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9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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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고있나, 1997
라떼
어느샌가 우리 세대에겐 '복고'가 되어버린 90년대.
요즘 친구사이에 처음 나온 동생들과 어릴 적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그런데 동생들은 가요톱텐에서 댄스곡이 아닌 중절모를 쓴 김정수가 부른 '당신'이 1위를 차지하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내가 그나마 아날로그적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쯤에 태어난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최근 불륜과 이혼, 배신이 넘쳐나고 내 주변엔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대기업 후계자가 등장하는 드라마 속에서, 우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드라마가 인기몰이 중이다. 바로 <응답하라 1997>이다.
줄거리를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 것은 별로일 것 같다. 대신 링크를 남겨둔다.
감상포인트 1. 그 시절, 나의 오빠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 중에 학창시절 아이돌 가수의 열혈팬이 아니었던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1997년은 아니지만 중학교시절 god의 열혈 빠순이였다. 드라마 속에서 시원이 HOT 전화 사서함이나 브로마이드, 사진 수집하는 모습을 보면 예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느낀다. 군것질할 돈 아껴 일주일에 3~4일은 레코드 가게에 들러 장당 300원하는 사진을 사 모아 앨범 개를 가득 채울 정도였으니. 게다가 가장 공감이 가는 것은 그들의 새 앨범이 나오는 날! '마이마이' 세대라 테이프를 구매하기 위해 앨범 발매일에는 수업 끝나길 기다렸다가 몇날 며칠을 그 앨범만 듣고 다녔다. 나는 아직도 가을에 god 5집이 나오던 날 레코드 가게 풍경이 잊히질 않는다.
감상포인트 2. 그 시절, 나의 짝사랑
내 눈에 들어오는 건 주인공 성시원을 둘러싼 이성애자들의 삼각관계가 아니다. 요즘 대세라는 인피니트의 '호야'가 맡은 준희의 짝사랑이다. 준희는 친한 친구 윤제를 좋아하고 있다. 얼마 전 준희가 윤제에게 고백하는 장면은 윤제에겐 그저 장난처럼 웃고 넘어가는 일이었지만, 그 장면을 지켜보는 나에게는 가슴이 저릿한 무언가가 있었다. 학창시절 가장 가까운 친구에 대한 호감. 굳이 그것을 사랑이라고 이름붙여 본 적은 없지만, 지나고 보니 나에겐 모두 다 짝사랑이었다.
가슴을 울리는 90년대 가요들과 다마고치, 삐삐, 천리안/하이텔까지 응답하라 1997에는 우리들의 벅찬 90년대가 있다. 우리들의 복고와 만나고 싶다면, 이 드라마에 지금바로 응답해보시라!
드라마 속 동성애에 대한 질문에 연출자의 대답이 인상 깊어 그의 대답으로 글을 마치려 한다. "시청자 게시판에서 약간 폭력적 의미로 리플이 달리곤 하는데, 나도 정확히 이반들의 모습을 아는 건 아니지만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이거 잘못 다루면 욕먹어!'라는 말도 들었다. 하지만 동성애라는 걸 본질적으로 따지고 사회적 관점에서 뭘 해석하고.. 이런 말을 하려는 게 아니었다. 그냥 단순하다. 강준희가 윤윤제를 좋아한다고 하고 싶었다. 그런 감정에 지금보다 더욱 엄격했던 시절이면 더 힘들지 않았을까. 용인이 더 안되는 시대였으니까 더 가슴 아픈 짝사랑 얘기가 됐다. 시시콜콜한 논리적인 얘기, 편협한 관점,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깬다던지 이런 것 전부 다 아니다. 단지 '좋아한다' 하나만 하고 싶었다. 그럼 어려울 게 없으니까"
damaged..?
말도 어렵고 책도 두꺼워서 접하긴 어렵지만, 법이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치니 늘 아쉽더군요.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