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프랑스 리옹의 거리는 4천 명이 넘는 동성애자들이 참가한 행진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올해로 11번째를 맞아하는 ‘게이 프라이드’가 열린 것이다.
트럭을 개조한 무대에서 눈길을 끄는 분장으로 춤추고 노래하는 동성애자들과 그 뒤를 따르면서 이들의 주장을 담은 유인물을 나누어 주는 '동지'들이 만든 축제는 동성애자와 이성애자가 함께 어우러진 가운데 저녁 6시쯤 막이 내렸다. 멋진 분장과 춤과 노래가 끝난 뒤에는 여느 집회처럼 정부시책을 비판하고 그들의 주장을 외치며 내년의 행사를 기약했다.
프랑스에서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데에는 많은 지표가 있다. 이민자에 대한 입장, 유럽연합을 바라보는 태도, 경제문제에 대한 해결책 등. 그 중 동성애에 대한 입장 표명 또한 좌파와 우파를 가르는 한 구분 지점을 차지한다.
극우적 성향의 배우 브릿지도 바르도가 ‘우리는 모두를 즐겁게 해 줄 수는 없다’라는 한 공중파 대담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많은 프랑스 시민들은 그녀의 무지함을 비웃었다. 교외지역의 차량방화를 하는 불량청소년과 아랍의 테러리스트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동성애자와 페도필(소아성애) 환자를 동일선상에서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입담 사납기로 유명한 사회자의 공격은 그 다음날 일간지 르몽드 지면을 뒤덮을 정도였다.
지난 6월7일 프랑수와 홀랑드는 사회당의 정책을 발표했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동성애 커플의 결혼 인정과 입양의 합법화가 포함된 것이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동성간의 결혼을 합법화하고 있다. 이미 덴마크(1989년), 노르웨이(1993), 스웨덴(1994), 아이슬란드(1996), 네덜란드(2001), 핀란드(2002), 벨기에(2003), 그리고 작년엔 스페인이 가톨릭교회와 충돌을 빚으면서 결혼합법화와 입양문제를 해결했다. 그리곤 12월에 엘튼 존의 결혼을 시작으로 영국이 합법화의 대열에 들어섰다. 이 밖에 독일(2001)과 룩셈부르크(2004)는 프랑스와 유사한 형태의 법률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 주고 있다.
프랑스는 5년 전 국회에서 PACS라는 이름의 ‘동거에 대한 시민규약’에 의거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범위에 동성애 커플도 포함시켰다. 합법적인 부부는 아니지만 동거를 한 경우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이다.
하지만 이는 동거로써의 권리를 보장받을 뿐 공식화된 결혼은 아니었다. 작년 4월 동성애 부부의 결혼이 녹색당의 당수 노엘 마메르의 주례로 거행되었지만 행정관청은 이를 거부했고 합법화는 무산됐다. 그래서 이번 사회당의 정책에 동성애자의 합법적인 결혼과 한 걸음 더 나아가 입양의 합법화도 같이 추진이 되는 것은 다른 좌파에서도 환영하고 있다.
우파 쪽에서는, 극우파의 입장은 일상적으로 반대를 해왔으며, 프랑스민주동맹(UDF, 중도우파)의 당수 프랑수와 바루 또한 “사회적 삶의 지표를 만들어준 희망과 감성을 내버리는 행위”라며 동성애 결혼 반대 입장을 명백하게 표명했다.
비교적 동성애에 대하여 관대한 시각을 가져온 프랑스이지만, 아직 결혼의 합법화는 다른 유럽국가와 비교했을 때 진행정도가 늦은 편이며, 입양문제는 더 더욱 힘든 처지이다.
여성주간지 <엘르>가 여론조사기관 IPSOS에 의뢰해 실시한 설문조사는 64%의 프랑스인이 동성간의 결혼에 찬성하고 있지만, 그 지지자 중에서도 49%만이 동성커플의 입양을 찬성할 뿐이다.
그래서 매년 프랑스 대도시에서 열리는 게이프라이드가 올해 채택한 구호는 ‘합법적 결혼과 입양’이다. 1969년 미국 뉴욕에서 처음 시작된 게이프라이드는 각각의 해마다 이슈를 내걸었다. 초창기, 인간으로써의 기본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투쟁에서 지난해 ‘좀더 진척된 평등권’을 지나 동성애자들은 이제 좀 더 구체적이고 내밀한 생활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일면 게이와 레즈비언의 인권이 신장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혼의 권리, 아이를 가질 권리야 말로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사랑하는 커플들의 기본적 권리라면, 아직도 이들이 외쳐야 할 구호들은 많이 남아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06년 06월 19일 (월) 09:47:56
출처 : http://www.redia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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