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게이치고 가을 안타는 사람 없다지만
요즘 수영장엔 경쾌하게 물살을 가르는 소리 대신 한숨 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나 역시 그 한숨에 한 몫하고 있음을 숨기고 싶지 않다.
오래 전 누군가가 가을은 책읽기 좋은 계절이라고 구라친 탓에
읽지 않아 곰팡이 핀 책을 들척거려봐도 글자들은 어느새 공중 부양을 하고
자세는 책상에 턱을 괸 채 45도 각도의 먼 하늘을 바라보게 되기 일쑤다.
이럴 땐 그냥 우울을 즐기는 것도 한 방법이지 싶다.
옆구리에 김치 푼 라면을 끼고 앉아 만화책 들쳐 업고, 괜찮은 노래 틀어놓고 뒹구는..
거기에 걸맞는 노래 몇곡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델리스파이스!!
난 채 하지도 않고, 뛰어난 보컬도 없지만, 그들만의 색깔로 벌써 5집째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밴드이기도 하다^^)
이런 날씨에 듣기 좋은 곡으로는 1집의 '차우차우', '기쁨이 들리지 않는 거리'와 2집의 '종이
비행기', 3집의 '1231', 4집의 'doxer', 5집의 '고백' 등을 추천하고 싶다.
알게 모르게 이들의 노래들 중 몇몇 곡은 게이들 사이에서 게이코드로 읽히고 있다고 한다.
하긴 맴버 셋 중, 두명의 나이가 34, 33인데 아직 이렇다 할 연애(여자와의) 거시기가 없다면
한 번쯤, 의심의 눈초리를-.-^^
농담이고, 잠이 잘 안 와 뒤척이신다면, 혼자 술땡기는 날에 걸맞는 노래가 듣고 싶으시다면
한 번쯤 들어 보시기를.. 왠만한 음악 사이트에서 쉽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런 음악을 같이 들을 수 있는 임들을 만나시고,
여력이 되면 소개시켜주는 것 잊지 않기를..
그리고 힘들 내시길..
다음에 또^^
http://mang7241.com.ne.kr/ost/후아유차우차우.asf
천 번은 들었을.
몇 년 전이었다.
부산영화제에 부스를 차렸을 때, 옆 한국영상축제 부스에서 일하던 젊은 남자가 우리 스텝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깊이 모자를 눌러쓴 남자였고, 그 미소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결국 거의 부산영화제가 끝날 무렵 난 스텝들과, 그리고 당시 사귀고 있던 애인과 함께 그를 포로로 붙잡았다. 우리는 광안리에서 회를 먹고 노래방에 갔다. 그때 갑자기 그가 노래를 불렀다.
'차우차우'
헌데 이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게 아닌가. 우리 모두는 한 마디로 '깼다'.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난 그때 이 노래를 그 남자 때문에 알았다. 노래방에서 나와, 애인은 나와 함께 숙소로 가는 택시 안에서 계속 그 노래를 불렀다. 그런 그의 옆 얼굴이 좋았다.
몇 달 후, 청첩장이 날라왔다. 차우차우의 결혼식이었다.
난 그 사람 이름을 잊어먹었다. 그는 언제나 '차우차우'로 불렸다. 그도 우리 때문에 자신을 '차우차우'라고 불렀다. 차우차우 노래를 들으면 그래서, 광안리에서 함께 놀던 때가 기억난다. 옛 애인에 대한 그리움, 스텝들과의 즐거움, 그리고 그 사람, 차우차우.
차우차우, 를 듣고 있노라면 차우차우 그 사람이 떠오르고, 그 때문에 택시 안에서 그 노래를 부르던 옛 애인의 얼굴이 떠오른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