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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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나가는 집회였다.

군 입대 후 처음이니, 막상 도착한 자리가 낯설기까지 했다.

게다가 레인보우의 깃발아래 서는 만큼 의식하지 않으려 했으나

긴장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과 생각보다 많은 단체들이 참여했다는 놀라움과 함께

집회의 목적, 약간 쌀쌀한 날씨 등의 이유로 옷깃을 추스르기에 여념이 없던 찰라

저만큼 앞에서 펄럭이는 모교의 깃발을 볼 수 있었다.


반가움이 앞선 것은 잠시였고, 날 알아보는 이가 있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것을 의식하자 시선은 자꾸 땅으로 떨구어졌고,

그렇게 저렇게 모면하다시피 시간이 흐르고 행진이 시작되었다.

몇 발자국 띠지 않았을 무렵, 꽤 친분이 있었던 여후배가

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자연스레 그녀의 시선으로부터 도망을 쳤고,

행진하는 사람들의 틈바구니로 숨어들고 말았다.


행진 도중 내내, 후회했다.

먼저 다가가 자연스레 인사라도 건넬 걸.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그리고 수없이 대면할 문제들에 버둥대는 모습이라니..

앞에서 구호를 외치는 형들의 목소리는 울림이 되어 귓가에서 맴돌았고,

이 후의 그날 일정에 도무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쯤 꽤 멀리 왔을 거라고 자위했었다.

하지만 내가 돌아본 곳은 지금은 다 출발해 버리고 없는 텅 빈 출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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