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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호][활동스케치 #1] 친구사이 공간 리모델링, 32년을 가꾸는 한 달의 기록들
2026-07-03 오후 12: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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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6월 

 

 

 

[192호][활동스케치 #1]

친구사이 공간 리모델링,

32년을 가꾸는 한 달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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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5월, 한 달 동안 종로3가 친구사이 사무실은 비어 있었다. 교태전과 사정전은 2010년 301호와 302호를 하나로 합친 뒤 처음 대규모 공사를 맞았고, 친구사이로서는 두 번째 리모델링이었다. 운영사무국과 런아웃 사무국의 활동가 7명이 함께 일할 자리, 마음연결 전화상담을 위한 공간이 필요했다. 사정전과 교태전을 필요에 따라 열고 닫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번 공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공간을 새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일이 아니었다. 이미 이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활동들이 조금 덜 불편하게 지속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이었다.

 

공사를 시작하려면 먼저 사무실을 비워야 했다. 행정 서류와 소식지, 퀴어 영화 자료, 공연과 행사에 썼던 기물을 하나씩 꺼내며 폐기할 것과 남길 것을 나눴다. 물건을 들어낼수록 친구사이가 이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벌여왔는지 실감이 났다. 보관할 물건은 대부분 옥상으로 옮기고 10미터 남짓한 방수 천막을 씌웠다. 비 예보만 뜨면 자다가도 신경이 쓰였다. 새벽이라도 택시를 잡아타고 나와 천막에 물이 고이지 않았는지 확인하고서야 다시 마음을 놓았다. 옥상의 하중과 보관물의 상태를 살피는 일까지, 사무실을 비운 뒤에도 짐을 돌보는 일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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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정기모임을 앞둔 일주일 동안에는 신입 상근활동가 종환님을 포함한 전체 상근활동가가 모여 자료를 정리했다. 몸을 써서 짐을 옮기는 동시에, 무엇을 남기고 어떤 기준으로 보존할지를 계속 물어야 했다. 자료의 맥락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종걸님에게 질문이 몰렸지만, 오래된 기록 앞에서는 누구도 모든 답을 알고 있지 않았다. 힘도 쓰고 머리도 써야 했던 그 일주일은 솔직히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동시에 친구사이에 남은 자료를 여러 활동가가 한꺼번에 펼쳐보고 판단한 특별한 시간이기도 했다. 공사 중간중간에는 언니들이 들러 한 바퀴씩 순찰하고 갔다. 비어 있는 사무실의 변화까지 챙겨보는 모습을 보면서, 이 공간을 향한 애착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한 마디를 남기고 갈 걸 생각하면... 공포와 스트레스가 앞섰지만...아무튼)

 

