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거듭해온 호주제 폐지가 구체화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정부는 28일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호주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혼인신고 때 협의에 따라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도 있고,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또 호주에 관한 규정을 비롯해 호주제를 전제로 한 입적·복적·일가창립·분가 규정을 없앴다.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 개정안이 이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그간 호주제의 문제로 지적돼온 남아선호 사상과 여아 낙태, 재혼 가족 문제, 성비 불균형 등 사회적 문제가 점차 해소될 전망이다.
이는 가부장제 가족의 상징성이 해체되는 것뿐만 아니라 여성을 비롯, 가부장제 가족 안에서 그간 자기 삶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다양한 소수자들의 숨통을 트이게 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며, 여전히 호주제 폐지에 반대를 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사오정 딴소리 말고 부패 정치 자금 수수에 대한 속죄로 국회 앞마당에 돗자리 깔고 석고대죄나 올릴 일이다.
허나 새로 의결된 이 민법 개정안은 여전히 동성애 차별적인 독소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애초에 삭제하기로 상정되었던 '가족 범위'가 바로 그것이다. 22일 고건 총리의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여러 국무위원들이 가족 개념 해체에 대한 우려를 전한 것이 계기가 되어, 28일 국무회의에서 가족의 범위를 재규정하면서 유지키로 새로 개정안을 의결했던 것이다.
28일 통과된 개정안에는 가족의 범위를 ▶부부 ▶그와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 ▶부부와 생계를 같이하는 그 형제.자매로 재규정했다.
이는 아직껏 동성애자 결혼이 합법화되지 못한 상황에서 동성애자 커플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부부, 직계혈족' 등의 기존 이성애적 가족 개념으로 여전히 억압하고 있는 것에 진배없을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자면, 동성애자 커플은 말할 필요도 없고, 사위와 장모의 관계 같은 실제적인 가족 형태도 가족이 아니다.
혼란한 재신임 정국이라 그런지 보수 인사들의 이해나 담보한 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못하고 의결된 민법 개정안의 '가족 범위' 조항은 초라한 웃음거리에 지나지 않으며, 여전히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들을 무지와 편견으로 배제하려는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할 것이다.
가까운 대만에서도 어제 동성애자 결혼이 합법화되고, 이미 프랑스에서는 팍스시민연대법처럼 동성애자 커플을 비롯한 동거 커플도 법적인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말로만 세계화를 외치지 말고 노무현 정부는 한국 사회의 호주제, 그리고 '가족 개념'이 얼마나 시대에 뒤쳐지는 억압의 산물이자 구닥다리 농담인지도 눈여겨 보길 바란다.
한국 남성 동성애자 인권 단체 '친구사이'는 가부장제 가족의 상징물인 호주제가 폐지되기를 열렬히 바라며, 더 나아가 '가족 개념'이 다양한 소수자들을 포함하는 열린 내용으로 채워지기를 간곡히 바란다.
더 이상 동성애자들을 우롱하지 말라. 정부는 현재 각계에서 비판받고 있는 '가족 범위' 독소 조항을 삭제하여, 진정으로 호주제 폐지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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