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커플도 결혼할 수 있을까?…‘동성애 신드롬’에 이은 동성결혼 논란
[쿠키 사회] KBS2 텔레비전의 새 월화드라마 ‘미스터 굿바이’는 최근 남성간 결혼식 장면을 담았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거나 큰 거부감을 갖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이나 ‘왕의 남자’ 등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동성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방송이나 영화가 아닌 현실 속 동성애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21일 대학로 글로브 소극장에서 ‘동성애자 가족구성 발표대회 Speak Out’을 열었다.
◇동성가족 꾸리는 사람들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최현숙(49·여) 위원장은 2년전 24년 간의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여성 파트너와 새로운 삶을 꾸리기로 결심했다. 21살, 24살의 두 아들은 엄마를 이해했지만 남편은 이혼에 합의해 주지 않았다. 남편은 아내의 ‘여성과의 바람’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최 위원장은 현재 동성애 정체성과 가정폭력, 가정 내 소통불가 등의 사유로 이혼소송을 진행 중이다. 동성애 정체성을 이유로 여성이 이혼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다.
3년전부터 한국인 남자와 함께 살고 있는 일본인 남자 K씨는 항상 불안한 상태다. 한국 기업에서 일하고 있어 취업비자로 머물고 있지만 실직하게 되면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당장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난해 잠깐 실직했던 동안 K씨는 출국 후 관광비자를 받아 한국에 체류했다.
남성 파트너와 함께 어머니를 6년째 모시고 있는 여모(43)씨는 동성애자의 처지를 '뻐꾸기 둥지'에 비유했다. 끊임없이 둥지 밖으로 떨어뜨리려는 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어머니는 아들의 동성애 사실을 알고 '우리집 대가 끊겼다', '집안이 망했다'며 한동안 분노와 허탈에 휩싸였다가 결국은 이들을 인정했다.
그러나 가족의 일부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여씨는 "가족들은 내가 남자와 산다는 게 주위사람에게 알려질까봐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조카 결혼식에도 여씨 커플만 참석하지 못했다.
동성커플이 아닌 새로운 가족 형태도 선보였다. 마님(38)은 연인관계가 아닌 두 명의 남자와 함께 살고 있다. 일종의 대안가족인 셈이다. 이들은 이 공동체를 통해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마님은 "동성커플은 아기도 없으니까 가능하면 두 커플 이상이 함께 살면 재미있고 좋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전했다.
◇동성커플 차별 실태
이경(28·여)씨는 얼마 전 병원에서 답답한 일을 겪었다. 여자 파트너가 아파 응급실에 갔는데 병원에서는 "보호자 동의 없이 입원 할 수 없다"며 "보호자가 없으면 보증금 100만원을 내라"고 했다. 이경씨는 급한 마음에 게이친구를 불러 남편인 척 사인을 하게 했다. 이경씨는 "실제 곁에서 돌봐주는 사람은 나인데 보호자가 될 수 없어 씁쓸했다"고 말했다.
동성커플은 혼인신고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실혼 관계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부부로서의 의무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현재 배우자의 법적 지위와 권리를 명시하고 있는 법령은 270여개다.
동성커플은 파트너가 아파도 보호자 역할을 할 수 없고 파트너 사망시 유가족이 되지 못한다. 유산도 상속 받을 수 없다. 매달 납입하는 국민연금 등은 1순위자인 파트너를 고려하지 않고 다른 가족에게 지급된다. 혼인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가족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 파트너와 헤어질 때도 위자료를 받거나 재산분할을 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없다. 직장에서는 매달 일정액의 가족수당을 받지 못하고 집안에 일이 있어도 경조사 휴가를 쓸 수 없다. 아이를 입양할 수도, 인공수정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양육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법적인 문제
현행법상으로는 동성커플을 특별히 금지하지 않지만 이들을 인정하는 조항도 없다.
헌법 제36조 1항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의 ‘양성(兩性)의 평등’이라는 부분을 두고 법학자들의 의견이 갈린다.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 부분이 이성간 혼인만 가능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성결혼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평등을 보장하는 보편적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민법 제807조에는 혼인과 관련해 ‘남자 만18세, 여자 만16세에 달한 때에는 혼인 할 수 있다’라고만 명시돼 있다. 다만 혼인의 효과를 기술하면서 여러 곳에서 ‘부부(夫婦)’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 역시 남녀간의 결합을 전제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민법은 헌법의 하위규범이므로 헌법의 해석원리에 맞게 합헌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결혼은 신고를 통해 효력을 나타낸다. 현행 민법에는 이성커플만 혼인신고 할 수 있다는 말은 없다. 그러나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에 따라 동성간 혼인신고를 거부할 수 있다는 논리는 나올 수 있다. 실제로 2004년 결혼한 남성 동성커플은 ‘선량한 미풍양속에 어긋나므로 혼인신고 접수불가’ 통보를 받았다.
