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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호][커버스토리 "레즈비언 가시화의 날" #3]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 그리고 심미섭
2026-05-08 오후 17:58:18
50
기간 4월 

 

 

[190호]

[커버스토리 "레즈비언 가시화의 날" #3]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

그리고 심미섭
 

 

 

4월 26일 레즈비언 가시화의 날을 맞아 RUN/OUT은 세 개의 자리에서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을 물었습니다. 일본의 오츠지 가나코 의원에게서는 먼저 길을 걸어간 당사자 정치인의 시간과 생존을 물었고, 부산의 〈레즈비언 정치도전기〉 상영회에서는 지역에서 정치인을 키워내기 위한 공동체의 조건을 마주했습니다. 심미섭 작가와의 북토크에서는 정치가 거창한 결심만이 아니라 이별, 분노, 농담, 일상의 감각에서도 시작될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결국 세 편의 이야기는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성소수자 정치인은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함께 만들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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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요? 날이 갈 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그럴수록 가장 간단한 사실 하나만 붙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뭐라도 하면, 뭐라도 시작된다. RUN/OUT의 모든 행사는 여기서 출발합니다. 지금 주어진 환경에서, 있는 자리에서 뭐라도 하게 되는, 각자의 계기가 되는 시간이기를 늘 바랍니다.  


정치 참여는 이어달리기 같다고 하셨던 심미섭 작가님의 이야기가 두고두고 마음에 남습니다. RUN/OUT이 건네는 바톤을 기꺼이 받아준 참가자들의 후기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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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사이 RUN/OUT
커뮤니케이션 리드 
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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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은 레즈비언 연애와 데이트, 모녀 관계 등 사적인 삶의 면면을 선거, 사회운동, 정당 정치에서의 노동과 같은 공적인 영역과 엮은 책입니다. 

 

이 책은 오래 만난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여성이자 페미니스트인 대통령을 만들러 대선 캠프에 들어가는 내용으로 시작하는데요. 그 서사 전개가 뜨악하게도, 혹은 비범하게도 느껴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동안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별이 정치와 곧장 연결되는지요. 그러면 저는 노래를 한 곡조 불러 화답합니다. "보여줄게, 완전히 달라진 나… 그리고 이 나라."

 

저는 딱히 지병이 없어도 일 년에 두 번씩 치과에 검진하러 가는 사람이거든요. 앓는 이는 무조건 뽑아야 하는 성정입니다. 그래서 정말로 누군가에게 "복수"하려면, 그러기 위해 "완전히 달라진 나"를 보여주려면 아예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 당연히 살기 좋은 사회부터 만들어야겠죠. 

 

본래 북토크에서 이런 얘기를 하면 다들 하하 웃고 마는데, 런아웃과의 대화에서는 근엄한 표정으로 "정말 그렇죠. 저도 그래요."라고 말하는 동료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치과 가는 일이 즐거운 사람이 어디 많겠습니까? 그럼에도… 조금의 거리낌도 참지 못해서 그냥 이를 냅다 뽑아버리러 길을 나서는 동지들과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왜 출마 안 하세요?" 북토크를 마무리로 성소수자 정치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고, 오히려 관객석에 되묻고 말았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온갖 사람들의 얼굴이 거리에 붙습니다. 유명하고 무능한 정치인이든, 어이가 없을 만큼 황당한 주장을 하는 후보든 찾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런 포스터 앞에서 혀를 끌끌 차면서, 왜 우리가 직접 출마하지는 않을까요?

 

물론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다소 무책임하게도 권해 봅니다. 성소수자 여러분, 출마하세요! 물론 아웃팅이 두렵긴 하죠. 그러나 어찌 생각하면, 어차피 언젠가는 할 커밍아웃, 전국 규모로 큼직하게 한 번 저지른다면 어떨까요? 참으로 가성비 있는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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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저자
작가 
심미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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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애인을 향한 복수가 네가 떠난 이 나라를 더 좋은 나라로 만들어버리기라니, 사실 이 비범한 서사에 이끌려 참석한 북토크였는데요. 실제로 만나 들은 작가님의 정치 참여기는 책에 담긴 것보다 훨씬 더 패기 있는 이야기였지만, 그와 동시에 성소수자이자 페미니스트로서 정치에 의견을 펼치는 일이 참 고단했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쓰였어요.


저는 늘 이 나라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정치에 뛰어들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는데요. 작가님이 국회 앞에서 의견을 주장할 때 국회 안에 자신의 말을 알아들을 사람이 단 한 명 존재하는 것이 그렇게 큰 힘이 되더라고 말하시는 걸 들으면서, 내가 혼자가 아니며, 나의 말을 듣는 사람이 있음을 인지하는 그 감각이 투쟁을 이어나가는 큰 힘이 되는구나를 느꼈어요. 지금 당장 성소수자 정치인이 뽑히지 않더라도 성소수자 정치인을 지지하는 ‘나’가 있음을 계속 보여줘야하는 이유도 다시금 느꼈고요. 북토크에서 들었던 이야기들, 느꼈던 생각들 모두 잊지 않고, 앞으로 작게나마 정치의 영역에서 펼쳐보겠습니다. 그게 하나씩 모여 국회의 반이 성소수자 정치인인 미래를 만들어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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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주 20대 이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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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의 정치 참여를 논하는 자리라기에 조금은 비장한 마음으로 신촌으로 향했다. 큰 행사장에 사람이 많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소규모의 공간에 모인 작은 인원에 의아했다. 그때 어렴풋이 느꼈던 것 같다. 당사자인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고 방치한다면 아무도 이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북토크가 시작되었다.


