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는 게이를 주류로 받아들일까  




지난 2006년 영화관계자들은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작으로 하나 같이 ‘브로크 백 마운틴’을 점찍었다. 그러나 결과는 탈락, ‘브로크 백 마운틴’은 감독상, 각본상, 음악상을 받았지만 ‘아카데미상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작품상은 영화 ‘크래쉬’에 돌아갔다. 이후 보수적인 아카데미상이 ‘동성애’라는 자극적인 소재의 영화를 할리우드의 주류로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제기됐고, 미국 영화계는 이 문제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오는 22일 제 81회 아카데미상을 앞두고 숀 펜 주연의 영화 ‘밀크’가 작품상을 비롯 감독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등 총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이 같은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과연 이번에는 아카데미의 최고상을 게이 영화에 줄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밀크’는 1970년대 샌프란시스코 시의원 하비 밀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로, 뉴욕 출신의 유대인 하비 밀크가 동성애 연인 스콧 스미스와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동성애자의 인권을 위해 싸우고 그들의 지지로 시의원에 당선되지만 미국의 보수적인 정치인과 대립하다 결국 암살 당한다는 내용이다. 1984년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비 밀크의 시대(The Times of Harvey Milk)’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기도 했으며, 수년 전부터 ‘엑스맨’ ‘슈퍼맨 리턴즈’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 ‘아이다호’의 구스 반 산트 감독 등 다수의 게이 감독들이 영화화할 계획을 밝혀왔다.

일단 게이 커뮤니티에서는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성애자 명예 훼손에 대항하는 게이와 레즈비언 동맹’의 닐 줄리아노 대표는 “3년 전에 ‘브로크 백 마운틴’ 사건이 남긴 건설적인 교훈이 있기 때문에 ‘밀크’의 수상 가능성이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심사위원단은 솔직하게 가장 뛰어난 작품에 투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로크 백 마운틴’이 카우보이에 대한 전통적인 관념을 뒤집어 엎으면서 보수주의자들을 분노케 한 데에 반해 ‘밀크’는 덜 자극적이라는 점도 수상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한 몫 하고 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의 래리 그로스 교수는 “‘밀크’는 성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한 일종의 전기 영화”라고 설명했다. 또, “이성애자인 배우들이 극중에서 동성애자 역할을 연기했다는 사실은 분명 논란의 소지가 있다”며 “왜 동성애자 배우들이 커밍아웃하지 못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줄리아노 대표는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게이 문화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있다”며 “숀 펜과 같은 특급 배우가 출연했다는 점도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김소민 기자/som@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