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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커밍아웃' #1] 한밤중에 내 안에서 우는 사람은 누구일까?
2014-11-28 오후 13: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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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1월 

[커버스토리 ‘커밍아웃’ #1]
- 한밤중에 내 안에서 우는 사람은 누구일까[13]?



 

 

 

 

1. 내 마음속에는 수 만개의 방이 밤하늘의 별처럼 존재합니다.

 

몇 달 전에 수련 의사가 내시경 검사를 배우고 싶다며, 검사실에 찾아왔었다. 
그는 등 뒤에서 나를 관찰하고 마음속으로 시술행위를 반복한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서 그에게 시술을 직접 수행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다.
제대로 검사를 시술하지 못하는 그 때문에 나의 마음이 급해진다.

 

“공부 안 하는구나.”
“너무 심하잖아.”

나도 모르게 속사포처럼 그를 맹비난하는 말들을 쏟아내었다.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위축된 표정으로 검사실을 빠져나갔다.

의료행위란 환자 몸을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나의 이러한 비난은 정당하다고 자위해보지만, 기분이 편치 않다.

 

“어째서 그렇게 화를 낸 거니.”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불편했어. 예전 생각이 났거든.”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예전 생각이라면?” 나는 다시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어려서부터 등 뒤에서 나를 비웃었던 눈들 말이야.” 내면의 목소리가 말을 계속한다.
“그들이 등 뒤에서 너를 흉내 내며 비웃었어, 내가 사내답지 못하고 계집애 같다며 말이야”
“나는 몹시 화가 나고 죽을 만큼 외로웠는데, 너는 슬프지 않은 척하면서 웃고만 있었어.”

 

마음속의 수 만개의 방에 숨죽이고 있던 내면들 중 일부가 갑자기 수면위로 뛰어 올랐다.
친구사이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을 통해서 성장한 듯 보였지만, 결국 나의 커밍아웃은 드러내기 행동이라는 사전적 의미였을 뿐이었다.

 

커밍아웃을 통해서 나는 무엇을 바랬던 것일까?

 

 

2. 커밍아웃이라는 드러내기의 실태

 

성소수자의 커밍아웃은 관계적으로나(가족에게 알리기, 공적으로 알리기), 사회문화적 또는 환경적 맥락(긍정적인 것과 적대적인 것)에 따라 다양하며, 성별에 따라 차이가 나고, 모든 소속집단에 드러내기보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개방정도와 범위를 결정한다고 한다[1,2,3,6,7]. 동양권 남성동성애자는 남성의 성역할인 세대를 계승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의 거절로 여기고, 가정을 사회의 기본단위로 여기기 때문에 아들로서 가장 중요한 의무는 결혼을 통해 가정을 유지하고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서양의 남성동성애자보다 동양의 남성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적지향을 받아들이는 것에 죄책감을 느껴 내재화된 동성애 혐오가 더 높고, 커밍아웃을 더 어려워한다고 한다[4,6,7].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나영정 외, 2014)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상당히 많은 LGBTI가 존재하지만 이들은 여전히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고 보고한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인생에서 중요한 사람들 중’ 아무도 모른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20.3%로 5분의 1을 차지하고, 나머지는 거의 모른다(27.6%), 어느 정도 알고 있다(32.9%), 모두 혹은 상당수 알고 있다(19.3%)고 말한다.

 

일반적으로 가장 가까운 관계라고 할 수 있는 가족에게 오히려 더욱 비밀스럽다. 전체적으로 어머니에게는 응답자 중 21.8%만이, 아버지에게는 응답자 중 10.8%만이 자신의 정체성을 밝혔다(돌아가시거나 단절됨 제외). 18세 이하의 경우 그 비율은 더 낮아 어머니에게 16.2%, 아버지에게 7.0%만이 자신의 정체성을 밝혔다. 다만 집단에 따라 차이가 있어서 트랜스젠더의 경우 부모에 대한 커밍아웃 비율이 상당히 높아, 57.4%가 어머니에게 정체성을 밝히고 46.5%가 아버지에게 정체성을 밝혔다.

