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상근로봇은 시험을 마치고 나올 때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입술을 꽉 깨물었더랬죠.

'시바... 내가 겨우 한나절 시험 보자고 그간 이렇게 살았던건가...'


분하고.. 허망하고.. 막상 시험 보고 나면 막 개운하고 해방된 것 같고 그럴 줄 알았는데 그렇지만은 않더군요.

그런데 어제도 말한 것처럼, 수능 그거 아주 작은 거예요.
그땐 그게 전부인 것 같았는데.

언젠가 아주 힘들었던 세미나를 마치고 집에 와서 음악을 듣는데
가사가 어찌나 마음에 와닿던지 정말 펑펑 울었던 적이 있었죠.




사람들은 손을 들어 가리키지
높고 뾰족한 봉우리만을 골라서

내가 전에 올라가 보았던
작은 봉우리 얘기 해줄까
봉우리 지금은 그냥 아주 작은
동산일 뿐이지만 그래도 그때 난
그보다 더 큰 다른 산이 있다고는
생각지를 않았어
나한테는 그게 전부였거든
혼자였지
난 내가 아는 제일 높은 봉우리를 향해
오르고 있었던 거야
너무 높이 올라온 것일까
너무 멀리 떠나온 것일까
얼마 남지는 않았는데
잊어버려 일단 무조건 올라보는거야
봉우리에 올라서서 손을 흔드는거야
고함도 치면서
지금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아냐
저 위 제일 높은 봉우리에서
늘어지게 한숨 잘텐데 뭐

허나 내가 오른 곳은
그저 고갯마루였을 뿐
길은 다시 다른 봉우리로
저기 부러진 나무등걸에
걸터 앉아서 나는 봤지
낮은 데로만 흘러 고인 바다
작은 배들이 연기 뿜으며 가고

이봐 고갯마루에 먼저 오르더라도
뒤돌아 서서 고함치거나
손을 흔들어 댈 필요는 없어
난 바람에 나부끼는 자네 옷자락을
이 아래에서도 똑똑히
알아 볼 수 있을테니까 말야
또 그렇다고 괜히 허전해 하면서
주저앉아 땀이나 닦고 그러지는 마
땀이야 지나가는 바람이 식혀주겠지 뭐
혹시라도 어쩌다가
아픔같은 것이 저며 올때는
그럴땐 바다를 생각해 바다
봉우리란 그저
넘어가는 고갯마루일 뿐이라구

하여 친구여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바로 지금 여긴지도 몰라
우리 땀 흘리며 가는
여기 숲속의 좁게 난 길
높은 곳엔 봉우리는 없는지도 몰라
그래 친구여 바로 여긴지도 몰라
우리가 오를 봉우리는


---
그런데 더 살아보니까 진짜 그렇더라구요.
그냥 작은 봉우리일 뿐이에요.
그 봉우리 아니어도 다른 길도 있어요.
그러니 결과가 어떻더라도, 너무 자만하지 말고, 너무 슬퍼하지 말고.

잠시 다 잊고..

그간 마음 고생, 몸 고생한 자기 자신에게 선물을 주는 시간을 가지세요.
다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어요.
고생 많았어요.

이제 즐겨요!


드라미 2011-11-12 오전 09:01

ㅠㅠ 수능을 잘 보진 못해서 기분이 좋진 않았는데 (그래도 기죽진 않는, 생기있는 나란남자..) 수능 전날에 문자도 보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수능 끝났으니 좀 놀아주고, 수시를 노려봐야겠어요. ㅎㅎ

세호 2011-11-12 오후 22:23

잘보지못한2인이지만. (지방이기도 하지만 수시니 ㅁ...)
좋은말씀 감사합니닷~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11984 덕수궁 미술관에서 프랑스 화가의 전시회.. +13 황무지 2007-01-04 1302
11983 잘 다녀왔어요.. +3 금영이 2003-11-17 1302
11982 친절한 남자... +3 skat 2004-02-28 1302
11981 활력토크-청소년 이반, 성소수자 단체에게 말한다 +6 인권학교기획단 2005-08-02 1302
11980 현수막 "제대로 걸기 대작전" +1 기즈베 2013-01-16 1302
11979 6월 20일 토요모임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 Timm 2015-06-15 1302
11978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후원자 이야기 낙타 2014-04-21 1302
11977 새해 첫 선물 +5 종순이 2014-01-15 1302
» 드디어 수능 끗! - 수험생들에게 보내는 상근로봇... +2 지나 2011-11-11 1301
11975 [2월12일, 토요모임] 영화 '원터스 본' +2 토요모임 2011-02-08 1301
11974 화장하는 학생들, 화장하는 남성들 +7 설레설레=니지=깜짝 2011-04-26 1301
11973 후훗 - _-... 후...記 +6 MEI 2010-06-27 1301
11972 17일 자정이 임박하면서 박래군 소장에 대한 ... 친구사이 2015-07-29 1301
11971 교수님 룰루 2004-07-07 1301
11970 서울시립대 근처 계신분들 놀러오세요~ 진서기 2013-04-10 1301
11969 차별금지법 입법예고에 반대의견이 넘쳐나요! +22 차돌바우 2013-04-08 1301
11968 간통죄는 동성간에는 성립되지 않는 걸로 알고 있... 최원석870629 2014-10-13 1301
11967 화를 낸다는 것은 피타추 2010-12-10 1300
11966 작년 엠티 : 잔인한 사진 한 장 +3 개말라네 암캐 2006-05-13 1300
11965 계룡산입니다. 언니, 동생들... 함께가요 우리...^^ +12 기즈베 2005-09-29 1299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