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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침해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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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2010-06-03 04:03:19
+1 760
정말 사랑하는 친구가 있어요
그저 같이 살아 숨쉰다는 자체만으로도 기분 좋은 친구입니다
뭐든지 다해주고 싶고 목숨까지 내줄 수 있을 정도로 좋아합니다
고1부터 지금까지 거의 일년반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생각했습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안것도 그 친구때문이고 첫사랑이기에 더욱 소중했습니다
첫사랑이 동성이기에 힘들기도 했지만 그 친구를 사랑한것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그만큼 좋아합니다

제가 그 친구에게 커밍아웃하고 싶지 않다하면 거짓이겠죠
근데 하지않을겁니다
그걸 듣고 충격받거나 괜히 나때문에 힘들어질 그 친구 생각하면 저도 아픕니다

그래서...
친구로라도 지내고싶습니다
졸업하면 끝인 사이가 아니라 연락하고 지낼 정도로 친해지고 싶습니다
근데 그게 쉽지않습니다
그 친구를 사랑하는 감정때문도 같습니다만 제 성격도 문제가 있는것 같아요
내성적이고 늘 혼자 생각하고 나는 늘 혼자고 누군가 나를 흉보고 있는것 같은 일종의 피해의식(?)같은 것도 있어요

성격이 나쁜건 아닙니다 들어보면 모두들 저보고 착하다고는 해도 저는 왜그런지 몰라도 주변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까 늘 생각하고 생각하고 하다보니 내 스스로 자신을 비하하게되고 그러다보니 낯가림같은것도 심해서 친구사귀기가 많이 힘듭니다

차라리 그 친구를 모른척 할까 생각도 했지만 나 자신만 비참해져 삶의 이유를 잃을것같아 두려워서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친구로라도 지내고 싶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그런 베프정도는 과한 욕심이겠지만 서로 많이 친하다고는 말할 수 있을 정도로는 관계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제 성격 고칠 방안과 친구들과 쉽게 어울리고 친해지는 법 알려주세요 그 친구는 너무나 사랑하기에 친해지기가 더욱 어려운것 같아요 일년 반동안 겨우 살짝 장난치는 정도까지 만들었습니다
고2나 되서 이러고 있는거 유치한거 같아도 제겐 소중한 문제이기에 남겨봅니다


박재경 2010-06-04 오전 04:08

안녕하세요 사슴님 반갑습니다
본인의 고민을 용기있게 고백하신 점에 대해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질문자님의 주된 고민은 타인과의 관계로 생각되어지며, 본인에게 갈등 및 내적고민들을
타인과의 관계로 회피하고, 반사시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이런 저변에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해 사회적 편견이나 왜곡된 시선을 그대로 내부로 받아들여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되어집니다
현재 마음의 상태와 고민을 해결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사슴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더 자아를 찾고 확립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기에는 친구들이 인생에서 자신의 모든 것으로, 어쩌면 가족보다 더 절실히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는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들도 마찬가지 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회화 과정을 통해서 타인과 자신과의 관계 설정을 해나가는 일종의 연습같은
것 일 것입니다 사슴님에게는 시간적 여유가 많습니다 지금이 자신의 삶의 완성되고
확립된 모습이 아닙니다 본인이 공부 뿐 만 아니라 모든면에서 삶을 배워나가는 과정이라고 마음의 여유를 두는 지혜가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사슴님이 미성숙하다고 비난 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슴님의 바라는 자아의 상을 가족, 친구, 사회등을 떠난 순전히 본인의 시선으로
고민하고 성찰하면서 자신이 진정으로 삶에서 원하는 모습을 찾도록 노력하면
어떨까요? 타인과의 관계는 어떤 면에서는 나를 확장시키는 과정입니다
(물론 방법면에서는 다양하겠지만) 따라서 자기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타인과의
관계는 억지스러워질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자기 내면의 고민에 대해 물러서지 말고 직접 노력보고 스스로 대화와 사색을
하십시요 우리속에는 아름다고 좋은 것도 있지만, 공개하기 싫은것, 추한것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전부 우리 자신이며, 좋은 것 만 가지고 자신의 존재를 인식한다면 그사람은 합리적인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자신속에 나약하고 모자란 모습, 알려지기를 꺼려하는 성 정체성 까지도 사랑하고 긍정하십시요 자신에게 완벽하게 보이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사실은 사슴님처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 늘 고민하고 상처받고 내색하기 싫어 하고 그런답니다
즉 사슴님과 같은 마음의 짐은 누구나 있는 거라는 겁니다 하지만 자신을 인정하는데
주저하는 사람은 그 짐이 무거울 것이고 자신을 긍정적으로 인식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그 짐이 가벼울 뿐입니다
또한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마십시요 우리는 모두 사소한 것부터 중요한 것 까지
일생을 다른 대상으로부터 배워 나가면서 살아갑니다 실수를 두려워 하면 성취할 수
있는 것도 없답니다 다만 실수는 하더라도 타인들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겠죠

긴 얘기 입니다만, 사슴님이 고민하는 것이 본인에게는 모두 타인들에 대한 것이지만
그 고민의 본질은 자기 자신이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노력하는 과정속에
서 그 고민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면의 소리에 진실로 원하는 것이 타인인지? 자신의 행복한 삶인지? 귀를 잘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충분한 이해가 되지 않으시고 고민이 있으실때는 언제든지
이 곳에 들러 주십시요
친구사이는 성소수자들에게 안전하고 환영받는 공간입니다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