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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8 : 기다리기만 하면, 나중은 오지 않는다.
2026-07-03 오후 12: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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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6월 

 

 

[192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8 :

기다리기만 하면, 나중은 오지 않는다.

 

 

이번 책읽당 모임에서 ‘기다림’을 주제로 고전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와 일본 영화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를 함께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생각이 나시나요? 기다리고 있는 게 있으신가요? 저는 기다림에 대한 생각을 하다보면 악몽이 떠오르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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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복도에서 도끼를 든 괴한에게 쫓기고 있습니다.

앞은 뭉툭하지만 잘 벼린 직사각형의 손도끼를 들고 쫓아오는 정장 차림의 남자.

도망가다가 발이 걸려 넘어진 채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남자는 달리다 멈추고 천천히 걸어오면서 말합니다.


“기회를 드릴게요.”


 왜? 바로 죽이지 않고.

잠깐이지만 포기한 마음을 다시 집어넣고, 일단 호텔방 안으로 도망치려고 방문을 두드려봅니다.

216호. 열리지 않는 문의 저편에서 느긋하면서 약간의 웃음이 맺힌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나중에.”


나는, 지금이 아니면 살 수가 없는데.

주먹으로 내치고 손바닥으로 문을 밀어내도,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박수를 치며 저이들끼리 즐거워합니다.

 

 

“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2016년의 여러 굴곡을 지나 2017년 5월의 장미 속에서 투표소를 나서면서, 겨울을 지나 봄의 절정에서 세상이 한 번 변했다는 감각, 그러나 좋은 쪽은 아닐거라는 직감을 얻었습니다. 2월 16일, 차별금지법에 대한 입장을 바꾼 대선후보를 대통령으로 맞이했고, 이후 두 번의 정부 교체를 보아오며 10년을 기다렸지만 ‘나중’은 오지 않았습니다.

 

악몽을 기억한다는 것은 아직도 제가 ‘나중’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에스트라공과 블라미디르가 고도를 기다리는 모습에서 제 자신을 다시 발견했습니다. 저녁 무렵에 올 거라는 약속을 한 고도를 기다리며, 신발을 벗었다 신었다가, 모자를 바꿔 쓰다가, 주머니에서 순무를 꺼내 먹었다가하는 그 모든 부산한 움직임. 언젠가 내가 원하는 세상이 나타날 거라는 백일몽 속에서, 숏츠를 보다가 릴스를 보다가, 친구랑 점심 메뉴와 연애담을 바꿔가며 말하다가, 다시는 읽지 않을 게시물을 커뮤니티에서 스크롤하는 그 모든 순간에서 제가 기다림을 의심하지 않았다는 걸. 고도에게 수염이 나있는지 수염이 무슨 색인지도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서 고도는 올 거라고 말하는 소년을 블라미디르가 의심하지 않듯이, 성지향성의 다양함을 동성애로 지칭하는 게 잘못이라고 말도 못하면서 언젠가는 올 거라는 게으름을 안고 살았습니다. 제게 나쁜 것은, 계속 악몽을 반복시키는 것은 기다림과 ‘나중’이 아니라 그걸 맹목적으로 믿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게으름입니다.

 

기다림은 게으름, 다르게 표현하면 회피하는 삶의 모습을 포함합니다. 그래서 요즘의 우리는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약속 장소에서 상대를 기다리면서, 잠깐의 틈만 생겨도 스마트폰을 켭니다.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에 나오는 등장인물들도 ‘동아리’, ‘진로계획서’, ‘친구관계’ 등 고등학생으로서 불안함을 키리시마를 찾으면서 회피합니다.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애초에 그 생각 자체를 하고 싶지 않아서 키리시마를 찾아다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저는 그런 인물들 사이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영화부 마에다에 주목했습니다. 마에다는 영화감독이 되지 않을거면서 왜 영화를 찍냐는 물음에 “영화감독은 무리겠지. 그렇지만. 가끔은,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랑 지금 우리들이 찍고 있는 영화가 연결됐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 정말 아주 가끔이지만 그게 좋으니까.”라고 말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저는 제 게으름과의 작별을 결심했습니다.

 

실천하는 일을 외면하면서, 다른 이들이 곤경 속에서 헤매도 관심을 갖지 않고,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고 내 할 일을 하고 있다보면, 택배처럼 도착해 있을 평등을 바라왔던 그 10년과 작별을 선언해도, 여전히 저는 꾸물거리고 시위에 나가지 않고 응원 대신 무관심을 표하는 날들을 보낼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생각합니다. ‘활동가는 무리겠지. 그렇지만.’ 막연한 희망으로 도피하지 않고, 내가 되길 바라는 모습과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정렬되는, 아주 가끔 오는 그 순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 마에다가 찍는 영화처럼, 바라는 나의 세련된 모습에 닿지 못하는 나의 허접함을 받아들이고, 닿으려는 시도 속에서 잠깐 오는 그 순간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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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들 이 세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 <키리시마가 동아리활동 그만둔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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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책읽당

회원 하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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