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6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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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2] 퀴어퍼레이드
[참관기] 2011 퀴어퍼레이드 - 우리가 세상의 기적!
덥다... 그래도 비는 안 오잖아.
사무실은 아침부터 부산하다. 사실 퍼레이드 전날은 더 부산했다. 퍼레이드 차량 꾸민다고 자원봉사 와주신 미모의 천사님들과 회원들이 복닥복닥 밤늦게까지 고생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부터 상기된 표정으로 짐을 나르는 예쁜이들이라니. 어쨌거나 축제가 열리는 한빛미디어파크에 도착했다. 아~ 더 더워. 분주하게 부스를 차렸다. 친구사이는 친구사이 소개와 올해의 야심작 ‘퀴어타운 인 코리아’와 동동주가 있는 ‘청사초롱’ 이렇게 대규모로 판을 벌렸다. 아 역시 우린 좀 멋있어. 푹푹 찌는 날씨에 찐만두가 된 기분이었지만 비는 안 오잖아? 그러면 됐지. 뭐.
와~ 퍼레이드다!
올해의 친구사이 프로그램은 다양했다. G_Voice 노래배우기, 플래시 몹, 강강술래, 5천원의 미션, 그리고 야심작 퀴어타운까지. 워낙 뜨거운 날씨 덕에 바닥까지 잘 달궈져 본의 아니게 야외찜질방 행사가 된 G_Voice 노래배우기는 그런 조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호응이 있었다. 부록으로 입술의 순결(응?)을 경매해서 친구사이 재정에 5천원을 보탠 샌더 회원의 눈물겨운 단체사랑은 꼭 언급하고 싶다. 그보다 더 많은 호응은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플래시 몹. 목발을 사용하던 어떤 여성도 뛰쳐나가 합류하게 만든 치유의 기적까지 보여준 플래시 몹에 이어 바로 진행된 강강술래 역시 인종, 국적, 성별, 나이를 막론하고 가열찬 참가로 인기몰이에 대성공을 거뒀다. <퀴어타운 인 코리아> 부스는 많은 기대를 했는데도 그 기대를 뛰어넘는 사람들의 반응. 많은 분들이 많은 질문을 해서 퀴어타운 팀은 쉴 새도 없었다. 당장 만들어 분양한다면 우리 떼돈 벌 기세. 하지만 수수깡으로 지을 건 아니니 눈물을 머금고 당장의 분양은 포기하고 대망의 퍼레이드 준비를 시작했다. 올해 ‘우리가 세상의 기적’이라는 간판을 단 친구사이 트럭에 올라 아름다움을 뽐낸 사람은 김조광수 감독님, 샌더님, 길님, 현석님, 잡채리나님. 그리고 홀연히 나타나서 사라지는 바람에 누군지도 모르는 분이 탑승. 그리고 예쁜 머리띠를 한 회원들이 퍼레이드를 따라가며 2011년 퀴어퍼레이드 행사에 꽃을 달았다.
우리가 세상의 기적!
즐거운 표정으로 당당하게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알리고, 춤추고 노래하며 퍼레이드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는건 정말이지 행복한 시간. ‘매일매일이 퀴어퍼레이드 날이었으면’하는 생각을 했다가 내가 상근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굳이 퍼레이드는 하지 않아도 매일매일이 이렇게 당당하고 즐거운 날이었으면’으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런 작은 몸짓과 우리의 노래소리가 퍼질 때마다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갈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맨 앞에는 우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의 기적이 되어가고 있다는 걸 이렇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