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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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문화제가 열렸어요.

오늘이 오일째인가요...

국가인권위를 대통령직속기구로 변경시키겠다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결정에 반대하는 인권단체들의 농성이 벌어지고 있어요. 물론 성소수자단체들도 참여하고 있답니다. 

저는 오늘 수영모임 마린보이에 나가서 물질 좀 하고, 모임 사람들이랑 같이 짜장면 한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또... 영화 클로버필드를 보고 나서... 그래도 시간은 남길래...^^ 명동성당 앞 촛불문화제에 참석했어요.  대표님커플^^과, 이쁜이, 광수언니도 같이요...

날씨가 많이 풀렸다고는 하지만... 해진 후의 명동성당 앞은 많이 춥더이다. 

 지병인 관절염에에다 몸살기까지 겹친 이모양은 옆에서 이빨을 딱딱 부딪치고 있고... 아침부터 나와 있었던 걸로 보이는 농성참가자들은 얼굴이 이미 파랗게 얼어 있더군요.

앞에서 열심히 발언을 하거나, 감동적인 노래를 하고, 또 깜찍한 춤을 추며 열심히 힘을 북돋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솔직히 내용은 잘 들어오지 않고 계속 춥기만 했어요. 어제 세계사회포럼 집회에 이어 이틀째 찬바람을 맞으면서 당장 내 몸이 힘드니까... '좀 색다르고 재밌는 집회나 농성방식은 없는 건가..." 라든가 심지어는 "내가 여기서 뭘하고 있나' 하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게다가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의 무심한, 가끔은 곤혹스럽게 보이는 시선들이라니...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과거를 잊고 사는 거 같아요.  노무현정권이 잘못한건 쉽게 기억하는데, 이십년 전... 전두환,노태우, 김영삼 시대의 암울했던 기억은 쉽게 잊어버린게 아닌가 싶었어요.  그 차갑던 시절을 이겨낸 인권활동가들의 기억과 소중한 성과물들도 함께 말이죠...

유혹에 살짝 흔들리긴 했지만 그래도... 저는 제가 오늘 한 일 중 젤 장한 일을 꼽으라면,

명동성당 앞에 가서 제 미모와 기갈을 나눠주고 온 일이라고 꼽겠어요. 국가 인권위원회가 대통령 딸랑이 종속기구가 되든 말든, 어떤 차별금지법안이 통과되든 말든, 호모포비아인 MB 씨가 대통령이 되든 말든, 나혼자 벽장속에서 조용히 밥먹고 살면 행복하진 않을 거 같아요.  분명 누구라도 그렇게 살면서 행복을 느낄 순 없을 것 같지 않나요?...

아무튼 모두들 수고 많으셨어요.  저는 오늘 이불 뒤집어 쓰고 따뜻한 방에서 자겠지만... 우리를 대신해서 차가운 길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침낭에서 밤을 새는 분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짠하네요.

농성은 당분간 계속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명동 근처에 자주 다니시는 분들 있음 한번씩 찾아가서 격려와 지지 많이 보태주세요.

 

                                           - 이상 진지한 코러스보이를 가장한 미모의 리포터 김하나였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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