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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기울여 주세요, 이들의 목소리에...
[9회 서울여성영화제 미리보기] 성소수자 이야기 다룬 옥랑상 수상작 2편
김홍주선(pheebss) 기자    


봄바람 속에 노란 개나리가 동동 피어나는 계절, 반가운 소식이 전해져왔다.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이하는 서울여성영화제가 4월 5일부터 12일까지 신촌 아트레온 1, 2, 4관에서 열린다는 것.

올해 여성영화제는 '여성, 소수자의 목소리로 말하다'라는 주제로 여성 안에서도 소수자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이주여성, 성소수자, 청소녀, 아시아 여성들의 이야기가 '이주 여성 특별전 : 우리는 이곳에 살고 있다!', '청소녀 특별전 : 걸즈 온 필름' 섹션 등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여성 안에는 인종이나 성별, 성정체성, 연령에 따른 차이가 있다. 수석 프로그래머 김선아씨는 "서로 다른 여성들이 '여성영화제'라는 열린 장을 충분히 이용하고, 연대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퀴어 레인보우' 섹션 들여다보니...

이 가운데 올해 처음 생긴 '퀴어 레인보우' 섹션이 눈길을 끈다. 퀴어 레인보우 섹션은 12개국 총 16편의 상영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퀴어 레인보우 : 성 정치학, 그 사이에서'라는 토론회가 함께 개최된다.

김선아씨는 "여성영화제 1회 때부터 10년 동안, 레즈비언 감독이나 레즈비언 이야기를 여성 안에서 풀어왔어요. (레즈비언 주제의) 작품이 많기도 했고, 대중적으로 어필하는 파워풀한 측면도 있었습니다"라고 말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여기(레즈비언)에 트랜스 젠더 이야기가 더해지고, 작품성을 갖춘 퀴어 영화들이 많아졌어요"라면서, 처음 '퀴어 레인보우'라는 이름으로 독립된 섹션을 갖추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퀴어'에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별 이분법에 균열을 내는 힘이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퀴어 영화제가 사라지는 등 영화계의 내부 사정도 독립 섹션을 결정하는 데 한 몫 했다.

같은 주제를 다룬 한국 감독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올해 프리미어 상영작인 '아웃(out), 이반검열 두 번째 이야기'는 작년 옥랑상 수상작이다. 십대 레즈비언 이야기가 주제다.

올해 옥랑상을 수상한 'F2M(가제)'은 세 명의 트랜스 젠더 남성(여성->남성)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옥랑상은 여성 감독의 다큐멘터리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금으로 올해 6회째이다. 서울여성영화제와 옥랑문화재단이 함께 진행하며 1천여만 원의 제작비를 지원한다. 주제는 여성의 삶을 다루는 모든 영역에 열려 있다)

김선아씨에 따르면 '퀴어 주제' 영화가 2년 연속 옥랑상을 수상한 것은 철저하게 작품성 위주로 선정된 '우연'의 결과라고. 여성영화제의 개막에 앞서 이들 두 팀을 먼저 만나봤다.

여성영상집단 '움'의 < Out >, 세 명의 십대 레즈비언이 감독 겸 주연



◀ 움(WOM)의 조석순애, 이영 활동가.  
ⓒ 김홍주선



'yo 열세 살의 난 아무것도 몰랐어/ 그저 난 남들과 다르다고 그렇게만 생각했지(…)여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게/ 나쁜 게 아니라는 거/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거'

서울 상수동, 여성영상집단 움(WOM)의 작업실. 스스로를 '활동가'라고 칭하는 이영(32), 조석순애(33) 제작팀을 만날 수 있었다. 'Out'의 영화음악으로 쓰인 '꼬마'의 명랑한 랩이 흐르고 있다.

움(WOM)은 여성을 뜻하는 영어단어 우먼(Woman)에서 '맨(man)'을 떼어내 만들었다. 동일방직 여성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을 다룬 '우리들의 정의파다', 장애여성의 삶을 그린 '거북이 시스터즈' 등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왔다. 이번에는 십대 레즈비언 세 명의 이야기를 담은 'Out'으로 서울 여성영화제를 찾아온다.

'Out'은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 박멸 프로젝트'라고 명명한, 계속되는 활동 중 하나다. 레즈비언을 대상으로 하는 미디어 교육과 관련 출판, 토론회 등이 포함된다. 전작 '이반검열 One'(2005.6 인권영화제 상영)이 학교에서 부딪치는 호모포비아를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내용이다.

