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단 둘이 갖게 된 저녁 식사. 분위기는 싸늘했다.
첫 번째 커밍아웃 이후,
잠잠했던 집 안이 나의 두 번째 커밍 아웃으로 또 다시 뒤집어졌던 것.
나는 밥숟갈만 집어든 채 가만히 앉아 있었고,
아버지는 아무 말도 안하시곤 밥그릇만 달그락 달그락 긁어 대셨다.
냉냉한 공기에 금새라도 나의 눈에선 눈물이 떨어질 것 같았고,
내 입에선 "출가할게요."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어색한 두 사람. 아버지는 빈 그릇을 싱크대에 올려 놓으시곤 입을 여셨다.
"나한테 말한 것은 니 엄마한테 말하지 마라. 니 엄마는 니가 고쳐졌는 줄 알아.
니가 또 얘기해 버리면 니 엄마 이제 일어날 기운도 없어.
니 엄만 연약하고, 니 아부진 강하단다. 그런 니 엄마 이 아부지가 보호해 줘야지 않겠니?
니 일은 니가 알아서 하겠지. 아부지는 이해한다. 밥 깨작대면서 먹지 말고 푹푹 퍼 먹어."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입 안으로 들어가는 밥숟갈 위에는 닭똥같은 눈물이 한움큼씩 묻어났다.
동구 아버지가 마지막 결전을 앞둔 동구의 손을 잡으며
"나쁜 새끼..."라며 울먹이는 장면에서 나는 대성통곡을 했다.
김윤석의 절절한 연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저 마음 한곳에 숨어있던 지난 시간의 기억들이
다시금 고개를 쳐들었기 때문만도 아니었다.
그건 바로 오늘 밤에도 감기에 걸린 아들 놈을 위해
수줍게 감기약을 건네시는 아버지의 사랑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