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살고 있는 30대의 게이입니다.
20대부터 내 자신이 동성애자인지 고민을 하며 심하게 맘고생을 하다가 인정을 했었습니다.
3번정도 파트너를 만나봤고 그 중 한 파트너와는 2년정도 동거도 했었습니다.
이별을 겪고, 1년정도 솔로로 지내다가 3달 전쯤 그를 만났습니다.
웃는 모습이 너무나 매력적인 사람이었죠.
회사에 새로 들어온 신입사원이었는데 관심사가 비슷해서 술도 한잔씩 하면서 친해졌습니다.
2달 전쯤인가 둘이 술을 마시면서 차별금지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자연스럽게 동성애애 대한 이야기를 하게되었고 상당히 호의적인 그의 반응에 술김에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예상외의 놀라운 반응이었는데 그는 지금 고민중이라고 하더군요
어렴풋이 느끼고 있지만 인정하기가 쉽지가 않다면서 힘들다고 말을 했습니다.
제 경험들을 이야기 해주고 그뒤로 술차리도 수시로 가지면서 더욱 가까워 졌습니다.
조금씩 그사람을 향해서 감정이 커지기 시작했고... 관계는 잘 발전하는 듯 싶었습니다...
뭐.. 간단한 스킨쉽은 무리없이 했고.. 키스도 했으니까요...
그러다 어느날 잔뜩 취해서 전화해서는 그만두자는 겁니다.
너무 힘들다고 속이고 싶지도 않고... 그러면서 사표까지 쓰겠다고 하더군요..
너무나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 어떻게든 붙잡았습니다.
이야기를 해보자고 도대체 뭣때문에 그러냐고....
그는 자신이 트랜스젠더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처음엔 여자가 되고싶다는 말인 줄 알고... 같이 고민해 보자고 이야기 했는데..
하리수 반대쪽 이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하리수씨 같은 사람이 MTF고.. 여자에서 남자가 FTM이라고.. (맞나요?)
그니까 그의 이야기는 자신이 FTM이라는 거였는데..
아직 수술은 전부다 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저는 정말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제눈에 그는 정말 남성이고 그를 좀더 이해하고 같이 해나가고 싶습니다.
그사람만 괜찮다면 외국이라도 나가서 같이 미래를 만들며 살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그는 너무 힘든 모양입니다.
벌써 일주일째 연락이 되지 않네요
회사도 나오지않고.. 정말 너무나 걱정되고 ......... 보고싶습니다....
제가 그를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요..
도와주세요.. 밥도 못먹겠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FTM 게이(혹은 MTF 레즈비언)는 많은 고민을 안고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본인이 트랜스젠더임을 인정하는것도 쉽지 않았을텐데, 거기에다 게이임을 인정하는 일은 더더욱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울바람님께서도 게이임을 인정하는데 시간이 걸리셨다니 그 마음은 아시리라 생각됩니다.)
한국사회에서 FTM이 일반 남성으로 인정받기는 쉬운일이 아닙니다. 호르몬투여를 일정정도 진행한 후 외관상으로는 일반 남성으로 보이더라도, 신분증을 밝히는 일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합니다. 거기에서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을때는 개인적으로는 '내가 혹시 여성으로 이 남성을 사랑하는게 아닐까'라고 하는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재의심을 품을 수 있을것이고, 사회적으로 '네가 남성을 사랑한다면 굳이 남성으로 수술을 할 필요가 있느냐. 여성으로 살면 되는게 아니냐'라고 하는 이야기도 들으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한 사람과 관계를 맺어가다보면 육체적인 것도 걸릴 수 있을텐데요. 사랑하는 사이라면 당연히 섹스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슴수술을 하지 않은경우) 이사람이 내 가슴을 봤을때 혹은 만졌을때 내 신체가 여성임을 알고 싫어하거나 거부하지 않을까 / (탑인 경우) 내가 남성의 성기가 없는데 이사람을 만족시켜줄 수 있을까, 섹스를 할 수 있을까.라는 등의 고민도 함께 하게 될 것입니다.
FTM의 경우, 호르몬 수술, 가슴제거수술, 자궁제거수술 그리고 성기재건수술등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중에 성기 재건 수술 같은 경우는 비싼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수술의 위험성과 경과가 좋지 않음등을 수반하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고민을 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파트너의 이러한 인생의 과정들을 함께 고민하고 파트너의 선택을 지지해주는것도 여울바람님이 해주셔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연애의 관계에 있음에서도 파트너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분의 성정체성에 대해 주위 게이커뮤니티에 숨겨주시는 것도 필요하실꺼구요.
제가 너무 우울하고 걱정되는 부분만 나열한게 아닌가 싶네요. 지금 여울바람님께서 해주실 수 있는건, 그분을 (신체의 성과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 사랑함을 알려주시는것. 그리고 그분의 성정체성을 긍정해주시는 일일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뒤에서 든든하게 바라봐주세요. 정체성이라고 하는 부분은 주위의 지지와 긍정도 중요하지만, 스스로가 자신을 인정하고 긍정하는것 또한 중요한거잖아요.
FTM의 파트너가 된다는 것은 일반 동성파트너를 사귀는 것보다 조금 더 큰 고민을 가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울바람님과 그분이 서로 사랑하신다면 뭐가 문제일까요. 상대편의 신체가 어떠하든 그 사람을 그 자체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울바람님의 변하지 않는 마음이 있다면, 그분께서도 여울바람님과 함께 할 용기를 가질 수 있으실꺼예요.
조금 장황하고 두서없는 답변이네요...두분 꼭 따뜻한 손 잡고 함께 나아가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