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부터 목이 아파오고 몸이 으실으실 춥더니
결국 감기, 몸살이 된통 걸리고 말았다.
하루를 간단하게 잠으로 때운 뒤,
콩나물에 김치를 넣은 국에 밥 한 그릇을 두둑히 먹고 나니,
몸은 욱신거려도 기분이 왠지 차분해지면서 오히려 편하기까지 하다.
때마침 엄마의 전화도 있었는데 별다른 흔들림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이제 3년차의 자취생활에 어느 정도 이력이 붙은 게 아닌가 싶다.
날도 갑자기 차가워져 괜한 조바심이 나던 요즘이었는데,
멍한 정신 속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다시 학교에 들어간 게 잘 한 일인지,
다시 선택한 그 일을 소신 있게 잘 해 낼 수 있을지, 준비는 잘 하고 있는 것인지..
갑자기 처다 본 이번 달 전화 요금 청구서에는 이만오천얼마라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이미 선택해 버린 일을 후회하고 걱정하는 것처럼
낭비하는 시간을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가끔 그런 걱정이 들 때에는 누군가에게 투정도 부리고,
넌 잘 하고 있다는 위로도 받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다.
다음 달에는 전화요금이 좀 더 많이 나오도록 노력해봐야겠다.
거리의 사람들은 잔뜩 움츠린 채 어딘가로 부지런히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