사정전은 40명 정도까지는 큰 무리가 없지만, 인원이 조금만 늘어도 금세 비좁아졌다. 필요할 때 교태전까지 행사장으로 함께 쓸 수 있도록 두 공간 사이에 완전히 열리는 이중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곳곳에 흩어져 있던 수납은 창 아래로 모으고, 친구사이에 남아 있던 액자를 살려 다용도 수납장도 새로 짰다. 나카는 우드락 피켓과 지보이스의 보면대 같은 기존 기물의 크기를 하나하나 재어 수납장 내부를 설계했다. 새 가구를 들이는 일보다 친구사이에 이미 있던 물건들이 제자리를 찾는 일이 더 중요했다. 사정전 문을 열었을 때 정면으로 보이던 싱크대는 뒤편으로 옮겼다. 활동을 보조하는 시설이 전면에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는 나카의 의견이 있었고, 바뀐 배치를 보니 그 말이 맞았다. 거울은 두꺼운 암막으로 완전히 가리는 대신 형체가 은은하게 비치는 커튼을 달았다. 커튼 너머로 공간이 이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고 싶었다. 천장에는 레일을 설치해 조명의 위치와 방향을 바꿀 수 있게 했다. 사정전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쓰일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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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건물에서 진행하는 공사는 예상보다 까다로웠다. 원래는 천장 공사에 더 많은 예산을 쓰고 싶었지만, 책장을 치우고 나자 가려져 있던 교태전 벽면이 휘고 무너져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철거 과정에서는 곰팡이와 떨어지기 직전의 거울도 확인했다. 예정에 없던 벽면 공사를 더하면서 나카는 계획을 여러 번 다시 세워야 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이라 사다리차를 세울 자리를 찾는 일부터 쉽지 않았고, 상당한 양의 짐은 사람 손으로 하나씩 3층까지 날라야 했다. 건물의 수평이 맞지 않아 문과 가구를 반듯하게 앉히는 일도 어려웠다. 나카는 설계와 감리뿐 아니라 목수와 철거 작업자들 사이에서 현장을 조율하는 실무까지 맡았다. 작업자들과 관계를 만들고, 오래된 건물을 다루는 법을 묻고, 계획한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몇 번이고 다시 설명했다. 미술관처럼 기본 조건이 갖춰진 현장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다. 여러 번 계획을 고치면서도 끝까지 완주해준 나카에게 고맙다. (그 많은 결정과 갈등을 함께 지나고 소통을 이어간 나도, 돌아보면 꽤 많은 일을 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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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는 끝났지만 정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짐을 꺼내고 다시 넣으면서 친구사이에 남아 있던 자료의 양과 종류를 다시 확인했다. 오랫동안 분류되지 않은 기록을 어떤 체계로 보관하고 다시 꺼내 쓸 수 있게 할 것인지가 다음 과제로 남았다. 기운이 돌아오면 분류 체계를 만들고 수납장을 차차 채워갈 생각이다. 포스터를 게시할 자리와 손때 묻은 흔적을 이 공간 안에서 어떻게 보여줄지도 계속 고민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처음 크게 달라지는 친구사이 사무실에서, 내가 존경하는 혜정과 함께 많은 몫을 맡을 수 있어 영광이었다. 한 달의 공사로 32년의 시간을 모두 가꿀 수는 없다. 다만 그동안 쌓인 물건과 기록,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의 흔적을 다시 살피며 앞으로의 공간을 가꾸기 시작했다. 사무실은 다시 쓰이는 동안 계속 달라질 것이다. 매달 방문해 무엇이 놓이고, 무엇이 남고, 무엇이 새로 생기는지 지켜봐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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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박민영

 

 

 

“ 공간 디자이너 나카(NACA)에게 묻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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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이번 리모델링을 맡게 되었을 , 친구사이와 공간을 처음 어떻게 바라보셨나요?  

(친구사이에 대해 이전부터 알고 있던 점, 처음 공간을 자세히 둘러보며 받은 인상, 흔적 가운데 남기고 싶었던 것과 바꾸어야겠다고 생각한 것을 함께 이야기해주세요.)


A1. 처음에는 '친구사이'가 가진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명료하게 보여주는 브랜딩 관점으로 접근하고 싶었습니다. 예전 ‘흘리는 연습’ 프로젝트 때부터 지켜본 친구사이는 성소수자 이슈 뿐만 아니라 배리어프리, 수어 통역 등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며, 다양한 삶들의 접근성에 대해 늘 고민하는 인권단체였습니다. 친구사이의 키컬러인 '남색'을 공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세련되고 깊이 있는 브랜딩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위해 공간을 들여다보았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치열한 활동과 투쟁의 흔적들'이었습니다. 수많은 퀴어 영화 자료, 행정 서류, 소식지 등 커뮤니티의 역사가 공간 곳곳에 쌓여 있었는데, 수납 공간의 한계로 제대로 정돈되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통일되지 않는 선반 색상 등이 자료의 분류를 방해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특히 벽면에 붙은 작은 복숭아 스티커나 오래된 흔적들을 보면 마음이 좀 이상했습니다. 이 공간에서 누린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추억이 지워져도 되는지 불분명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간을 가장 잘 아는 활동가분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소통을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다목적 홀이자 환대의 공간인 '사정전'과 실무를 처리하는 '교태전'의 기능을 살리는 방향을 중점으로 두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초기에 구상했던 남색을 활용한 전면적인 컬러 브랜딩 계획은 우선순위에서 미뤄두었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활동가들들이 매일 출근하고 모여서 활동하는 '일상의 삶’이 불편함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흘러가도록, 튼튼하고 실용적인 바탕을 만들어주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색채나 시각적인 주장보다는, 단체의 활동이 공간 안에서 더 주체적이고 명료하게 돋보이기를 바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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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철거를 시작한 뒤에야 곰팡이와 무너진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드러났습니다. 실제 공사 과정에서 가장 어렵거나 당황스러웠던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오래된 건물의 조건, 한정된 예산과 일정 안에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했는지, 설계가 현장에서 변경된 사례가 있다면 구체적으로 들려주세요.)

