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성소수자 차별 방송을 하고도 정신 못 차린 KBS는 즉각 사과하라.
지난 12월 5일 일요일 밤 10시 30분에 방송된 KBS 취재파일 4321의 ‘나는 동성애자입니다.’ 편은 공영방송의 시사 프로그램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덕목과 양식을 져버린 최악의 프로그램이었다. 동성애에 관련된 지금까지의 논란에 대한 깊은 문제의식 없이, 표피적인 부분만 부각시켜 방송했으며 검증되지 않은 과장된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방송하여 시청자들을 우롱하고 성소수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에 2010년 12월 7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인 친구사이는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한 KBS와 취재파일4321 제작진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한 바 있다.
이후 KBS 취재파일 4321 제작진은 ‘나는 동성애자입니다 방송 관련 제작진 입장’이라는 글을 KBS 홈페이지의 공지사항에 올렸다. 그러나 제작진이 올린 글에는 성실하고 진심이 담긴 사과는 한 줄도 찾을 수 없었으며 변명 아닌 변명으로만 점철되어 있었다. ‘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성명서에 대해’라고 해명한 부분을 보면 그들의 인권 감수성이 보편적인 시청자의 수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며 적반하장이 극에 달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제작진은 ‘동성애를 미화하거나 혐오를 조장할 의도는 조금도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더구나 ‘우리 사회가 동성애 문제에 대해 대화와 타협을 이룰 수 있을 지에 대해서만 고민했다’고 한다. 그들에게 다시 한번 묻는다. 동성애가 '미화'의 문제인가? 동성애가 ‘타협’의 대상인가? 인권에는 '타협'이 있을 수 없다. ‘존중’과 ‘보장’이 있을 뿐이다. 즉 동성애는 반대/찬성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이다. 그러나 이들은 아직도 ‘균형’, ‘편향’ 등을 운운하며 인권을 탄압하는 집단에게 면죄부를 주는 방송을 내보냈다는 사실을 덮으려 하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건데, 이 방송은 선정적인 취재를 통해 동성애자의 이미지를 크게 왜곡시켰으며 동성애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는 집단의 인터뷰를 검증없이 내보냄으로써 동성애가 벗어날 수 있는 질병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시청자들에게 심어주었다. 이런 관점은 십수 년 전의 르뽀 프로그램에서나 볼 법한 구시대적이고 반인권적 관점이다. 그래놓고서도 제작진은 ‘조심스럽게’ 접근하였다며 발뺌하고 있다. 자신이 없고, 잘 모르면 다루지 말았어야 할 문제를 무성의하게 만들어 방송해놓고서는 뭘 조심했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더구나 그들은 방송 제작을 기획하며 접촉과정에서 발생한 반인권적이고 불성실한 자신들의 태도를 반성하지 않은 채 결과적으로 친구사이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고만 비방하고 있다. 방송 전에 있었던 취재요청에 대해 친구사이는 자세한 기획의도를 제작진에게 물었고 이에 대해 제작진들은 친구사이의 요구를 무시하고 '친구사이에서 안 해줘도 해줄 사람 많다. 인권단체라면 방송의 요구에 당연히 응해줘야 하는게 아니냐'는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했으며 친구사이의 입장에서는 취재를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뷰 의도가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KBS가 인터뷰 요청을 하면 무조건 응해야 하는 건가? KBS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독재자인가?
반성하지 않고 자기정당화를 일삼는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더구나 자기가 잘못한 것을 남에게 덮어씌우는 것도 언론의 자세가 아닐 것이다. 취재파일 4321은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변명만 일삼을 생각도 하지 말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해당 방송에 대해 즉각 공개사과 하기 바란다. 또한 해당방송 웹싸이트의 VOD 다시보기 서비스중지와 정정보도를 강력히 요구하며, 해당 제작진에 대한 인권교육을 시행할 것을 다시한번 강력하게 요구한다.
2010년 12월 13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