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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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치즈코,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나일등 옮김, 은행나무 펴냄, 2012)
가람
성차별과 동성애차별
성차별과 동성애에 대한 차별은 깊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이성애주의적 남성 지배의 시각에서, 남성 동성애는 여성을 소유하고 지배하는 남성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음경을 몸으로 받아들이는 일로서 혐오와 배제, 징벌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여성 동성애는 남성 소유인 여성을 감히 여성이 차지하려는 일이자 남근 없는 성적 관계로서 완성되지 못한 것이므로 남성의 개입이 필요한 일이 됩니다.
남성 지배와 이성애 중심성을 넘어
남성 지배 사회에서의 여성혐오와 동성애혐오는 상당 부분이 겹치기도 합니다. 우에노 치즈코의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는 여성 배제와 동성애 혐오를 통해 남성 사이의 동성 사회가 구성되고 유지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내용은 퀴어이론가 이브 세지윅의 이론틀을 빌어온 것으로, 저자는 일본 사회를 중심으로 여성혐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남성에게는 여성 멸시, 여성에게는 자기혐오'라는 여성혐오의 현실을 분석하면서, 이것이 어떻게 현재의 남성 중심, 이성애 중심적인 사회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그리고 이 속에서 드러나는 남성 지배와 '남성성'의 실체가 얼마나 강고하면서도 허술하고 찌질한 것인지, 여성혐오를 통해 오히려 어떤 사회적 변화의 흐름과 가능성을 감지하고 만들 수 있을지, 여성혐오와 남성 지배를 넘어설 가능성은 어떠한지에 대해 알기 쉽게,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이야기합니다.
여성과 게이의 '자기혐오'
여성이 가지는 여성혐오가 자기혐오를 의미한다는 것은 게이가 가지는 여성혐오가 자기혐오로 이어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지배적 남성성에서 벗어난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게이가 끼스러운 게이를 배제하면서 오히려 여성혐오와 동성애혐오를 유지시키고 재생산하는 하는 것은 아닌지, 우에노 치즈코가 말하는 '예외 전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깊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러한 여성혐오를 그저 나에게는 없는 것이라면서 추방하기보다는, 우리 안의 자기혐오를 직면하면서 그것과 싸움으로써 이를 넘어서려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이 책은 던집니다.
일본의 사례가 많아 바로 이해가 가지는 않다는 단점이 있지만, 일본 사회와 한국 사회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오히려 놀라면서 우리 사회를 바라볼 수 있고, 무엇보다 잡지에 연재되었던 글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쉽고 빠르게 읽힌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이제 시작되는 가을, <여성혐오를 혐오한다>라는 이 붉은 표지의 책이 이 계절에 어울린다는 생각입니다.
damaged..?
말도 어렵고 책도 두꺼워서 접하긴 어렵지만, 법이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니 늘 아쉽더군요.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