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아도니스 2003-11-11 15:21:58
+2 1762

톨루즈 로트렉 'confetti'


저를 사세요.

당신은 절 선택함으로써 현명한 판단을 내리게 되는 거에요. 절 사세요. 제 영혼과 몸뚱이를 아주 싼값에, 모두 드려요. 당신의 호주머니 속 걱정일랑 하지 마세요. 아주 아주 값이 싼 놈이랍니다. 당신의 눈이 맑고 슬픈 빛을 띠고 있다면, 거저 드릴 수도 있어요.

저를 사서 거적대기에 둘둘 말아 구루마 위에 올려놓으세요. 그럼 전 당신의 고삐가 쥐어져 있는 방향으로 잠자코 숨도 쉬지 않고 그렇게 따라갈게요. 흔들흔들 구루마가 흔들리는 대로 몸뚱이를 가만히 놔둘께요. 혹시 눈물을 흘릴까 모르니 거적대기 밖으로 눈마저 내놓진 않을께요.

왜 로트렉 같은 고집쟁이들이 창녀 이미지에 매료되는지 아세요? 바로 저처럼 그들은 육체를 팔고 있기 때문이에요. 팔리는 거, 자기 주관의 왕국을 포기하는 순간이에요. 집요한 자기 나르시즘에 빠져 있는 그들, 잠시 자아로부터 해방되고 싶어 창부가 되고 싶은 거에요. 그래서 그들이 그려낸 창녀는, 의자 위에 다리 하나를 얹어놓고 스타킹을 살며시 내리다가 잠시 주인이 안보는 사이 슬픈 빛감의 눈으로 비 나리는 창문 밖을 슬쩍 훔쳐보곤 하죠.

하지만 전 절대 그런 표정 짓지 않을께요. 단 한 순간도 당신을 외면하는 표정을 지어 당신의 영혼을 불안케하지 않을 테에요. 그러니 저를 사세요. 품질은 보증할 수 있어요. 제 손톱은 선홍빛으로 불타고 있고, 제 머리칼은 당신 몸 위에 그늘을 드리울만큼 부드러워요.

저를 사세요. 사랑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아요. 당신의 소용이 끝나는 날 아침, 저기 이슬에 찬 풀밭 둔덕에 슬쩍 버리고 가도 원망하지 않을께요. 돌아보지도 않은 채, 저 멀리 휘적휘적 사라져가는 당신의 발뒤꿈치만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께요.

저를 사세요. 저를 사는 댓가로 당신은 단 십 분만 제 눈을 깊이 들여다보시면 돼요. 당신의 눈 속에서 익사할 수 있는 단 십 분이면 돼요.

보나마나 절 선택하신 당신의 눈은 제가 익사하기 딱 좋을 만큼 아름다운 검푸른 심연일 거예요.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904 싱글에게 바치는 노래 +2 내의녀 시연 2003-11-05 1763
903 건사연 사람들과. +5 그림연필 2013-07-30 1765
902 2014 여우주연상, 신인여우상 사전 투표를 시작합... +6 만루 2014-12-09 1765
901 올해 친구사이 마지막 번개 - 니 손이 필요해!!!!! 종순이 2013-12-19 1765
900 [울산] 슈퍼스타K6 2차 예선 사진 (1탄) [1987년]최원석 2014-03-23 1765
899 레즈비언 (전)지방의원 오츠지가나코씨와의 면담 +3 삶은희망 2007-09-03 1768
898 친구사이 커뮤니티 게시판 스킨 교체 +3 안식예정홍보녀 2007-12-27 1770
897 제주도에 대해 알고 게신분..... 에이스 2003-11-07 1770
896 '트라이 20주년 기념 F/W 신상품 발표회' 속옷 패... +1 차돌바우팬클럽회장 2007-07-11 1771
895 [봄 게이엠티]5월 12~13일 예정된 엠티를 위한 제... +5 사무국 2007-04-14 1771
894 <후회하지 않아> 부산영화제 시간표 +174 피터팬 2006-09-12 1771
893 [한국에이즈퇴치연맹] 제8회 에이즈예방 대학생 ... 슬슬슬 2012-08-03 1771
892 제13회 서울LGBT영화제 개막 D-1 임보라 목사님 ... 규환 2013-06-05 1771
891 책도 좀 보자구요~! +3 damaged..? 2007-08-05 1773
890 학교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던보이 2004-08-05 1773
889 후원의 밤때 메뉴 하나 추가요^^ +6 이쁜이 2007-11-01 1776
888 공직후보자 힘내시오 +1 창희 2003-11-07 1778
887 차돌바우와의 첫 밤을 기억하는 밤. +6 dovescry 2003-12-13 1778
886 익명 로우 2003-11-05 1779
885 화가 치밀어 오르는군요. 릴레이 1인 시위하실분 ... +1 2010-11-17 1781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