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생의 남편(매제, 맞나?)과 통화를 했다.
얘기의 주된 내용은 결혼 삼 년차 만에 첫 임신을 한 동생의 안부였다.
통화 내내 매제는 몇 달 후면 아빠가 된다는 설레임과
동생의 입덧에 대한 걱정 등으로 목소리가 평소보다 격양돼 있었으나,
기쁨과 행복에서 나오는 목소리의 가느다란 떨림을 숨기지는 못했다.
통화가 끝났지만 매제의 목소리 끝의 떨림은 주위에서 오랫동안 파장을 그려나갔다.
저번 수영모임을 나가러 가는 길에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는 부자(父子)를 보았다.
유독 그들이 내 시선에 들어왔던 것은 서른 중반쯤으로 보이는 사내와
이제 겨우 네 댓 살쯤 보이는 꼬마가 청바지에 파란색 패딩 조끼를
커플티로 입고 있어서였다.
평소 커플티를 입고 다니던 사람들에게 질투와 시샘 어린 시선으로
혼잣말로 "유치하긴"이라는 단어를 흘리고 거들 떠도 보지 않았었는데,
이상하게 그 커플(?)에겐 자꾸 시선이 가고
무슨 '궁'에 대하여 나누는 그들의 대화에 자꾸 귀가 솔깃해졌다.
그리고 수영장으로 향하는 발들이 땅에 찌익 끌리어갔다.
진정 좋아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입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평소, 게이여서 결혼 안 해도 되는 게 너무 좋다고 입방정을 떨던 나의 말들이
얼마나 상처로 남겨졌을지, 생각하니 자꾸 도리질이 쳐 졌다.
어쩔 수 없다고 포기해 버린 마음을 애써 위무하려는 속임수는 아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