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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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친구사이 활동을 하는 트랜스젠더가 존재한다고?
그렇다. 놀랍게도 현재 트랜스젠더는 친구사이 내에서 게이 구성원과 활동하고 있다. 나는 현재 친구사이 내에서 트랜스젠더와 함께 하는 산책모임에 몸담고 있다. 구성원들과 서투르게나마 서로 쿵짝을 맞춰나가며 교류하는 방식에 익숙해져가는 중이다. 매번 우왕좌왕하지만 트랜스젠더와 연대하고자 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친구사이 구성원이라면 다같이 전진할 방법을 찾아가리란 기대가 있다.
퀴어들의 산책모임에서는 3월 31일 트랜스젠더 가시화의 날을 맞아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캠페인과 동시에 3월 28일에는 친구사이가 트랜스젠더와 더 잘 연결되기 위한 집담회를 진행하였다. 이번 집담회를 준비하며 게이끼리라면 솔직한 소통을 나누리란 기대가 있으면서도, 그동안 트랜스젠더에게 저질렀던 실수를 되짚고 반성하는 이야기만 오가진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우리의 경험을 우선 꺼내 놓아보자는 시도에 의미를 두었다.
친구사이 내 운영위원과 소모임 운영진 등을 포함한 정회원 중심으로 모인 집담회에서 우리는 가장 먼저 과거부터 현재까지, 친구사이를 거쳐 간 트랜스젠더와의 경험을 살펴보며, 이들과의 접촉이 대비해야 할 것이 아닌 계속 진행중임을 환기하였다. 우리가 제공했던 정보와 기억에 남는 반응을 몇 가지 공유한다.
- 어떤 트랜스젠더는 커뮤니티 안에서 지정 성별로 인식될 때 특히 마음 아파하고, 관계 속에서 지정 성별이 아닌 성별로 대해졌을 때 만족스러워했다.
- 또한 누군가에게는 트랜스젠더가 여전히 미지의 존재인데, 그런 환경에서도 한 당찬 트랜스젠더는 자신을 표현하며 게이 커뮤니티에서 존재감을 발산하기도 했었다.
- 트랜스젠더 당사자와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다름을 인식하되 어울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목소리가 공감을 얻었다.
- 그러나 어디서도 정체성으로 특별대우를 받아본 적이 없는 게이 커뮤니티 구성원들이 트랜스젠더를 특정한 방식으로 대해야 한다는 점에 쉬이 동의하지 않는 구성원도 있었다.
젖 달라고 우는 아이는 어른이 가서 달래줄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커뮤니티 내에서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계속 묻게 된다. 고민도 잠시, 트랜스젠더 청소년이 정기모임에 불쑥 찾아온다. 트랜스젠더가 친구사이에 등장해 자신을 드러낸다. 그리고 목소리를 낸다.
- 커뮤니티에 가입해 활동에 참여하며 나를 내보이고 타인과 연결되고 싶다.
- 친구사이 구성원들에게서 존재를 인정받고 마음의 지지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 내가 어떻게 대해지고 싶은지도 분명하지 않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해줬으면 좋겠다.
인간관계의 측면에서 한 참가자는 개인 안의 미완성된 부분을 인정하며 상생해보는 경험을 강조하였다. 다른 참가자는 트랜스젠더 당사자와의 관계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하지 않는 것에 초점을 두기보다,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지지하며 협력할 의지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발언하였다. 또다른 참가자는 친구사이 활동을 하며 게이다움을 표현하고 자신을 더 잘 알게 되었던 경험을 공유하며 트랜스젠더도 응원받고 지지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동체로의 역할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친구사이 단체 차원에서 계속해서 트랜스젠더의 삶에 관심을 갖고 이들이 사회적으로 겪는 차별과 배제의 경험에 공감하고 이해하려는 분위기를 조성해야한다는 발언이 모두에게 지지를 얻으며 집담회가 종료되었다. 그동안 게이 커뮤니티 안팎에서 친구사이는 소수의 목소리에 지속적으로 마이크를 쥐어주었다. 친구사이의 구성원들은 게이 커뮤니티 주변을 서성이는 트랜스젠더를 찾아 이들에게 마이크를 조심스레 건넬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그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차례다.
친구사이 정회원, 퀴어들의 산책모임 운영팀원 / 모짜
[177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46 :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유키사다 이사오, <궁지에 몰린 쥐는 치즈 꿈을 꾼다>
2025-04-04 20:25
기간 : 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