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2009-10-15 01:07:38
+22 836

2001년 여름 우연히 만나 연애란걸 하게 되었는데 벌써 3,000일 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처음엔 참 많이도 싸웠었는데...

그런데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다투는 횟수는 점점 줄어들게 되더군요. 돌이켜보면 다툼의 원인은 대부분이 서로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 때문이거나 상대방에 대한 나만의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대부분의 관계가 이런 부분 때문에 위기를 겪게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린 운이 좋게도 잘 헤쳐 나온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모든 공로는 전적으로 나에게는 한없이 자상하고 너그러운 내 파트너에게 돌아 가야할 것 같습니다.

어디다 내놓을 만큼의 긴 세월은 아니지만 나름 오랫동안 같이 살다보니 이제는 서로의 기분이나 상황을 이해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예전보다는 많이 생겨난 것 같습니다.

당시에는 마치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크게 다가왔던 것들이 지금은 잔잔한 웃음한번으로 살짝 넘어갈 수 있다는 것도 세월이 흘러서 가능한 것이겠지요.

의도치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성소수자인권운동 1세대로 10여년의 세월을 지내오면서, 무수히 많은 일들을 겪었었고 몇몇의 사람들과 몇 번의 사건들은 내 가슴에 큰 생채기를 내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이 길 묵묵히 여기까지 오기까지는 늘 같은 모습으로 내 곁에 있어준 지금의 내 파트너가 있어 많은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3,000일과는 비교도 안되는 세월을 동행하며 때론 서로의 늘어나는 주름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때론 소주 한 잔에 웃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벗들이 있어 참 고맙고... 행복합니다. 이들과 함께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내 작은 힘 보태다 생을 마감한다 해도 후회 따위는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7244 "병영내 동성애 처벌조항 삭제해야" <- 왜 이제... +1 차돌바우 2009-10-15 947
7243 건강을 기원해 주세요 +8 박재경 2009-10-15 582
7242 중공 그림자만 봐도 '알아서 기는' 싱가포르 진선 2009-10-15 567
» 3,000일, 고맙고... +22 2009-10-15 836
7240 동성애자 수천명 워싱턴서 시위 +2 기즈베 2009-10-15 891
7239 보이존 멤버 게이틀리 사망.. +2 기즈베 2009-10-14 1104
7238 5월 22일은 '하비 밀크의 날' +2 기즈베 2009-10-14 783
7237 직장 동료에게 커밍아웃 하기 ㅎㅎㅎ +5 박재경 2009-10-14 948
7236 반차별공동행동 웹진 차차차 3호 Timm 2009-10-13 543
7235 오늘 저녁 만나실분. +1 훈남 2009-10-12 785
7234 언니 실종사고.... +2 차돌바우 2009-10-12 702
7233 좀 된 김정일 관련한 Out.com의 칼럼 +2 기즈베 2009-10-11 910
7232 “동성애 편견 없애자” 앞장 기즈베 2009-10-11 627
7231 美, 동성애자 혐오 연방범죄로 취급한다 기즈베 2009-10-10 741
7230 친구사이 회원 기사... +5 Timm 2009-10-09 869
7229 언니 장학회 +6 언니장학회 2009-10-09 530
7228 성격테스트 MBTI해보세요 성격좋은녀 2009-10-09 754
7227 채정안 "클럽 꽃미남 모두 호모XX" +1 안티기즈베 2009-10-09 1009
7226 이슬람교 축구 클럽 "동성애자와 경기 못해" 기즈베 2009-10-09 699
7225 제4회 지_보이스 정기공연 '삔 꽂는 날'이 열립니다. +12 짝퉁홍보녀 2009-10-08 629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