랍니다~^-^

damaged..?
형하고의 인연은 참 남달랐던 것 같아요.
여전히 마음 따뜻한 시선으로 늘 편하게 아무렇지 않은 듯 대해주셔서 어찌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형은 세상에 둘도 없는 차칸 남자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ㅎ;
깊어가는 가을, 오늘도 행복하세요~ ^-^

기로로님~
제게 있어 [변화]란 "제자리를 찾아 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됩니다.
즉, 세상은 현재 왜곡되고 굴곡되어서 제자리에 벗어난 상태라고 인식하고 있는 저로서는
편견없고 차별없는 원래의 세상으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변화]라고 정의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커밍아웃은 제자리를 찾는 다양한 경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커밍아웃을 하고 타인에게 이해와 배려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있는 편견과 차별을 먼저 인정하고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글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따스한 커피한잔 즐길 여유가 있는 행복한 오후 맞이하세요~ ^-^;

가람 2012-11-18 오전 00:40

어마낫 뒤늦게 후기 읽었네요~ 단비형 이렇게 진솔한 후기 올려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당~ ^^

최강이 2012-11-21 오전 08:01

정말 잘 읽었습니다. ^^ 오래 남을거 같아요..ㅎㅎ

단비 2012-11-23 오전 05:58

가람~
응원이 된다니 글 쓴 보람이 있네~ㅎㅎㅎ
날이 춥다~ 감기 조심, 남자 조심~ ^-^

최강이님~
좋은 마음으로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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