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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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곤 2004-01-15 05:18:55
+5 1133
엄마 : 너 언제 내려오냐?
나 : 몰라! 가기 싫어 죽겠어.
엄마 : 얼레, 왜? 명절 땐게 내려와야지.
나 : 아이고 그냥 명절 때만 되면 죽겄당게. 나 내년부턴 명절만 되면 외국이라도 훌쩍 떠나버릴 거야.
엄마 : 얼레, 엄마가 있는디 왜 안 내려와.
나 : 우리집에 내려가는 거야 좋지. 근디 친척들 만나고... 세배 하고, 잔소리 듣고 짜증나 죽겠어.
엄마 : 긍게. 그려도 내려와야지.

나 : 엄마 그 의사 형 있잖아.
엄마 : 어. 접때 나, 병원에 있을 때 왔던?
나 : 응. 그 형, 아프리카 가서 속상해 죽겠어. 내가 농으로 그 형 가는 길에 대고 그랬지. 넌, 올해 명절 때 안 내려가도 좋겠다.
엄마 : 왜 갔는디?
나 : &(&(^*(%%(%%^)*^)^))^)%*%()*)
엄마 : 그려? ..... 사람 참 좋게 생겼더만.
나 : 암튼.... 이젠 명절 때만 되면 동쪽으로 서쪽으로 막 도망다닐틴게 그런 줄 알어.
엄마 : -.-


'그래도' 결혼해야 하지 않냐는 친척들의 잔소리. 하긴 난 이미 오래 전에 커밍아웃을 해버렸고, 그런 잔소리가 나올 때 눈을 슬쩍 흘기거나 무겁게 입을 다물어버리면 그 서슬에 친척들 잔소리가 10초 이상 넘어가진 않지만 '그래도' 정말 왕짜증....

결혼한 여자 친구들과 명절 때만 되면 전화를 한다.

"우리 꾹 참고 살아오자. 히히..."

결혼한 여자는 집안 일 스트레스에, 게이는 결혼 압력 스트레스에... 후후... 하지만 이것도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잠정의 스트레스일 게다. 아마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잔말말고, 올해는 여동생들 남자 친구들과 함께 놀 윷이나 조용히 깎아야겠어요. 아니면 구정 올 때까지 애인을 사귀어서 집에 함께 내려가 같이 놀던지. 같이 내려갈 용의 있는 분은 빨리 연락주세요, 내려가는 차편 알아보게. ^^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