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젊은이가 아직 아무 계획도 실천에 옮기지 못한 채 인생의 문턱에 서 있을 때 느끼는 것은 대개, 스스로를 방어하려고 아무리 애를 써보아도 결국은 자신을 더럽히고 마는 왜소함과 허영에 대한 심각한 싫증과 깊은 혐오이고 또 그의 마음속에서 치솟아 오르는 것은 어떤 본능적인 거부다.
얼마 전에 읽은 까뮈의 <젊은 시절의 글> 중에 더는 책장을 넘길 수 없게,
뜨악해진 마음으로 자꾸만 읽게 되었던 구절이에요.
더 많이 준비하지도, 더 많이 생각하지도 못할 거면서
미루고 늦추다 아까운 줄도 모르고 흘려버린 이십대 초반의 무용한 청춘도
이젠 정리하고 군대로 떠납니다. ^^;
형하고는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언제 읽으실 줄도 모르는 편지만 남겨두고 오늘 청주로 내려왔어요.
하필 오늘 같은 날 청주엔 내리는 빗소리가 요란하네요.
내일부터 일요일까지 짧게 마지막 여행을 다녀오고,
월요일에 정신없이 입대하게 될 것 같아요.
직접 만나서 얼굴 보며 인사 나눴으면 좋았을 텐데
마지막 발악처럼 이제 와서 뭐라도 남기고 싶은 궁색한 허영으로
무리하게 여행을 다녀오느라 보고 싶었던 많은 분들 다 뵙질 못하고 내려왔네요.
그래도 휴가가 자주 있는 것 같으니
지보이스 공연 있으면 갈 수 있도록 노력해보고,
책읽당 모임에도 나갈 수 있게 틈틈이 책 읽어둘게요.
아, 부탁하신 소식지 ‘병영일기’ 원고도 최대한 시도는 해보겠습니다. ^^;
부족한 성격 탓에 깊이 사귀고 섞여 어울리지는 못했지만
좋은 분들 만나서 많이 배우고,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어요.
실은 기즈베형이 글 한 번 남기고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이야기 때문에 쓰기 시작했는데
쓰다 보니 정말 많이 보고 싶고, 뵙지 못하고 내려온 게 아쉽게 남네요.
각설하고, 건강하게 씩씩하게 잘 다녀오겠습니다.
이번 여행 동안 읽었던 책 중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런 구절이 있는데,
이제 당신이 한 말들에 대해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별로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타고난 회의적 기질이라든가 외적인 삶과 내적인 삶을 조화시키지 못하는 당신의 무능력, 그 밖에 당신을 압박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미 예전에 했던 것과 똑같은 것들뿐이니까요. 다시 말해서 다음과 같은 부탁입니다. 마음속에 늘 충분한 인내심을 지니십시오. 또한 소박한 마음으로 믿으십시오. 어려운 것을 더욱더 신뢰하십시오. 그리고 다른 사람들 속에서 느끼는 당신의 고독을 신뢰하십시오. 그리고 그 말고는 삶이 당신에게 벌어지는 대로 놔두십시오. 내 말을 믿으십시오. 삶은 어떠한 경우에도 옳습니다.
친구사이에도 있을 불안하고, 아픈 청춘들과^^; 공유하고 싶네요.
이년 뒤에도 여전히 오지 않을 것들만 기다리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함께 하는 좋은 분들이 있으니 든든합니다.
고베에서 담아온 야경이 친구사이와 어울릴 것 같아 자랑처럼^^; 첨부합니다.
건강하세요!
잘다녀와요. 청춘. 여행도 군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