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시 ‘남성간 성접촉 여부’ 묻는 <헌혈기록카드> 및
‘동성애자에게만 모든 성적 행위 금지 요구’하는 <부대관리훈령>은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
1.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보건복지가족부 고시 제2009-57호 <헌혈기록카드>의 10번 문진사항 및 국방부훈령 제1196호 <부대관리훈령> 제236조 제2항이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며 관련 내용을 수정 또는 삭제 권고할 것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였습니다.
2. 헌혈시 1년 내에 남성간 성접촉이 있기만 하면 채혈을 금지하는 <헌혈기록카드>는 남성 동성애를 차별하고 있습니다.
2-(1) 현행 <헌혈기록카드>는 채혈금지 대상을 확인하는 문항으로서 “10. 최근 1년 이내에 아래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까? 불특정 이성과 성접촉을 하거나 남성의 경우 다른 남성과 성접촉이 있다."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문항은 남성간 성접촉과 이성간 성접촉을 ‘특정성’에 있어서 차별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2-(2) 후천성면역결핍바이러스(HIV)는 보통 혈액이나 질분비물, 정액 등으로 전파되고, 감염된 혈액의 수혈이나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 등을 통해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입니다.
2-(3) 이성이나 동성과 상관없이 ‘불특정한 사람과 피임기구(콘돔)를 사용하지 않은 등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가 있었다’로 고칠 수 있음에도 현행 고시는 남성간 성행위는 특정’하건 ‘불특정’하건, ‘안전’하건 ‘안전하지 않’건 HIV/AIDS의 원인인 것처럼 규정하고 있어 남성 동성애를 명백하게 차별하고 있습니다.
2-(4) 이러한 헌혈 문진사항은 남성간의 성행위는 무조건 위험한 것, 그래서 남성간 동성애는 좋지 않은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퍼뜨립니다. 또한 이 문항으로 인해 남성 동성애자들은 불필요하게 사회로부터의 거부, 위축감 등을 경험하게 되고, 헌혈할 자유 또는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HIV/AIDS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 기초한 문진사항으로서 HIV/AIDS 예방에 있어서도 하등의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3. <부대관리훈령>은 동성애자에게만 모든 성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동성애자를 차별하고 있습니다.
3-(1) 이 훈령 제236조 제2항 전문은 "동성애자 병사의 병영내에서의 모든 성적행위는 금지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규정은 반대해석하면 ‘이성애자 병사’의 경우는 성적행위가 허용되는 것으로 보일뿐만 아니라, 동성애자 병사를 이성애자 병사와 달리 마치 성군기 위반 가능성이 높은 존재, 성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존재처럼 표현하고 있습니다.
3-(2) 2004년 『군대 내 성폭력 실태 조사』(국가인권위원회 인권상황실태 연구용역보고서)에 따르면 군대 내 남성간 성폭력의 가해자 중에 동성애자로 나타난 경우는 없으며, 외국의 연구에 따르더라도 남성간 성폭력은 남성 위계를 폭력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으로서 이성애자 가해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3-(3) 동성애자가 성폭력을 가해한 경우나 ‘성군기’를 해한 경우에도 당연히 이성애자 병사와 마찬가지로 <부대관리훈령>의 제4편 제4장 성군기 사고예방 및 <군형법> 제15장 강간과 추행의 죄로 규율할 수 있으므로 이 훈령 규정은 불필요한데도 굳이 이러한 규정을 두어 동성애자 병사를 차별 상황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3-(4) 이러한 규정으로 인해 군대 내에서 오히려 차별과 인권침해의 위험에 크게 노출된 동성애자 병사에 대해 편견과 감시를 강화할 위험이 대단히 큽니다.
4. 이러한 동성애 차별적 규정들은 그 존재만으로 동성애 혐오의 문화를 조장하고 동성애자들로 하여금 스스로를 숨기게 하고 성정체성으로 인한 고통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커다란 문제가 있습니다.
5.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국가인권위원회가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 <헌혈기록카드>와 <부대관리훈령>에서 동성애 차별적인 내용을 수정 또는 삭제할 것을 권고하고, 관련 부처 장관은 이를 받아들일 것을 강력하게 촉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