어색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북토크는 이내 충격의 장으로 변했다. ○○○○(스포일러 방지)를 하는 북토크라니? 밥 주는 북토크도, ○○○○를 하는 북토크도 처음이었다. 그 신선한 당혹감이 오히려 경계를 허물었다. 덕분에 모두가 함께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처음에 가졌던 긴장감이 무색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듣는 작가님의 이야기는 마치 아는 레즈비언 언니가 들려주는 흥미진진한 영웅담 같았다.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달라진 나, 달라진 나라’를 보여주겠다며 여성 대선후보 캠프에 들어가버리는 레즈비언이라니!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라면 반하지 않을 수 없는 행보다. 이런 특별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이었다.


뜻이 같은 이들과 즐겁게 먹고 마시고 이야기하며 생각했다. 우리가 모이면 어떤 일들이 가능해질까? 혼자일 때는 감히 꿈꿀 수 없던 변화도 함께라면 현실이 되지 않을까. 우리는 모이면 모일수록 힘이 세지니까. 그런 감각을 몸소 체험한 시간이었다. 이 유쾌하고 뜨거운 연대의 기억이 더 많은 퀴어를 광장으로 불러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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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주 20대 김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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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정치하라고 뽑아는 놨는데, 나의 그 어떤 것도 대변해 주지 못할 것 같은 정치인이 너무 많습니다. 곰곰이 돌아보면 나의 안위를 조금이나마 걱정해 줄 것 같은, 그나마 비빌 언덕을 내어 줄 것 같은 정치인들은 결국 소수자를 위해 목소리 높이던 이들이었습니다. 성소수자 정치인이 우리 모두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것이라는 데에는 한 치의 의심도 없습니다.


하지만 필요성과 별개로 커밍아웃 성소수자들이 정치를 다짐하고 참여하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RUN/OUT 프로젝트에서 사랑, 투쟁, 복수 대신 선거 캠프 합류라는 정치 활동을 시작한 심미섭 작가님의 북토크를 연 것이 반가웠습니다. 성소수자 지지 발언을 하는 정치인에게 투표하는 것을 넘어 직접 출마하는 미래까지, 모든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전 애인과 헤어지고 ‘보여 줄게 완전히 달라진 (우리)나(라)’를 실천하기 위해, 즉 여자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대선 캠프에 뛰어들었다는 작가님의 선택 이전에는 중년 여성 국회의원이 자연스러웠던 청소년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우리에게 더 많은 성소수자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말해 봅니다. 그것이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될 수도 있다고, 작가님께서 북토크 도중 모두에게 던진 질문으로 마무리합니다. “왜… 출마 안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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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주 20대 김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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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인권 단체에서 레즈비언 활동가의 북토크라니! 행사 소개글을 읽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습니다. 행사에 참여한다는 친구의 말에 급히 신청서를 냈네요. 우선, 심미섭 작가님을 알게 되어 기뻤습니다. 페미니즘을 처음 접한 시기, 저에게 자양분이 된 단체의 활동가님을 이렇게 직접 만나 뵐 줄 몰랐기에 들떴던 거 같습니다.


이별을 시작으로 진행된 대선 캠프 활동기라니. 막상 부담스러워 투표 외 정치활동을 하지 않던 저에게 굉장히 흥미로운 관점이었습니다. 사회 시스템을 향해 속앓이만 했는데, 그동안 정치활동을 너무 무거운 마음으로 바라본 것은 아니었을까 스스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퀴어동아리에 소속하며 느꼈던 문제와 회의감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하였는데 그에 대한 팁을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제게 하나의 깨달음을 주신 심미섭 작가님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을 맡아주신 친구사이, 런아웃 프로젝트 담당자분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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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거주 20대 수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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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북토크 행사 전까지 심미섭 작가의 책 『사랑 대신 투쟁 대신 복수 대신』을 읽지 못했다. 북토크에 참가한 계기는 책에 대한 관심이라기 보다는, 성소수자 정치 참여 프로그램인 런아웃이라는 프로젝트를 돕고자 하는 마음에 가까웠다. 그런데 북토크가 시작된 후에야 알았지만, 책의 주제가 2022년 심상정 캠프 상근자의 활동수기였던 것이 아닌가(심미섭 작가 본인은 책의 주제를 어머니와 딸의 모녀서사라고 표현했지만, 독자로서 책의 내용을 재해석할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정의당 탈당당원인 나의 입장에서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책을 사서 그날 저녁 중으로 다 읽었고, 그날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북토크의 마무리 단계에서 참여자들에게 발언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퀴어운동이 진보정치의 틀 안에 갇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 자리에서 굳이 해야 했을 말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진심이었다. 노동운동이라는 “부문운동”이 마르크스 이래로 크게 세력을 이루어 여러 나라에서 창당 및 집권을 한 경험은 퀴어운동에 있어서 소중한 교보재로 쓰이리라고 믿는다. 이런 측면에서 이 책 역시 중요한 사료이며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그러나 교보재는 어디까지나 교보재일 뿐이고, 길을 개척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시점의 환경적 • 물질적 조건, 그리고 개척자의 의지이다.

 

얼마 전에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OSF기금을 받아도 되는지의 문제로 커다란 논쟁이 있었다. 그 문제와 더불어서 여러 고민을 갖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소중한 경험의 기회를 주신 RUN/OUT 캠페인에게 감사하다. 다음 행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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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거주 20대 C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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