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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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의 소수자를 찾아서
		
소수자를 통해 발견한 한양의 가능성
		
장애인, 성적소수자, 채식주의자와의 대화

위클리한양이 한양의 소수자들을 찾아 나섰다. 장애인, 채식주의자, 성적 소수자 등 학내 소수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수자의 시선이 갖는 일상적 폭력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소수자들이 갖고 있는 문제 의식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스스로의 인권 지수는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보자는 게 이번 기사의 기획 의도이다. 이는 건강한 공동체의 완성을 위한 우리 스스로의 다수성을 극복하고자 하는 한양의 의지이기도 하다.

한양 장애인 인권의 현주소는?

장애학생지원센터 '더불어 숲'장애가 과연 개인의 문제일까? 장애 문제는 신체적 결함이 아니라 이로 인해 겪게 되는 부당한 권리 박탈로부터 연유한다. 우리대학 장애학생인권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종운 군은 "장애가 있으면 열심히 노력해서 극복하면 된다는 시각이 얼마나 폭력적인 말인지 아느냐?"고 반문한다. 이 군은 "우리나라의 사회 구조가 장애인을 수용할 수 없는 구조여서 차별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비장애인의 시각에서 구성되고 맞춰진 사회 구조를 보지 못하면 부당하게 차별받는 장애인의 권리 문제에 접근할 수 없다.

현재 우리대학에는 학부 26명, 대학원 4명 등 총 30명의 장애학생이 있다. 이는 학교가 집계한 장애학생 현황이다. 실제 장애학생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중 자신이 장애인임을 떳떳하게 밝히고 학교 생활을 하는 학생은 10여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종운 군은 "주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언론의 장애인 보도 태도 등으로 인해 장애인은 대체로 가난하고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러한 인식 때문에 장애학생들이 비장애학생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이런 비장애학생들의 편견이 두려워 장애 사실을 알리지 않고 학교생활을 하던 지체장애 학생이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가 부러진 사례도 있었다.

우리대학은 장애학생지원센터 ‘더불어 숲’을 통해 학내 장애인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더불어 숲은 2003년 장애학생열람실로 설립됐는데, 2009년 3월부터 장애학생지원센터로 확대개편되면서 장애학생들에 대한 보다 폭넓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숲’은 백남학술정보관 1층과 법대학술정보관 2층에 위치하고 있다. 장애학생들의 쉼터이자 학습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더불어 숲’의 책임을 맡고 있는 임혜영 직원은 “장애학생들의 차이가 차별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장애지원센터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이다”라며 “장애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가능한 최선을 노력을 다하고 싶다”고 밝혔다.

채식 소모임 베네세레, “우리도 학교식당에서 밥 먹고 싶어요”

‘베네세레’는 이탈리아어로 ‘건강한 삶’이란 뜻이다. 건강한 삶의 방식을 찾아 채식에 대한 관심으로 뭉친 이들이 있는데, 바로 채식 소모임 베네세레 회원들이다. 베네세레는 채식주의자 안재혜(인문대·영문 4) 양이 인터넷 클럽을 만들고 채식 소모임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안 양은 “예전부터 채식 소모임을 만들고 싶었지만, 채식주의자를 뭔가 까다로운 사람으로 보는 주위의 반응이 두려워 쉽게 시작하지 못했었다”며 “막상 문을 열자 학생들의 호응이 뜨거워서 놀랐다”고 밝혔다. 또 안 양은 “베네세레는 채식주의자들만의 채식 모임이 아니다”라며,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채식을 실천하면서 한 번쯤 나의 식단에 대해 생각해보고 이것이 궁극적으로 나의 건강과 환경,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는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라며 베네세레 설립 취지를 설명했다.

체중 조절, 환경에 대한 관심, 이슬람교도 친구의 모습 등 채식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베네세레 회원들은 채식주의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베네세레는 지난달 24일 첫모임 이래, 매주 하루 채식을 실천하는 모임을 갖고 있다. 이 자리에서 회원들은 함께 채식을 하는 것은 물론 채식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베네세레의 향후 계획을 논의한다. 현재 베네세레가 주력하는 목표는 보다 많은 학생들이 모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베네세레는 외연 확장을 바탕으로 우리대학 학생들에게 채식을 알리며 채식주의자에 대한 편견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나아가 이들은 우리대학뿐만 아니라 서울대와 서강대 등 다른 대학 채식동아리와 ‘대학생 연합 채식동아리’를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안재혜 양은 “학내 학교식당에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단이 전무한 상태다”라며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식단 하나 정도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학교 식단에 채식 메뉴가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베네세레 회원인 이상익(공과대·기계 3) 군은 “채식을 하면서 채식에 대해 알아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며 “베네세레를 통해 채식을 즐기는 사람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생활도서관, 스펙 쌓기? 그게 뭐야?