왜 '십대 레즈비언' 이야기를 택했냐고? 이영 감독은 말한다.

"십대 레즈비언들은 '실제로 있습니다.' 그러나 권력과 먼 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는 힘들지요. 있지만, 바깥으로 들리지 않던 이야기, 바로 그것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십대의 성 정체성'에는 유독 '미성숙하다'는 혐의가 덧씌워진다. '대학 들어가 봐라, 한때다, 변할 것이다'라는 식의 시선이 많다. 진지하고 심각한 고민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부정한다. 이는 당사자에게 심각한 상처다.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레즈비언'으로서의 이야기를 할 경우, 학교와 가정, 사회에서는 수많은 편견에 부딪친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러한 사실이 알려져서 피해를 보는 경우를 '아우팅'이라고 한다. 'Out'은 아우팅의 위험을 최대한 피해가고, 또한 자신이 원하는 방식과 정도로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도록, 즉 '커밍아웃의 수위를 조절할 수 있도록', 거의 모든 제작 과정에 이들의 참여를 보장했다. 이를 위해 셀프 카메라 형식을 도입했다. 총감독은 움이 했지만, 세 명의 십대 레즈비언이 셀프 카메라 감독 겸 주연을 맡은 셈이다.

십대의 감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랩'을 택해 노래를 만들어 보자고 얘기했더니, 이들은 라임(운율)까지 맞춰서 훌륭한 가사를 써왔다. 여성영화제 행사부스에서 판매되는 OST에는, 꼬마, 초이, 천재의 각 테마곡이 수록되어 있다. 음악 작업에 함께한 20대 레즈비언들이 이들에게 보내는 노래까지 합하면 총 5곡이다.

연분홍치마의 'F2M', "성전환 남성을 이해할 사람은 여자"

옥랑상을 수상하여 내년 상영까지 일년 간 사전지원을 약속받은, '연분홍치마(성적소수자문화환경을 위한 모임)'도 분주하다. 여성영화제 상영일정에 맞춰 'F2M(가제)'의 예고편을 만드느라 밤낮이 없다.

2004년 5월 탄생한 '연분홍치마'에는 다섯 명의 활동가가 있다. 연분홍치마의 작업은 단순히 영화를 찍고 상영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출연자가 제작에 참여하도록 배려하고 출연자와 정서적 유대를 이어가기도 한다. 미디어 워크숍 등의 교육활동도 한다. 장애여성 공감, 10대 여성 등과 함께 작업해왔다. 2005년도에는 성매매여성의 인권운동과 함께 <마마상>을 만들었다.

"<마마상>에는 60대 성매매 여성이 나왔어요. 이모(출연자를 부르는 말)를 마주하면서, 성매매에 대한 판단만큼이나, 이모의 살아가는 '삶' 자체가 중요하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성매매 피해여성'으로 접근했었고, '마마상'(성매매 소개업)이라는 직업에 반감을 가졌다가, 후반에는 나이든 여성의 모습까지 이해하는… 그런 작업이었어요.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 공간에서 자존감을 회복해가는 '과정'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깨달았죠."

"법이나 제도 차원 만큼이나 필요했던 건, 적적하지 않도록 함께 노닥거리는 그런 거였죠. 친구가 되어 드리는 것."

'과정'을 중요히 여기는 원칙은 'F2M(가제)'에도 마찬가지로 지켜졌다. 2006년부터 성전환자 성별변경을 위한 법안 마련을 위한 활동을 해왔다. 실태조사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트랜스 젠더(성전환자)'의 삶을 알리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실태조사 때부터 함께 해왔기에 세 명의 트랜스 젠더 남성(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한 사람)들도 큰 거부감 없이 출연에 응했다.

연분홍치마는 'F2M(가제)'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트랜스 젠더 남성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첫 발이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여성영화제를 상영공간으로 택한 이유는? 김일란 감독의 설명은 이렇다.

"일단은 제가 비성전환 여성이라는 게 컸지요. FtoM(Female to Male의 약자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전환한 남성을 뜻한다)이 남성/여성으로 이분화된 사회(의 차별)에 부딪쳤던 경험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분들을 이해할 중요한 파트너는 '여성'이라는 거죠."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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