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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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슴 2003-12-05 10:56:36
+3 1607
bang bang, 쉐어




6년만인가요?
오래간만에 타란티노가 '킬 빌1'을 들고 나타났습니다. 킬 빌은 타란티노식 페스티쉬(혼성모방)의 종합본입니다. 싸구려 b급 영화들의 이미지를 닥치는 대로 긁어모아 새로운 누더기 작품을 만든 거지요.

'패러디'가 기존 작품의 의미를 재해석해내는 의미론적 전이 과정이라면, 페스티쉬는 의미를 소거시킨 기표들의 짜깁기, 놀이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르지오 레오네의 마카로니 웨스턴과 장철의 쇼 브러더스 무협활극, 일본의 b급 잔혹 영화들의 부분들을 발췌하여 영화광다운 기개로 엮어내는 타란티노의 솜씨야 대단한 게 분명하지만, 각기 그 영화들이 7, 80년대 헐리우드 그늘 밑에서 자생하며 품어왔던 제 3 세계의 한, 그 의미를 모두 헐리우드식 패러다임으로 용해해버린 것은 어쩔 수 없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암튼 17초인가 14초인가, 싸가지 없는 한국 심의 위원들에 의해 잘려졌던 킬 빌1의 음악 선곡의 솜씨는 역시 타란티노답더군요.

게 중 (제 귀의 기억이 맞다면) 쉐어가 부른 듯한 bang bang이라는 노래가 복수극의 비장미를 더하기 위해 줄곧 흘러나옵니다. 근데 이 노래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웃음이 나오더군요.

올초 프랑스와 오종 영화제 때 가서 본 단편 세션 중에 관객들로부터 가장 각광을 받은 단편영화 '섬머 드레스'라는 영화의 메인 테마곡이 바로 이 bang bang인데, 이 영화에서는 잘 생긴 백인 총각이 총 쏘는 흉내를 내며 립씽크를 할 때 이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이 영화의 압권인 장면이죠.

이 영화를 보고 나서 허겁지겁 뱅뱅 노래를 찾아 헤매던 금영이 씨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예전에 그 섬머 드레스의 뱅뱅 노래를 다운 받았는데, 제 컴퓨터를 다 뒤져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대신, 쉐어의 노래를 위에 올려놨어요. 이미 이 노래는 (아, 기억이 날 듯 말 듯) 헐리우드의 다른 영화에 삽입된 적이 있었습니다.


p.s

한? 님의 부탁을 듣고 영화 소개 올린다는 꼬락서니가 노래만 올렸네요.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