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니다'체를 쓰다보면 너무 격식따지다 보니까 글 쓰기가 힘이 들더라구요. 제목 말마따나 정신없이 산만한 글인데 이해해주십시오.ㅋ
17일에 서울에서 약속이 있었다. 겸사겸사 일찍 올라가 '친구사이'엘 놀러가고 싶었다.
그런데 금요일 밤에 친구 차에 전화기를 떨어뜨렸고, 다음 날 느지막이 돌려받았다. 거기에서 시간이 미뤄지고 꼬여서 선약 시간에도 살짝 늦고 말았다.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실행하는 데에 있어서 또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타이밍'이란 것이 몹시 중요한데, 이 타이밍이랄 것이 아쉽게도 저번 주 토요일엔 '나와 친구사이' 사이에 잘 맞지 않았던 가보다. 시골 촌놈이 서울에 자주 가는 것도 아니라서 꽤 아쉬웠지만 대신 원래 약속에서 참 즐거운 시간을 채울 수가 있었다.
어젯밤부터 선생님 한 분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소위 좌빨이라고 폄하되는 분인데, 거두절미하고 난 그 사람의 볼품없는 혁명이 잘 되기를 바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새 대안학교를 계획 중이시란다. 그리고 선생님은 나에게 ‘함께 했으면 한다.’ 하셨다. 난 맘이 무거웠다. (사람이 다 이상한 게 맞지만) 난 이상한 사람(눈총 받게 될 게이ㅋ)인데 내가 선생님 곁에 있는 게 도리어 누가 되지 않을까. 사람들은 일단 부정하려 하면 ‘합리’를 떠나 무조건 나쁘다고 싫어하려고 애쓰는 경향이 있는 거 같다. 일이 잘 되길 바라는 그 사람 곁에 게이가 붙어있어서 무조건 배격당하시진 않을까 샘께 지레 미안하고 두려웠다. (사실 두려움 이전에 함께 하자는 이야기에 기뻤지만.)
혼자 괴물취급 받는 것쯤은 각오하고 있지만, 나로 인해 내 옆에,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누가 되고 싶지 않다. 이런 강박관념이 있다.
선생님은 한 동안 말을 생각하시더니 이렇게 이야기를 하셨다. 나도 누를 끼치기 싫은 분들이 있어. 그러다가 지금 내가 그런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각을 해봤는데, 이 ‘누’랄 것이 생명에 지장이 없는 거라면 상관이 없겠다 싶어.
나를 까발렸다. 까발려진 내게 저런 이야기를 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그럼에도 나의 강박관념은 쉽게 내려놓지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