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에 ‘인권’을 허하라.
2009년 6월 5일은 청계광장에 인권의 이름이 새겨지는 날이다.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가치 인권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표현하는 인권영화들의 축제의 장이 열리는 날이다. 제13회 인권영화제 말이다. 그러나 6월 3일 서울시시설관리공단은 영화제 개막 이틀 전에 청계광장 사용을 불허 통보했다. 서울시는 이미 2월 신청 허가를 받아 사용료도 납부한 행사를 ‘시국관련 시민단체들의 집회장소 활용 등으로 부득이하게 시설보호 필요성이 있어 장소사용이 어렵다.’는 이유로 개막 이틀 전에 통보하는 무책임하고 상식 밖의 행동을 한 것이다.
인권영화제는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표현의 자유’를 바탕으로 인간으로서 당당하게 이야기하고, 누려야하는 보편적인 가치인 인권을 말하는 영화제다. 이번 영화제 개막작은 지난 용산 참사의 이야기를 다룬 기록물이다. 현재 대학생들의 현안인 등록금 문제를 다룬 작품도 있다. 빈곤, 노동, 평화, 여성 등 사회 곳곳에 만연한 문제들을 다룬 다큐멘터리 중심이다. 이러한 중요한 문제를 다룬 영화제를 두고 서울시 관계자는 “상영작 다수가 시국과 관련된 내용으로 확인돼 행사가 시국관련 불법 집회로 변질될 우려가 있어, 경찰과 협의 해 사용 승인을 취소한 것”으로 이야기한다. 일방적인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에 반대하는 그 어떤 목소리도 불법으로 낙인찍어 봉쇄하는 이런 움직임은 표현의 자유의 죽음일 뿐만 아니라 인권이란 가치 속에 품어온 희망 불씨를 짓밟아 버리는 것이다.
현 이명박 정부에서는 등록금이 너무 비싸 공부하기 힘들다고 표현할 수도 없고, 폭력적 경찰 탄압에 죽음을 당한 시민들이 억울한 이야기를 알리지도 못한다. 모두 다 불법 폭력 시위이고, 국가 이미지를 망치는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는 윽박지른다. 성소수자가 청계천 거리에서 당당하게, 안전하게 행진을 하고 싶어도 경찰은 집회 신고 자체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있었던 행사여도 말이다. 즉 오로지 상위 1%에 해당하는 부자들은 돈 잘 벌고, 소시민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히 살라는 말이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인권이 뭐고, 표현의 자유는 뭐냐고 코웃음 친다. 지난 12년 동안 꾸준히 잘 치러온 인권영화제가 거리에, 광장에까지 나와서 인권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이 땅에 인권을 알리고,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것을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불법집회인가? 폭력시위인가? 서울시는 청계광장에 인권을 허해야한다. 이명박 정부는 반드시 투쟁의 거리로 나서는 인권을 향해 불의 권력에 맞서는 인권영화제에 청계광장을 허해야한다.
2009년 6월 4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