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코드가 있어야 뜬다!

최근 영화. 드라마. 뮤지컬 등 대중문화 전반에 동성애코드가 하나의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영화 ‘왕의 남자’가 동성애를 소재로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을 시작으로 퀴어 멜로 영화 ‘후회하지 않아’는 저예산 독립 영화 흥행 1위에 등극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어 MBC드라마 ‘주몽’에서 주몽의 의형제인 협보(임대호)와 소서노의 책사 사용(배수빈)이 남남커플로 큰 인기를 끌었고. 얼마 전 종영한 MBC 인기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는 민호(김혜성)와 범(김범)이 동성애 분위기를 드러내 화제가 됐다. 당초 동성애가 반짝 현상일 것이라는 예견이 있었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본 열풍은 좀처럼 식을 줄 모르고 기세다.

최근 시청률 30％대의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MBC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역시 극 초반 동성애 코드로 눈길 잡기에 성공했다. 극중 남장여자로 등장하는 은찬(윤은혜)를 사랑하게 된 한결(공유)에 대해 주변인물의 반응은 쿨하기 짝이 없다. “하긴 남자든 여자든 인간적으로 끌리는 게 중요하지”라는 홍사장(김창완)의 대사는 이 드라마가 표방하고 있는 사랑에 관한 시선을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동성애를 수면 밖으로 끌어 올렸다 해도 희화화하는 것에 그쳤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한걸음 더 나아가 이를 당당히 인정하는 분위기다.

[핫e슈 클릭] 대중문화 속 동성애 코드, 당신도 OK?

지상파보다 다양한 소재를 다룰 수 있는 케이블 방송의 경우 동성애에 관해 훨씬 열린 접근을 하고 있다. 올초 채널CGV에서는 남자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청소년 동성애를 경쾌하게 다룬 영화 ‘램프의 요정’을 방영해 화제를 모았다.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은찬의 든든한 후원자로 출연 중인 진하림(김동욱)은 이 드라마에서 동성친구로부터 사랑고백을 받는 주인공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뮤지컬계에서도 ‘동성애’는 핫 코드다. 지난 3월 시작한 동성애 소재 뮤지컬 ‘쓰릴미’는 남성배우들 간의 진한 스킨십으로 화제를 모았다. 여성관객점유율이 무려 90％에 달하며. 40번 넘게 재관람한 여성들도 수십 명에 이른다. 남자 백조로 화제를 모은 매튜 본의 댄스 뮤지컬 ‘백조의 호수’ 도 지난달 공연시 매진사례를 기록하며 인기몰이를 했다.

제2의 ‘왕의 남자’를 노리는 영화들도 속속 준비 중이다. 배우 조인성은 유하 감독의 신작 사극에서 동성애자 무사로 출연한다. 영화감독 민규동씨는 동성애를 소재로 다룬 유명만화 ‘서양골동양과자점’을 영화화할 예정. 남장여자의 사랑을 담은 로맨스 소설 ‘성균관 유생들의 나날’도 곧 드라마로 제작된다.

대중문화계의 폭넓은 ‘동성애’소재 활용에는 일반인들의 동성애 코드에 대한 선호도가 바탕으로 깔려 있다. S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앤조이’가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에 의뢰해 최근 조사한 결과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와 드라마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호기심에 즐겨보는 편’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20.5％나 돼 사회적 변화를 느끼게 했다. 특히 여성(24.9％)의 경우 동성애 작품에 대한 선호가 남성(15.9％)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독립영화 1세대 영화감독 한옥희(58·여)씨는 “남녀 누구나 알게 모르게 동성애적 정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동성애 트렌드가 유행할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이미 동성애코드를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킨 북미와 유럽의 경우처럼 우리도 이를 긍정적으로 전환. 발전시키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효실기자 김포그니(성신여대)명예기자 gag11@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