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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킹카 2006-05-29 05: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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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살다, 친구사이에서 지낸 지 십여 년 동안 처음으로 어떤 재밌는 일이 어제 정모 뒷풀이에서 일어나고 말았습미다.

늘 가던 대로 뒷풀이 장소로 비어캐빈에 가서 도란도란, 여지없이 아류의 천박한 소음을 반주 삼아 이야기꽃을 피우며 술을 마셨더랬지요. 그리고는 술자리가 무르익어 다른 자리로 옮겨 갈 즈음, 한 무리의 이성애자 무리가, 그러니까 여자 분 서넛, 남자 분 두어 명 정도의 사람들이 우리 옆 테이블에 앉더니만, 일행 중 한 명의 생일 파티를 열더군요. 조금 술에 취해들 있었어요.

눈이 서글서글하게 생긴 30대 초반의 남자가 생일 파티의 주인공이었어요. 그들 중 한 명이 자기 친구가 생일이라며 우리에게 함께 박수를 쳐줬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그때부터 터지기 시작했습미다. 오빠, 소리를 지르며 우리들이 박수를 치고 축하를 해주었지요.

헌데, 어제가 생일이라는 그 30대의 남자가 우리들이 게이라는 것을 알고는 '오빠들, 고마워요~!'하고 외치지 뭡니까? 그리고는 케잌과 술을 들고 와서는 우리 모두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거예요. 개말라, 가람 등 천박한 무수리들은 마치 임금의 점지를 받듯, 그 남자가 따라주는 술을 받으며 게거품의 웃음을 질질 흘리더군요.

그와 동시에 친구사이 회원들의 기갈이 봇물 터지듯 터져나와, 그 옆 테이블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 시작했습미다. 서로 술을 주거니 받거니 하질 않나, 3천 년 굶은 아류를 수청 들라며 그 테이블에 보내질 않나, 또 삘 받은 갈라 언니는 생일 축하곡이라며 즉석에서 주현미 노래를 부르질 않나, 기즈베 대표는 친구사이 대표 명함을 줌과 동시에 뭣허는 사람들인지 그 출처를 캐지를 않나, 아무튼 난리가 났었더랬지요. 심지어는 친구사이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더랬지요.

알아본즉슨, 종로의 보석 가게와 그 밑의 식당을 겸하는 어떤 상가의 직원들이었는데, 아무래도 손님 중에 게이들이 많다 보니, 이래저래 게이 문화에 관해 익숙해져 있기도 하고, 편견도 별로 없는, 터프한 여직원들과 터프한 머슴애들이더군요.

암튼, 무쟈게 재미있었습미다. 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에요.



추신 :
어제 뉴페이스 손을 잡고 집에 간 아류의 뜨끈한 후기를 기다립미다.

또 끝끝내 안 팔려서 3차까지 갔다가 술값을 몽창 뒤집어쓴 개말라의 슬픈 후기를 고대합미다.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