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 ‘타-다’ 낸 ‘시저 시스터스’
2004년 데뷔해 팝계를 한차례 뒤흔든 미국의 젊은 혼성 밴드 ‘시저 시스터스’가 최근 2집 음반 〈타-다〉를 내놓았다. 우리말로 ‘짜-잔’쯤에 해당되는 가벼운 뜻인 〈타-다〉에는 이들 특유의 경쾌하고 부드러운 음악적 특징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비지스와 엘튼 존, 데이비드 보위 등 1970년대 팝가수 취향에, ‘팻 숍 보이스’ 같은 댄스 음악의 외향을 미끈하게 덧입혔다. 문제는 이들의 노랫말. 머릿곡 ‘아이 돈트 필 라이크 투 댄스’는 언뜻 들으면 신나는 댄스 음악의 외양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가사는 나이트클럽에서 춤추지 않고 주변에서 쭈뼛거리는 ‘나’에 대한 얘기다. “난 춤추고 싶지 않아/ 뾰족히 더 나은 일이 없더라도 말야… 네가 날 춤추게 할 수는 없어/ 하지만 네가 춤을 추면 난 가슴이 쿵쾅거려.” 다른 노래들도 묘한 뒤틀림이 보인다. “언젠가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아무도 나를 기억 못하겠지.”(‘디 아더 사이드’)
밴드의 베이스주자 스콧 호프먼이 국내 음악전문지 〈핫뮤직〉과 인터뷰하면서 한 말은 이런 묘한 노랫말에 대한 설명을 제공한다. “우리는 매일 밤 파티를 하고… 쿨한 로큰롤 밴드와는 거리가 멀다. 우리 밴드 모두가 어린 시절 외롭거나, 버림받았다고 생각될 때,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고 느꼈을 때 음악을 들었다.”
이 밴드를 이해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동성애. 다섯 명의 멤버들 가운데 세 명이 동성애자라고 스스로 밝혔다. ‘가위 자매들’이라는 뜻을 가진, 밴드의 별난 이름도 사실은 여성 동성애자들 사이의 성 행위 체위 중 하나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그룹 ‘핑크 플로이드’의 명곡 ‘컴퍼터블리 넘’을 댄스 음악 스타일로 선보이며 2004년에 혜성과 같이 나타난 이들은 데뷔 음반 〈시저 시스터스〉를 영국에서만 240만장을 파는 괴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이 음반은 정작 고향인 미국에서는 큰 인기를 못 끌었는데, 약 28만장 정도 팔리는 데 그쳤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지난주 영국의 〈비비시〉 음반 순위에는 2위에 올라선 반면, 미국 〈빌보드〉에서는 멀찍이 58위에 머물렀다. 호프먼은 이달 초 미국의 〈뉴욕 데일리 뉴스〉와 인터뷰하면서 “미국의 대중문화는 지금 매우 따분하고, 미국은 청교도 국가”라며 고국의 문화적인 협소함을 비꼬았다.
이번 음반에는 동성애자 음악인이면서 이들의 팬이기도 한 엘튼 존이 ‘아이 돈트 필 라이크 투 댄스’와 ‘인터미션’에서 작곡과 피아노 연주를 도왔다. 또 ‘인터미션’에서는 미국의 배우이자 음악인인 지나 거숀도 세션으로 참여했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거숀 역시 카리스마 넘치는 레즈비언 이미지로 널리 알려진 배우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이 가장 사랑받는 영국에서 발매한 음반에만 ‘트랜지스터’라는 곡을 히든 트랙에 숨겨놓았다. 문제는 이 곡이 이 음반에서 가장 뛰어난 곡의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 영국 〈가디언〉은 이 노래가 지금까지 “‘시저 시스터스’가 지금까지 해온 모든 것에서 전혀 새로운 이탈”이라고 보도하면서 “데이비드 보위의 1979년 음반 〈로저〉 같은, 환각적인 분위기”라고 평했다.
글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