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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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가이드] 이제는 너의 색을 밝혀라!
한국에서 살아가는 성소수자에게 5월은 매우 특별한 달이 되었다. 10여년을 이어온 퀴어문화축제가 퍼레이드를 통하여 그 시작을 알리는 달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게 5월은 고난의 달이다. 내 성정체성을 긍정한 이후로 성소수자단체에서 일을 하다 보니 축제를 즐기기 보다는 준비하기에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퍼레이드의 뒤를 이어 서울LGBT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에 더더욱 짬을 내기가 어렵기도 했다. 여튼 그래도 모두들 축제를 즐기고 퍼레이드에서 마음껏 놀기를 바래본다. 마음껏 놀면서 서울LGBT영화제에도 많이 참석하기를 바라는 맘이다. 한국에서 성소수자를 환영하고 그들을 위한 영화축제이니 말이다.
이번 11th 서울LGBT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상영작들이 잘 구비된 섹션의 안정화이다. 물론 전에도 섹션들이 있었지만 이번 영화제에서는 대폭적으로 손질하여 관객들이 영화를 선택하기에 편하게 되어 있다.
먼저 핫 핑크 색션을 통해 본 영화제가 주목하는 영화(혹은 이슈, 그리고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을 배치했고,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레인보우에서 착안하여 6색의 레인보우 섹션을 신설했다.(각각의 의미는 상영관에서 확인하시길...) 더불어 특별전을 구비해 퀴어들의 눈으로 새롭게 의미를 짚어보는 섹션도 준비되어 있다. 올해 특별전에는 2009년과 2010년에 국내에 들어온 퀴어 작품들을 준비했다. 영화란 작품은 어떤 공간에서 누구랑 보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퀴어영화들은 역시 퀴어들과 함께 보는 것이 제 맛이다. 성소수자의 멋스러움을, 성소수자의 재기 발랄함을 우리 말고 누가 알아주겠느가? 이번 기회를 통해 가족들과 혹은 친구들과 그리고 연인과 함께 보는 재미를 가져보기를 권한다.
더불어 이번 영화제의 두 번째 특징은 규모가 단단해졌다. 집행위원뿐 아니라 홍보대사 등 성정세청에 상관없이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지지하는 이들의 참여로 영화제의 조직은 단단해졌고, 점점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었다. 그것은 꼭 올해뿐만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영화제 횟수가 늘어날수록 빛을 발한 것이다. 서울LGBT영화제와 함께 나아가는 이들이 많아지는 건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이런 기분 좋음을 한국에서 살아가는 많은 성소수자들이 함께 느껴보기를 바란다.
우연히 17년 전 1998년 제1회 서울퀴어영화제(서울LGBT영화제는 아니다.) 열릴 당시 어딘가에 기고한 글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그 때는 음지에서 양지로, 당신의 참여로 인하여 한국 성소수자 인권을 높일 수 있으니, 꼭 참여하라는 글이었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솔직히 이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 증진이 몸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여전하게도, 한국의 성소수자들이 발 벗고 나서서 성소수자들의 문화 행사에 적극 참여하기를, 그렇게 해서 얼마나 많은 것들이 변화 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싶고 우리 스스로가 주체가 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