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10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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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보이스 정기공연 준비과정
샌더(소식지팀)
2012년 제7회 지_보이스 정기공연 <체인G>
- 지_보이스 단원 A의 공연 준비기!!
모처럼 학교도 회사도 쉬는 공휴일이지만, 오늘은 지_보이스 보충 연습이 있었기 때문에 점심이 지나자마자 종로3가를 찾아야했다. 사무실에는 이미 몇몇 단원들이 나와서 연습을 하고 있다. 해마다 정기공연이 가까운 무렵이면, 이렇게 개인적인 것들을 하나둘 양보해야한다. 몹시 피곤하지만 그래도 막상 종로에 나와 단원들 얼굴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제 밤이 될 때까지 나의 하루는 온전히 이 네모난 사무실 안에 맡겨지는 것이고, 당장 내일까지 해야 하는 일들을 떠올리면 초조한 마음이 다시 고개를 들지만. 집중해서 노래하고 연습하고, 단원들과 어울려 수다를 떨다보면 초조한 마음도 이내 자취를 감춘다. 그 현실을 뒤로하고, 이상하게도 무척 비현실적인 편안함이 찾아 오는 것이다.
어쨌든, 나도 곧 함께 자리에 앉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음악감독님과 단장님이 쉽게 설명하면서 지도를 해주시고, 가끔 단장님은 '내 얼굴처럼 예쁘게 불러달라'는 이상한 드립을 날리기도 한다. 그는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내가 워낙 노래에 자신이 없자 그가 말한다. '네가 이 세상에서 제일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라고. 그리고는 '눈을 감고 불러보라'는 요구를 한다. 눈을 감으면 지휘를 볼 수 없지만, 시키는대로 따라해본다. 온통 까맣고 내 목소리만 선명하다. 내 노래를 이렇게 마주하니 '세상에서 제일 노래를 잘한다'고 자기최면을 거는 일은 굉장히 비양심적인 일임을 깨닫게 된다. 어쨌든 연습은 계속 되고, 다시 한 번 단장님이 '내가 제일 예뻐' 드립을 날리자, 나는 무언가 배우게 된다. 아. 저 태도를 배워야 하는 거구나. 비록 내가 못생겼더라도 '내가 제일 예뻐'드립을 자신있게 날릴 수 있는 저 마음새를 가져야 하는거다.
몸을 쓰는 연습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다. 몸을 쓰는데도 활짝 웃는 다른 단원을 보면, 나는 따라가는 것 조차 벅찬데 저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여유로워 보일 수 있지..하고 생각한다. 물론, 악보를 다 외우고 안무도 다 외웠다면 여유롭겠지. 그런데 악보도 다 못외고 안무도 다 못외워 우왕좌왕하는 단장님이 눈에 들어온다. 저 사람은 그럼에도 뻔뻔스러울 정도로 도도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노래와 마찬가지로 안무도 자연스럽기 위해서는, 역시 '내가 제일 예쁘다'는 착각이 필요한가보다. 나도 그래서 춤을 추면서 실컷 웃는 표정을 지어보았다. 갑자기 내 모습이, 예뻐보인다. 너무 예쁘다… 그래, 뻥이다. 그저 웃는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그냥 그렇다. 그냥 못생긴채다. 그런데, 그래도 웃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보인다.
공연을 한 번, 두 번 하다보니 공연에 임하는 자세가 달라진다. 요령을 피우게 되고, 공연이 나에게 줄 벅찬 감동을 미리 예상하려 한다. 공연을 준비하다보면 피곤하고,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를 하면 덩달아 멈추고 싶다. '이번 공연은 유독 힘들구나'하는 푸념을 반복하니, 어쩌면 정말로 해마다 힘들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꼭 한 번은 공연 준비 중에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끔찍하게 가라앉을 때가 있고, 그런 시간을 경험하는 것도 별로 유쾌하지는 않다. 그렇게 계절이 변하는 가운데 어느덧 정기공연 날이 돌아온다.
이번 지_보이스 정기공연의 주요 키워드는 '변화'다. 나는 지_보이스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무엇이 변했을까. 이번 정기공연이 지나면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찾아오는 것일까. 이미 변화는 진행중이고, 어떤 변화는 아직 예상할 수 없다. 나는 지_보이스와 함께한 많은 경험을 통해 예술적 삶의 실천을 배웠고, 힘들다고 투정부리고, 나와 맞지 않는다고 성냈던 것 이상의 보상을 경험했다. 그냥 단순히 생각해도, 내가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통해, '나는 게이다. 그리고 제일 예쁘다'라는 마음새를 뽐내게 될 줄을 그 누가 알았겠느냔 말이다.
지_보이스는 썩 훌륭하게 노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모양새가 성에 찰 만큼 만족스럽지 않을지도 모른다. 내가 바라는 분명한 것은, 이 착각에 빠진 게이들이 준비한 합창 공연을 보고 난 뒤에 뜨거운 박수를 쳐 줄 당신의 모습이고, 이 공연을 통해 변하게 될 당신의 삶이다. 당신과 내가 같은 순간 같은 공간에서 같은 변화를 감지하는 것이다.
이 기사는 2012년 지_보이스 정기공연을 준비하며, 공연에 직접 참여하는 지_보이스 단원들과 객원단원들이 돌아가며 작성하는 6번째 릴레이 일기이다. 지_보이스 정기공연 <체인G> 블로그에 방문하면 또 다른 일기들과 함께, 정기공연에 관한 다른 정보들도 확인할 수 있다.
블로그링크 => http://gaychorus.blog.me
2012년 제7회 지_보이스 정기공연 <체인G>
날짜 :: 11월10일 토요일 오후 4시 / 저녁 7시 30분 (2회 공연)
장소 :: 서울아트시네마 (종로3가역)
*본 공연은 무료 공연이며 선착순 입장입니다.
*공연에 관한 문의 사항은 이메일 chingu@chingusai.net 이나, 전화 02-745-7942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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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어렵고 책도 두꺼워서 접하긴 어렵지만, 법이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니 늘 아쉽더군요.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