◇해외사례
'동성애자 가족구성 발표대회 Speak Out'에서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학 더글라스 샌더스 교수는 발제를 통해 해외의 동성커플 인정 사례를 소개했다.
샌더스 교수는 동성커플의 법적 평등을 보장하는 방식을 △결혼 허용 △시민결합 인정△동성커플의 권리 인정 등 세 가지 형태로 분류했다.
'결혼' 자체를 허용하는 나라나 주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스페인 캐나다 영국 및 미국 메사추세츠주 등이다. 이 곳에서는 동성커플도 결혼할 수 있다. 결혼한 동성커플은 부부 사이의 모든 의무와 권리를 진다.
'동성관계 특별법'을 통해 동성커플의 결합을 '시민결합(civil union)' 형태로 인정하는 제도도 있다. 이 법은 파트너 등록제를 통해 동성커플에게도 부부의 권리와 의무를 부여한다. 덴마크가 1989년 세계 최초로 이 법을 제정했다. 이후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포르투갈 스위스 헝가리 폴란드 영국, 캐나다 퀘백주, 미국 버몬트주와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이와 비슷한 법을 만들었다.
부부로서의 법적 지위를 제도화하지 않았지만 동성커플의 권리를 인정하는 경우도 있다. 캐나다 대법원은 2004년9월 수년간 동거했다 헤어진 레즈비언 커플에게 ‘생활비 및 위자료 등을 이성 커플과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캐나다는 동성커플의 권리 인정, 시민결합 형태의 의무 부여 등을 거쳐 지난해 모든 주에서 동성결혼을 합법화 시켰다.
스페인에서는 동성결혼 합법화 이후 8개월만에 전체 결혼의 10%에 해당하는 1000여쌍의 동성커플이 결혼식을 올렸다. 네덜란드도 동성결혼을 허용한 2001년 4월부터 6개월 동안 1902쌍이 결혼해 전체의 3.6%를 차지했다. 영국 정부에는 2010년까지 2만 2000여 쌍의 동성부부가 탄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밖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말 “결혼을 남성과 여성의 결합이라고 규정한 법은 위헌”이라고 판결해 곧 동성결혼이 합법화될 전망이고 2003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대만에서 동성결합을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은 인권기본법 초안을 발표했다.
◇팽팽한 찬반 양론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동성결혼에 대한 논란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 중국 등에선 동성 결혼에 대한 찬반양론이 뜨겁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동성결혼 금지' 입법화를 놓고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의 의견이 나뉘는 등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결혼은 사회를 이루는 근간이 되는 기본적인 제도라고 말한다. 동성결혼을 허용하면 전통적 가치가 흔들리고 사회적 혼란이 가중된다는 설명이다. 또 동성애자들에게 국한되는 특별법을 만들면 법의 보편성에서도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임신과 출산이 불가능한 동성 결혼을 허용하면 가족의 사회구성원 재생산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위협이 된다는 것도 반대론자의 주장이다. 이들은 동성애자 차별을 없애기 위해 사회적 배려를 하면 되지 비정상적인 삶을 합법화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주장한다.
이에 반해 동성 결혼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변화된 사회에 맞는 인권 존중을 주장한다. 사회적 단위로서 결혼의 중요성만을 내세울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에 맞는 새로운 가족관계에 대한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동성결혼 합법화는 특혜가 아니라 차별을 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등을 보장하는 법의 보편성에도 부합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또 모든 남녀가 생식을 목적으로 결혼하는 게 아닌데 사회재생산을 이유로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 주장한다. 이미 많은 동성애자들이 아이를 입양해 키우고 있으며 양육환경에서 차이가 없음을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낸 바 있다고 설명한다.
동성결혼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동성애를 비정상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도 동성결혼은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성결혼 합법화에 반대한다는 한 네티즌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인정받을 수는 없다. 소수라서 겪는 불편함이나 부당함은 참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다른 네티즌은 “소수의 사람 때문에 사회균열이 생길 수 있다. 동성결혼 허용은 아직 시기상조 ”라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은 “동성애 관련 미디어 등으로 아직 성장단계의 청소년들이 혼란을 겪지나 않을까 걱정스럽다”라고 썼다. “성소수자만 인정하면 다른 소수자들은 어떻게 하냐” 고 지적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동성결혼에 찬성하는 한 네티즌은 “소수가 사회의 균열이나 불량품이라고 생각하는 태도는 획일화되고 경직된 사회를 만들 뿐”이라는 생각을 전했고 다른 네티즌은 “동성애자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인데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성애자가 다수라고 해서 소수를 무시하면 안될 것”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또 다른 네티즌도 “서로가 사랑하는데 무슨 권리로 그들을 떼어놓을 수 있을까. 인권은 누구에게나 동등하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지은 기자 her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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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