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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문화상품으로만 등장하는 ‘동성애’
일간지 모니터링 분석 “레즈비언, 신문을 찢다”



김영선 기자
2007-04-02 21:01:39  
동성애 이슈 관련 언론모니터링 분석이 나왔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인권정책팀은 지난 달 30일 서울여성플라자 NGO센터에서 “레즈비언, 신문을 찢다” 토론회를 열고, 2006년 1월부터 10월까지 10개 종합일간지의 레즈비언 관련 보도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동성애 관련 기사에서 레즈비언 보도 6.1% 불과

한국레즈비언상담소 박은우 대표는 2006년 레즈비언 보도 경향을 분석하며 △레즈비언 관련 독자적인 보도가 부족하고 △문화 관련 보도로 치중되어 있으며 △’전문가’ 직접 기고나 인용을 통해 동성애 혐오적인 입장을 부각시킨 점을 지적했다.

박은우씨는 “2006년 한 해 동안 종합일간지에서 보도된 동성애 관련 기사 중에서 레즈비언에 대한 보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6.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만큼 “언론과 우리 사회가 레즈비언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모니터링 분석에 따르면, 기사에서 ‘동성애’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레즈비언을 포함하지 못하고 게이, 즉 남성동성애자 이야기만을 다루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동성애 관련 기사들 중에 문화 관련한 것이 45% 가량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특이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상담소 측은 “동성애 이슈가 정치면, 사회면에 실리기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토론자인 조이여울 본지 편집장도 “갈수록 동성애 이슈가 인권적인 측면보다는 문화상품의 코드로만 기사 거리가 되는 경향”이라며 “언론이 동성애자의 존재를 스크린이나 무대 안에서만 바라보려 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혐오와 편견 담은 보도가 35%에 달해

상담소 인권정책팀의 고리 팀장은 10개 신문의 동성애 관련 보도 기사 624건을 분석하며, 이 중 “혐오와 편견을 담은 보도”가 216건에 달했다고 말했다. 또한 의사나 종교인 등의 말을 인용하여 동성애를 신체적 ‘결함’이나 ‘비정상적 관계’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보도가 118건,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등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경우가 117건으로 드러났다.

고리 팀장은 “특히 동성애는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상대에게 여러 이끌림을 느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동성애를 곧 ‘성행위’인 것처럼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언론의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문화 관련 보도에서는 ‘동성애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실제로는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이 호응을 받았다’고 해야 맞다”고 지적하며,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을 보도할 때 언론이 동성애를 지나치게 낭만화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것도 편견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레즈비언 보도의 가이드라인 제시

한국레즈비언상담소 인권정책팀은 다섯 가지 “레즈비언 보도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선정적인 보도가 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 동성애에 대한 혐오와 편견을 배제한 보도를 할 것, 공정치 못한 인용을 사용하지 않을 것, 동성애 관련 올바른 용어를 사용할 것, 차별을 은폐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불필요한 성적 묘사나 사진 등을 통해 선정성을 높여선 안 된다 △동성애에 대해 불확실한 원인설을 유포하거나, 사회문제인 것처럼 보도해선 안 된다 △종교계의 주장, 예술작품의 내용 등을 인용할 때는 공정할 것 △동성애자를 트랜스젠더와 혼동하거나, 동성애를 동성간 성행위로 왜곡하지 말 것 △동성애자를 향한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도하거나 낭만화시키지 말 것 등이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는 “우리가 언론에 요구하는 것은 동성애에 대해, 레즈비언의 삶에 대해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보도하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한편 조이여울 편집장은 “언론인들이 입사 후에도 계속 사회에 대해 배워나가야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면서, “언론인들 대상으로 동성애 관련 교육과 더불어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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