사회대 1층에 위치한 생활도서관극심한 취업난 때문인지 요즘 대학 도서관에선 각종 자격증 시험이나 토익과 같은 어학 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많다. 도서관이 학문의 요람으로 기능하기 보다는 전공과 취업을 위한 거대한 독서실이 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들리는 것도 큰 무리는 아닐 듯하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조용한 반격을 모색하는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사회대 1층에 위치한 생활도서관이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칼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세미나를 진행한 이들은 매 학기마다 주요 인문사회과학 서적에 대한 독서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생활도서관의 생도지기로 활동하고 있는 김은풍(사회대·사회 3) 군은 “앎을 추구하는 학생들의 욕구는 여전한 것 같다”며 “생활도서관은 바로 이런 학생들이 그 욕구를 해소하는 공간이고, 그런 학생들이 좌충우돌 부딪히며 삶을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다”라고 밝혔다. 생활도서관장 우성(사회대·행정 4) 군은 “생활도서관은 사회대뿐만 아니라 한양대 학우 모두에게 개방 돼 있다”며 “진정한 배움을 위한 공부를 추구하는 학생들이라면 언제든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대 학생들 사이에서 열정적인 강의로 정평이 난 김성현(사회대·정외) 연구교수가 만든 영어 공부모임도 주목할 만한 모임이다. 김 교수는 지난 겨울방학 동안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을 이용해 우리대학 사회대 학생들과 타 대학 학생들을 한데 모아 영어 논문 강독 모임을 진행했다. 논문 주제는 ‘신자유주의적 박애주의’였다. 모임에 참석했던 조홍근(경금대·경금 4) 군은 "영어 공부와 인문사회학적 지식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시간이었다" 소감을 말했다. 김 교수는 "영어공부와 전공공부를 따로 할 이유가 없다”고 밝히며 "방학 중이라 부담스러웠을 텐데, 진도를 착실하게 따라온 학생들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일반이 아닌 이반

김조광수 감독의 영화 '친구사이' 포스터10년 전 홍석천 동문은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혔다. 홍 동문의 사례를 계기로 '커밍아웃'이라는 용어가 사회적으로 통용되기 시작했고, 성적 소수자에 대한 관심 또한 증대했다. '커밍아웃'은 '벽장 밖으로 나오다'라는 표현에서 시작된 말이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 따르면 '커밍아웃'은 “개인이 처음으로 자신의 성적 지향 또는 성별 정체성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인식하며, 이 사실을 남들에게 알리기 시작하는 과정”을 말한다. 즉, '커밍아웃'은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적 소수자 외에도 이성애자들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지만, 이성애자가 상식으로 통하는 사회에서 이성애자는 구태여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밝힐 일이 없기에 커밍아웃은 성적 소수자의 전유물이 되었다.

우리대학에도 ‘하이퀴어(HY! Queer)’라는 성적 소수자 소모임이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학내 성소수자들은 자신과 같은 성 정체성을 가진 친구들을 만나 고민을 나누며 함께 토론도 진행하고 있다. 아직도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그리 고운 편이 아니다. 정상과 비정상, 다수와 소수를 가르는 이성애자들의 시선은 동성애자들에겐 말 그대로 폭력이나 다름없다. 이에 대해 '친구사이' 사무국장인 박기호 씨는 "물론 아무에게도 '커밍아웃'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라면 참 좋겠지만, 아쉽게도 한국 사회는 아직까지는 더 많은 '커밍아웃'을 필요로 하는 세상이다"라고 주간인권신문 「인권오름」에서 밝혔다.

스스로를 ‘게이 영화쟁이’라고 부르는 김조광수 동문은 몇 해 전부터 퀴어영화 감독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김 동문은 “커밍아웃을 한 이후에 많은 격려를 받았다”며 “이후 게이들에게 힘이 되고 이성애자들의 편견을 없앨 수 있는 퀴어영화들을 많이 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김 동문은 “행복해지고 싶으면 행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행복해질 가능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세상의 모든 사람들 특히 동성애자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소수성은 가능성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주최로 ‘책을 듣다, 마음을 보다’라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연극 공연이 지난 24일까지 대학로에서 열렸다. 공연 기획을 맡았던 박성열(사회 2010년 졸) 군은 “시각 장애가 없는 분들도 눈을 감고 연극을 보면 더 많은 것이 들린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장애인, 채식주의자, 동성애자 등, 나와 다른 이들이 모두 비정상은 아니다. 다름은 곧 다양함이다. 사회문화적 다양성은 공동체의 건강성과 직결된다. 오늘 한양의 캠퍼스에는 다양한 이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지훈 학생기자 realeasy@hanyang.ac.kr


 

http://www.hanyang.ac.kr/controller/weeklyView.jsp?file=/top_news/2010/045/cove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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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