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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샅바를 잡은 <천하장사 마돈나>



마돈나와 씨름선수. 전혀 어울릴 것 같은 두 단어의 조합이 바로 <천하장사 마돈나>를 설명하는 키워드다. 마돈나를 자신의 롤모델로 생각하는 소년이 씨름을 통해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다룬 <천하장사 마돈나>가 14일 서울 용산 CGV를 통해 공개됐다. 그동안 <품행제로>, <안녕 UFO>, <아라한 장풍 대작전> 등의 각본가로 이름을 날린 이해영, 이해준 감독이 이번엔 연출가로 나섰다. 무대인사에 나선 이해영 감독은 “민망할 수 있는 소재일 수 있지만 대중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는 말로, 이해준 감독은 “이 영화 한편에 하고픈 말을 다 담았다”는 말로 각각 소감을 전했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시사회에 앞서 두 명의 감독과 8명의 배우가 인사에 나서 무대를 꽉 채웠다.

어린 시절부처 마돈나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엄마의 화장품을 가지고 놀던 동구(류덕환)는 사춘기로 접어들 무렵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성전환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두 하역 작업을 하며 돈을 모으던 그는 씨름대회에서 우승을 하면 500만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씨름부에 가입한다. 동구는 그의 재능을 발견한 씨름 감독(백윤식)과 씨름부 주장(이언)의 도움으로 점차 씨름의 세계에 빠져든다.

<천하장사 마돈나>는 각본가로서 공동작업을 해오던 이해영, 이해준 감독이 공동연출을 시도한 영화다. 여자가 되고 싶은 소년이 씨름을 통해 자신의 꿈에 다가간다는 발상은 트렌스젠더라는 소재를 더 없이 밝게 그려나가고 있다. 이해영 감독은 “비대중적인 이야기를 범 대중적인 이야기로 만드는 게 이 영화의 목표였다”며 “캐릭터에 꼭 맞는 연기를 해준 배우들 덕을 봤다. 다른 건 몰라도 배우들이 연기를 잘 한 영화라는 자부심이 있다”고 전했다. 특히 동구의 이상향이 마돈나로 설정된 것에 대해 “명확한 아이콘이 필요했다. 마돈나의 이미지 또한 타고난 것이 아니라 가꾸고 만들어 진 것이 아닌가. 그것이 극 중 동구가 투쟁하고 쟁취하는 과정과 닮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에서 리얼한 씨름 경기와 춤 실력까지 선보여야 했던 류덕환은 “촬영 전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여성의 감성을 잡는 것이 어려웠다"고 털어 놓으며, "마음으로 느껴지는 동구의 감정이 바로 여성의 감성이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류덕환은 “극 중 씨름 장면을 위해 매 테이크 마다 똑 같은 자세가 나올 정도로 씨름 연습을 했다”며 쉽지 않았던 준비 과정의 어려움을 전했다.

매사에 유유자적한 씨름 감독으로 출연한 백윤식은 “동구에게 첫 샅바를 매주던 장면”이, 동구의 엄마로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 이상아는 “옥탑방에서 어린 아들에게 사는 이야기를 전하는 장면”이 각각 기억이 남는다고 말했다. 독특한 이야기와 소재가 돋보이는 영화 <천하장사 마돈나>는 15세 관람가로 오는 8월 31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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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성적 소수자의 인권을 다룬 퀴어 영화이자 캐릭터 코미디이며, 가족 휴먼 드라마이자 스포츠 성장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가 이렇게 다채롭게 읽힐 수 있는 이유는 두 감독이 이런 민감한 소재를 가지고도 보수적 성향의 관객마저 큰 반감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대중 영화적 장치를 무리 없이 끌어 들이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주인공 '동구'의 부모와 씨름 코치, 동료 선수 등이 성적 정체성의 '차이'를 수용하는 과정을 다양하고도 세심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게(!) 그려낸 연출은, 마치 이 영화가 얘기하는 씨름의 본질처럼 '힘이 아닌 균형의 미덕'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최광희(FILM2.0 온라인 편집장)

한 뚱보 소년이 남성미 물씬 풍기는 씨름을 통해 여성으로 거듭나고자 한다는 착상은 기발하다. 그러나 황당한 설정이 머금은 웃음과 이루기 힘든 꿈에 대한 눈물은 쉬 화학작용을 일으키지 못한다. 유쾌함과 찡함이 맥락 없이 교차하고, 소년을 향한 부성애는 화면 밖을 부유한다. 트랜스 젠더라는 비주류의 감수성과 대중영화의 보편성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도 문제. <으랏차차 스모부>를 연상시키는 씨름부원들의 지리멸렬도 새롭지 않다. 눈물과 곡절을 털어내고 노래 ‘애송이’에 맞춘 춤 만큼 재치 있고 가볍게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라제기(한국일보 문화부 기자)

조형주 기자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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