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페인은 제1당인 국민당과 카톨릭 교회를 한 축으로, 또 동성애자들과 사회당을 한 축으로 요란하게 설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AFT는 2004년 새해 아침에 스페인에서 벌이지고 있는 이 요란법석을 자세하게 보도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스페인 1당인 국민당과 로마 카톨릭 교회는 결혼하지 않은 동거 커플들의 법적 지위는 '사회 안정망'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들을 제지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싸움은 얼마 전 스페인 교회의 수장인 카디날 추기경이 텔레비젼 토론회에 나가 사회당을 비판하며, 동성애자, 미혼모 등을 포함한 결혼하지 않은 커플들을 '아이를 가지는 인간의 본성에 위배되는 자'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유럽에서 결혼한 커플들과 마찬가지로 비결혼 동거 커플들의 법적-경제적 지위를 보장하라는 요구는 이미 냄비 위로 넘치는 뜨거운 물처럼 유럽 전역에 걸쳐 비등한 상태입니다. 얼마 전 마침내 프랑스에서 비결혼 동거 커플들의 파트너쉽을 보장하는 '팍스시민연대협약'이 성공적으로 입안되면서 근접한 다른 나라의 동성애자들에게도 상당한 자극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스페인 카톨릭 교회와 13년만에 사회당을 갈아치우고 대권을 장악한 보수 여당 국민당에서 동성애자 커플들의 파트너쉽을 일부분 인정하고 있는 지방 법률안을 계류시키면서까지 비결혼 동거 커플들의 요구를 절대 들어줄 수 없다고 선전 포고를 내린 것입니다.
현재 스페인의 동성애자들과 사회당, 심지어는 국민당 내부의 동성애자 그룹에서도 들고 일어나 국민당과 카톨릭 교회를 맹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사회당은 이들을 '불관용의 마초이즘' 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스페인 레즈비언 게이 트랜스젠더 바이섹슈얼 연대(FELGT)는 납세 거부 운동fiscal objection을 펼치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이등 시민 계급이라면 왜 우리가 일등 시민의 세금을 내야하는가?"
이같은 격렬한 대치 속에서, 지금 현재 스페인 각 지방에서는 비결혼 동거 커플들의 동등한 파트너쉽을 인정하는 법안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투표를 진행하고 있거나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향후 결과가 주목됩니다.
이제사 '옥탑방 고양이' 같은 동거 문화에 대해 신기해하는 한국의 입장으로 봤을 때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이후 결국엔 우리 역시 부딪혀야 할 문제임에 분명할 것입니다.
스페인 게이 프라이드 퍼레이드 사진
http://www.orgullogay.org/ver2002fotos05.htm
2003-12-30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