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글을 올려서 죄송합니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차수진 작가입니다. 저희가 동성부부사례를 찾고 있어서 귀 싸이트의 도움을 받고 싶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저희 팀에서는 지금 ‘가족의 다양성’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제작중입니다. 한부모가정, 입양가정, 이웃집 부모님을 친부모처럼 모시고 사는 가정, 공동체 가정과 같이 혈연관계가 없거나 혹은 혈연관계가 있더라도 사회통념상 뭔가 문제가 있다는 편견어린 시선을 받아온 가족 등 다양한 가족들을 취재할 것입니다.
어느 가족들이 다투기도 하고 위로도 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저희 프로그램을 보는 시청자들이 ‘꼭 가족이란 혈연관계가 있어야 하는 것일까?’‘전통적인 가족의 모습이 아니면 가족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인가?’혹은 ‘가족은 무엇일까? 정말 행복한 가족으로 살아가기 위한 조건이 뭘까?’라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희가 찾는 동성 가정 사례는 물리적인 어려움은 있다 하더라도, 가족으로서의 지지, 서로 부족한 점을 메꾸며 살아가는 애정의 면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없는 하나의 가정으로 꾸려가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거나, 그런 노력의 결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계신 집입니다. 혹시 회원님들 중, 가정에서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이런 노력을 하고 계시거나, 이런 회원님들끼리 같이 모여 살면서 빈자리를 메우기 위한 시도를 하고 계신분이 계시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긍정적으로 방송한다고 말은 해도 전체 프로그램이 어둡지 않겠냐구요? 어디로 연락을 하나 그런 얘길 진짜 많이 듣습니다 ^^;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절대 아닙니다. 저희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시사 프로그램이고, 저희 제작진 역시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시사프로그램의 기본적인 의무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의 작은 부분을 바꾸어 나가려는 방법이 반드시 고발이나 직설적 주장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저희 프로그램은 가끔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 그 자체만으로도 문제를 공감하고 새로운 시선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혹시 아직도 믿기 힘드시다면, 저희 홈페이지에서 최근 방송리스트를 한번 봐주세요. 여전히 고발성향의 프로그램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에서 성격이 좀 다른 프로그램들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겁니다. 특히 작년 11월에 방송된 ‘서번트, 축복받은 천재들의 초대’ 는 지금 가족의 다양성에 대한 프로그램을 함께 제작중인 강범석 피디가 만든 프로그램입니다.
서번트, 축복받은 천재들의 초대(2005년 11월 19일)
** 서번트 신드롬
자폐아나 정신지체아들의 경우, 일반사람들은 흉내도 못 낼 정도의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는 경우가 있다. 심한 자폐지만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어 한번 들은 음악을 악보 없이 곧바로 연주한다거나, 영화 ‘레인맨’의 주인공처럼 뛰어난 기억력과 계산능력을 보이는 경우를 말한다. 혹은 영화 ‘말아톤’의 주인공처럼 운동에 특별한 소질을 보이기도 하고, 뛰어난 미술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교류를 싫어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지내는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지만, 특정분야에서는 천재성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이상천재’, 또는 ‘바보천재’라고 부르기도 한다.
** 축복받은 천재들
우리가 만난 22살의 은성호군. 심한 자폐를 가진 그는 어머니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수백 번을 반복적으로 가르쳐서야 겨우 옷을 혼자 입고, 밥을 혼자 먹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도 가르친 적이 없는 피아노를 어느 순간 치기 시작했고, 이제는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곡이든 자유자재로 조를 바꿔서 치기도 한다. 그의 이런 능력은 어디서 온 것일까? 23살의 오유진군도 어려서 혼자 피아노를 시작하더니 이제는 작곡을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자폐를 가지고 있지만 비장애인들과 경쟁해 당당히 대학에 진학했고, 현재 작곡을 전공하고 있는 음악도이다. 자폐아들은 상대방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하기 때문에 창작활동이 불가능하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유진군은 자신의 세계를 뛰어넘어 지도교수가 놀랄 정도의 작곡능력을 보여주어 있는 것이다.
** 서번트의 놀라운 능력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런 ‘서번트 신드롬’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지만, 뇌의 좌반구에 손상을 입을 경우 이를 보상하기 위해 뇌의 우반구에 특수한 재능이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뇌의 우반구는 공간지각 능력이 뛰어나 예술 활동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반면, 좌반구는 언어, 논리, 추리적 능력에 능숙한 것으로 여겨진다. 자폐를 가지고 있는 사람 10명중 1명, 뇌에 손상을 입거나 정신박약인 사람 2000명중 1명꼴로 서번트 신드롬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정확한 통계도 없는 실정이다.
** 특별한 천재를 자라게 하는 힘
우리는 흔히 자폐아나 정신지체아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들은 제대로 된 교육의 기회조차 받지 못하고 있고, 설령 재능이 있다 하더라도 그 재능을 펼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바보 천재’라고 불리는 특별한 천재들을 만나서 그들의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고, 그들이 이 사회에서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 아이템을 처음 시작할 당시, ‘문제제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실체를 파헤치는 것도 아닌데... 그걸로 시사프로그램이 되겠냐’는 우려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장애아들의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장애아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고 믿었던 제작진의 믿음이 이 프로그램을 끝까지 추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도 마찬가집니다. 여러 가정의 구성원들이 가족으로서 서로의 버팀목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만 있다면, 우리 사회가 ‘가족’이라는 것에 대한 조금 열린 생각으로 다른 가족들을 편견없이 바라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죠. 저희는 세상 사람들의 생각을 단번에 바꿀 수 있다는 오만도, 그런 큰 욕심도 없습니다. 변화는 저희 뿐 아니라 사회 곳곳의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시도가 반복되면서 조금씩 일어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런 어떠한 시도도 여러분의 도움 없이 저희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이번 방송을 통해 그 어떤 가족도 차별받거나 눈총받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족으로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점이 있거나, 도와주실 의사가 있으시다면 운영자님과 통화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차수진 작가구요... 연락처는 02-2113-5500이나 011-376-8025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