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리히 뵐의 <아담,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야훼가 아담에게 던진 첫 번째 질문이 '아담,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다.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느냐는 준엄한 질문이다. 하인리히 뵐은 예의 그 전후소설을 통해 전쟁통에서 살육을 하고 있던 아담들에게 그 질문을 던졌다. 아담,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나는 이 질문을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돌려주고 싶다. 특히 지금껏 어디에 짱박혀 있다가 우리 문재인 후보 앞에 나타나 땡깡을 부리냐고, 이명박근혜 시절에는 덤비지도 못한 주제에 왜 문재인한테만 그러냐고 묻는 사람들. 당신들은 저 낮은 곳에서 항상 펄럭이던 무지개깃발을 보지 못했나. 치열하게 생존 싸움을 하는 곳에서, 연대의 손길이 긴박하게 요청되는 곳마다 펄럭였던 무지개깃발 말이다. 친구사이라는 게이인권단체의 게이코러스는 쌍용, 세월호, 강정, 두리반 등 전국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연대의 노래를 부르면서 가진 것 없는 것들의 삶을 위로하며 함께 눈물을 부벼왔다. 이명박근혜 시절 모두의 인권을 위해 청소년인권조례 같은 밑바닥 싸움에서 울고 불고 난리를 쳤던 게 누구였나.
저 낮은 곳에서 항상 치열하게 연대하고 밑바닥 싸움을 벌여왔던 이들에게, 왜 이제 나타나 징징거리냐고 묻는 당신들. 과연 너는 어디에 있었느냐. 그 자리에 없었으니 보지 못한 것이다. 세상의 모든 민주주의를 다 가진 것처럼 굴고 있는 당신, 과연 당신은 그때 어디에 있었느냐."
이송희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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