 

A2.철거를 해보니 거울이 무너지기 직전 상태여서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현장에서 마주한 돌발 상황들은 시공을 맡아주신 목공 반장님께서 노련하게 해결해 주신 덕분에 잘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저보다 반장님께서 당황스러운 순간이 더 많으셨을지도 모르겠네요.

 

Q3. 친구사이 사무실은 오랫동안 게이 커뮤니티의 중요한 생활권이었던 종로3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종로에서 공간을 고친다는 것은 나카에게 어떤 일이었나요?  

(오래된 건물과 좁은 동선, 자재 반입과 폐기물 처리, 주변 상권과 이웃 등 장소에서 비롯된 어려움과 함께, 이곳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느낀 기쁨이나 특별했던 장면도 들려주세요.)

 

A3.약간의 부담감이 있었습니다. 이 단체를 거쳐 간 수많은 사람이 여전히 이 주변을 살아가고 있고, 늘 지켜보고 있다는 시선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공사 중에도 이전에 활동하셨던 분들이 자주 오가셨는데, 그런 부분들이 신경 쓰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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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4. 친구사이는 사무를 보는 단체이면서 회원들이 만나고, 상담하고, 회의하고, 행사를 여는 커뮤니티이기도 합니다. 이런 서로 다른 활동을 공간에 담기 위해 어떤 원칙을 세웠나요?  

(교태전과 사정전의 역할, 열린 공간과 프라이버시가 필요한 공간의 균형, 조명·수납·가구·문·커튼 등에서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을 설명해주세요.)

 

A4. 원래부터 공간의 구획 자체는 명료하게 구분되어 있었기 때문에, 공간을 억지로 나누기 위한 원칙을 새로 세울 필요는 없었습니다.

다만 기존 싱크대의 위치가 연습실이나 다목적 홀로서의 기능을 흐리고 있었습니다. 무대 뒤의 분장실이나 준비 공간(Prep room)처럼, 무언가를 서포트하고 돌보는 시설은 언제나 메인 공간의 뒤편에 조용히 숨어있어야 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사정전이라는 공간이 대관, 연습, 회의 등 어떤 목적으로 쓰이든 온전히 그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싱크대를 눈에 띄지 않는 뒤쪽으로 옮기고 수납영역과 같은 . 화려한 무대 뒤편의 보이지 않는 서포트 공간처럼, 회원들이 사정전에서 활동할 때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Q5. 이번 공사는 공간 디자인뿐 아니라 현장 감리와 작업 반장의 역할까지 함께 맡은 일이었습니다. 완성된 공간에서는 보이지 않는 노동과 관계에 관해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  

(함께한 작업자와 활동가들, 의견을 조율했던 과정, 몸과 감정이 가장 많이 소모되었던 순간, 그럼에도 작업을 끝까지 이어가게 한 힘을 자유롭게 이야기해주세요.)

 

A5. 사실 현장에서 가장 소모되는 건 시공자들과의 소통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계획을 설득하고 제가 원하는 위치에 설치해주는 시공자를 만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가 직접 해야하니까요. 시공의 경우, 직접 하지 않아야 하지만 직접 해야하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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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6. 공사가 끝난 회원과 활동가들이 다시 공간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이전 공간을 기억하는 사람과 처음 방문하는 사람이 각각 무엇을 느끼기를 바라는지, 앞으로 이곳에서 어떤 장면이 자주 만들어지면 좋을지, 친구사이 구성원들이 공간을 어떻게 돌보고 변화시켜가면 좋을지도 함께 들려주세요.)

 

A6. 선반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수납 공간을 효율적으로 늘리기 위해 고심했거든요. 

공간디자인으로서 가장 보람찬 일은 누군가가 오래 사용해줄 때 보람이 생기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건축사무소 사사건건이 했던 말인데, 그 인터뷰 중 가장 공감하는 말입니다.)

 

Q7. 마지막으로, 이번 리모델링을 마치며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공사 기간 동안 공간을 비워주고 기다린 회원들, 함께 작업한 사람들, 앞으로 이 공간을 사용할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A7. 공사기간이 유예됐음에도 불구하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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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이너 NACA(나카|김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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