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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애기, 자발적 검사로 이어져야
[메디컬투데이 조고은 기자]


여전히 '현대판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에이즈는 전염력이나 사망률에서 분명 흑사병과 다르지만,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인구가 앓고 있고 치료법이 마땅치 않다는 면에서 여전히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대표적인 질환으로 꼽힌다.

특히 유독 에이즈가 무서운 질환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바로 사람들의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흑사병이 병 그 자체로 고통 받고 사망했다면 에이즈는 오히려 병의 증상이나 단기간의 사망보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해 스스로 생명을 끊는 '자살'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의학이 발달하면서 에이즈는 감염사실을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 완치되지는 되지 않더라도 고혈압처럼 관리 가능한 질환임에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는 그들의 숨을 조르며 '질환'이 아닌 '자살'로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 에이즈, 만성질환 되어 가나

에이즈 바이러스(HIV)에 감염된 환자에게서 유발되는 에이즈는 감염 3~6주 후 감기 몸살 같은 증상이 1~2주 나타나다가 회복되고 이후 10여년간 증상이 없는 잠복기가 지속된다.

그리고 그 동안 바이러스가 감염자의 면역 세포를 파괴해 계속 증식하면서 결국 면역 기능의 손상을 불러와 잠복기 말기에는 에이즈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백경란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에이즈 바이러스는 9개의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는 작은 바이러스로 백혈구 속으로 들어가 자신이 가지고 온 역전트란스크립타제(RT)라는 효소를 이용해 자신의 유전 물질인 RNA를 DNA로 바꾼 후 숙주 세포의 염색체에 접합시켜, 감염된 백혈구를 에이즈 바이러스 증식 공장으로 탈바꿈시킨다"고 설명했다.

현재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치료제는 9가지로, 1987년 글락소 웰컴 사가 처음 개발해 사용하고 있는 AZT와 ddI(1991), ddC(1992), d4T(1994), 3TC(1995), 네비라핀(1996) 등 6가지 치료제는 역전 트란스크립타제(RT) 억제제 등이며 나머지 3가지는 최근에 개발돼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사키나비르(1995), 인디나비르(1996), 리토나비르(1996) 등은 프로테아제 억제제다.

백경란 교수는 "이들 치료제는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별 효과가 없으나 AZT, 3TC 등 두 종의 역전 트란스크립타제(RT) 억제제와 하나의 프로테아제 억제제를 복합 처방할 경우 혈중 바이러스 수준이 격감해 거의 검출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바이러스 생성을 억제한다"며 "새로운 치료법은 에이즈 바이러스의 최적 증식 장소인 림프 조직에까지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보이고 있어, 환자의 체중, 기력, 면역 기능이 회복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과 프랑스 등 보건 당국은 에이즈 환자의 사망률이 1998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새로운 복합 치료제 덕분으로 풀이하고 있다. 다만 일명 '칵테일 요법'으로 불리는 복합 처방을 받은 모든 환자의 병세가 다 호전되는 것은 아니며 각종 부작용을 보여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는 환자의 경우도 있다.

백 교수는 "현 상태에서 전문가들은 혈중 바이러스의 수준이 낮고 유전학적으로 동일한 감염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에이즈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믿고 있으며 더 나은 치료법을 위해 약효가 훨씬 강하며 독성이 적은 새로운 계통의 치료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의학이 발달하면서 에이즈 치료제도 함께 발전해 현재 대부분의 에이즈 환자는 지속적인 관리와 치료만 수반된다면 완치 대신 삶의 연장을 할 수 있게 됐다.

강문원 강남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든 에이즈 환자는 아니나 대부분의 에이즈 환자는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지속적인 검사를 한다면 일반적으로 삶의 연장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 에이즈 환자, 병보다 무서운 건 '편견'

꾸준한 관리로 삶의 기간은 늘어났고 많은 연구들이 시행되고 있으나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무엇보다 에이즈로 인해 취약해지는 질환의 노출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바로 '편견'. 이로 인한 에이즈 환자들의 사회 활동 제약과 자살 등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국제에이즈치료의사협회가 최근 전세계 18개국 3000여명의 HIV 양성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ATLIS'(AIDS Treatment for Life International Survey)결과 'HIV 양성 환자들은 자신의 HIV 보유 상태가 공개되는 것 즉, '사회적 낙인'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05년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조병희 연구팀의 우리 사회 에이즈 인식 조사에 따르면 '에이즈 환자를 격리시켜야 한다'고 답한 사람이 한국은 10명 중 4명 이상이었던 것으로 조사된 반면 벨기에의 경우 1993년 조사에서 4.7%, 프랑스는 1992년 조사에서 5.6%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우리 사회 HIV/AIDS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정적이고 유럽에 비해 감염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의 2005년 연구용역보고서 'HIV 감염인 및 AIDS 환자 인권상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HIV 감염인의 주요 사망 원인 중 하나는 바로 자살이며 감염인의 자살률은 국민 전체의 자살률 보다 무려 10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 보고서에서 HIV 감염인 총 2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현재 무직 상태가 전체의 44.0%(111명)이었으며 그 중 62명은 일자리를 구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255명)들은 감염인의 인권보호를 위해 가장 시급히 강구돼야 할 정부 정책으로 생활보조금 지원 확대(19.4%, 49명), 진료비 지원 범위 확대(15.1.%, 38명)보다 오히려 'HIV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위한 대국민 교육홍보'(34.5%, 87명)를 가장 절실히 원하는 것으로 조사돼 이들이 체감하는 편견의 장벽이 그 어느 사항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 편견 없애기, 자발적 검사로 이어져야

HIV 감염인 및 AIDS 환자의 개인정보 노출을 막기 위해 에이즈감염인의 익명검진제도가 도입되는 등 이들의 인권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보건복지가족부는 '에이즈예방법'이 3월에 개정·공포됨에 따라 감염자 및 감염자 가족의 인권보장을 주 내용으로 하는 '에이즈예방법시행령및시행규칙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사회적 차별해소와 인권침해 개선을 위한 취지에 따라 감염인에 대한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고 검진의 활성화를 위한 '익명검진제도'가 도입되고 감염인 발견시 정보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적사항 대신 가검물번호로 보고토록 했다.

더불어 감염인과 성 접촉이 이뤄지지 않는 배우자 이외의 동거가족들은 검진대상자에서 제외해 가족의 인권을 보장하게 되고 감염인의 인권을 존중해 검진체계를 개선하고 시행령 전반에 걸쳐 용어를 순화토록 했다.

그렇지만 이런 정부의 노력에 못지않게 일반인들의 편견을 없애는 홍보도 중요할 뿐 아니라 특히 그 방법에 있어서 보완해야 할 점이 남아 있다.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관계자는 "홍보의 방향이 과거에는 콘돔 사용이 주가 됐으나 지금은 콘돔보다는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홍보전략으로 강화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단순한 편견 없애기를 넘어서 자발적 검사로 이어질 수 있는 동기부여에 대한 내용이 부족하다는 점"이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관계자는 "HIV 감염인 및 AIDS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찾을 때 의사가 기록을 확인하고 거부하는 경우까지 있다"며 "의사 치료 거부로 다른 병원을 전전하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홍보 예산 등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예산 부분에 있어서 금연광고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TV 공익광고 등을 해야 하는데 예산이 한정돼 있어 어려움이 있다"며 "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인식은 있지만 이성하고 감성하고는 차이가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홍보 등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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