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박재경 2017-11-18 17:51:06
+1 97
오늘은 대전에서 진행하는 아이샵의 검진 프로그램에 검진의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올 한 해 쉬기로 했기에 어떻게 보면 밥 벌어먹고 사는 일이 이 검진 프로그램에 참여할때 이네요

이해인 수녀님의 시집 한 권을 순식간에 완독하고, 감상에 젖습니다.
나는 정말 수 많은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그 기준안에 들어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삶을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 기준이 얼마나 억지스러운지도 모르고, 실제로는 나의 기준이란 것은 타인들의 인정을 끊임없이 갈구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만든 기준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도 못하면서 말입니다.
최소한의 나의 경계를 공고하게 만드는 작업이 한동안 나의 삶의 주제이었고, 따라서 기준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를 찾기위한 투쟁이었지만, 실제의 나는 없고 타인들만 내 속에 가득찰
수 밖에 없었음을 고백해야 겠네요.

새벽에 꿈을 꾸었습니다.
몸에 통증을 느꼈고, 그 통증에게 말을 걸어보았습니다.
어째서 아픈거냐고 말입니다.
통증이 나에게 바다와 같은 물을 보여주고는 네 속의 슬픔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어째서 그런거냐고 물어보니. 파란 물 속에서 몇 해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이 떠 올랐고, 울컥하며 아빠라고 부르던 찰나, 눈을
떴고, 그 슬픔이 파랗게 사라졌습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일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고 안그런척하는 일은
사실 가식입니다. 아버지 장례를 치루는 동안 내내 다른 가족들 걱정하느라 울지 못했고, 어머니의 그 뜨거운 분노와 애끊는 마음을 다른 곳으로
분산시키느라, 어머니의 책망에도 농담을 형제들과 주고 받았습니다.
어제는 오랫동안 항상 저를 믿어주고 용기를 주었던 후배이자, 친구사이
동기가 미국으로 가기 전에, 술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처럼 우리는 친구사이며, 회원들이며, 마음연결 활동, 피오피활동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늘 그렇듯 난 취해서 어지러워졌고 또 중간에 도망갔습니다.

마음이란 것이 진실을 무시하니 몸과 영혼은 그러지말라고 슬픔을 보여주었나 봅니다. 하도 어마어마하게 커서 그 심연으로 내려갈 수 없다며,
두려움이란 감정으로 의식은 그 슬픔을 차단시킵니다.

우리는 카톡으로 널 가만있게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너에게 했던 말들을 실천해야는데 자신이 없는 목소리로
말을 했습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말은 일부 사실이고,
또 일부는 거짓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게 달라지고 시간과 공간이 달라진다고 해도, 설령 앞으로의 시간들은 서로를 잊어가는 과정이라고 해도, 실제 내 몸과 마음은 기억들을 무한하게 저장합니다. 의식은 모르지만 늘 함께 사는 것 임을, 그렇게 우리의 존재는 연결된다는 것을 어렴푸시 깨닫습니다.

떠나는 이에게 눈물 대신에
웃음을 건넵니다
이 웃음으로 남은 자들은
걱정하지 말라며
이 기억으로 잘 여행하리라 기도하며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13364 GAY SUMMIT 300에 참가한 게이 커뮤... 친구사이 2017-05-02 97
13363 친구사이 힘내세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존재를 부... 에디 2017-04-26 97
13362 선의를 가진자만에 진정한 긍지로 운명을 해석할... +1 코러스보이 2017-04-28 97
13361 두근거림과 설렘을 위해, 이젠 내 인생을 설계한다 따웅 2017-10-20 97
» 떠남을 생각하며 +1 박재경 2017-11-18 97
13359 3월 31일, 4월 7일 책읽당 - 샘이 나는 세미나 시... 책읽당 2018-03-23 97
13358 세계에이즈의 날 기념 가진사람들 첫 공식행사 ... 친구사이 2018-11-23 97
13357 러시아 털모자.gif 교종이땡10 2019-05-02 97
13356 5월 17일은 국제성소수자 혐오반대의날 입니다... 친구사이 2019-05-14 97
13355 [기사] 남미 에콰도르의 헌법재판소가 12일(... 친구사이 2019-06-14 97
13354 영화 <위켄즈>의 주인공들 중의 한명인 "최강... 친구사이 2017-01-04 98
13353 지난 15일 일요일 저녁에 상영예정이었으나 극... 친구사이 2017-01-17 98
13352 지금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앞에서 열리는 127... 친구사이 2017-05-02 98
13351 퀴어 라이브 두번 째. 퀴어 라이브 in 광... 친구사이 2017-11-11 98
13350 1분의 발언 기회를 얻은 ‘HIV/AIDS 인... 친구사이 2018-01-20 98
13349 세계에이즈의 날 기념 친구사이 HIV/AID... 친구사이 2018-11-13 98
13348 [계절포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함께... 친구사이 2019-03-12 98
13347 "지금 우리에게는 지난 오랫동안 투쟁을 통해 ... 친구사이 2019-04-21 98
13346 해피빈을 모아서 친구사이에 '일시후원'합시다. +2 최원석 2019-04-28 98
13345 지난 5월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IDAHO... 친구사이 2019-06-12 98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