 

어머니에게 정체성을 밝힌 경우, 관계가 더 돈독해진 사람은 18.1%이고, 말하기 전이나 후에 변화가 없는 사람이 47.0%로 절반가량이며, 13.9%는 관계가 더 소원해졌다. 이와 비교하여 아버지에게 정체성을 밝힌 경우에는 관계가 더 돈독해진 사람은 10.2%로 더 적고, 말하기 전이나 후에 변화가 없는 사람이 56.2%로 더 많으며, 관계가 더 소원해진 사람은 14.7%로 비슷하다[5].

 

 

 

욕구조사.jpg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중 '커밍아웃과 커뮤니티'에 대한 내용

 

 

국내외 문헌들은 커밍아웃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주로 동성애자를 대상으로 연구했기 때문에 성소수자 전체를 아우르지는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첫째, 성적지향에 대한 적은 개방은 동성애 차별에 대한 경험과 가족에게 창피를 주는 경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정신건강에 대한 보호적 요인이 되기도 한다[2,6].

 

둘째, 동성애자 자신의 성적지향을 숨기는 것은 ‘과각성’ 상태와 관련된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고, 은폐와 밝혀짐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며, 성정체성에 대한 타인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이 감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신건강의 위험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2,6].

 

셋째, 커밍아웃을 하였으나 수용되지 않았을 때에는 정서적 어려움 뿐 아니라 경제적, 사회적 손해 및 처벌을 받거나 육체적, 언어적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8].

 

넷째, 동성애자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수용하고 내재화된 동성애혐오를 극복한 뒤에도 부정적인 사회의 태도가 동성애자의 심리적 적응에 영향을 미친다[7,10].

 

다섯째, 적극적인 대처를 많이 사용하는 집단이 회피 대처를 많이 사용하는 집단보다 심리사회적 적응이 높았다. 그러나 적극 대처는 나이 듦과 같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노력과 학습이 필요한 과정이며, 자신을 동성애자로 정체화한 이후에도 문제해결 대처는 심리사회적 적응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를 하였다[7,9,10].

 

여섯째, 성정체성에 대해서 부모나 가족의 수용하는 정도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며, 내재화된 동성애 혐오가 높을수록 가족, 이성애자 친구, 동료에게 커밍아웃 하는 경우가 적다고 한다[6,7,11].

 

그러나 연구들은 당사자들의 경험을 드러내었지만, 내 마음속에 수 만개의 방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한밤중에 내 안에서 우는 사람은 누구일까에 대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 커뮤니티에서 회자되고 있는 커밍아웃에 관한 여러 의견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믿음들 역시도 자신의 경험을 드러낼 뿐,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부족하다.

 

 

3. 나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수 세기 동안 마음은, 감정이나 기분 따위는 여자와 어린이에게나 어울리는, 연약함과 열등함의 상징이라 여겼다. 마음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과 사고방식은 투사와 부정에 기반을 둔 세계관을 구축했으며, 여러 가지 형태의 지배를 정상적이고 필연적인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기존의 패러다임은 새로운 환경에 맞지 않아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한다. 데니스 포슬은 저서에서 새로운 시대를 향해 새로운 가치관이 뿌리 내리고 있는 확실한 증거를 소개하며,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여 지구와 인류를 구하기 위해서, 마음-인본주의 심리학-을 이용할 것을 권한다[12].

 

마거릿 폴은 저서에서 우리의 내면은 성인자아, 내면아이, 고차원적인 자아로 구성되며, 성인자아가 내면아이와 단절되어 돌보지 못하면 그에 상응하는 결과가 뒤 따른다고 주장하였다. 성인자아가 내면아이를 돌보지 못하고 보호하려는 의도를 선택하면, 자신과 타인에 대해서 잘못된 믿음을 내면화하여 이런 잘못된 믿음이 마치 족쇄처럼 우리의 발목을 잡으며, 사랑을 얻기 위해서 끊임없이 자신을 희생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사랑할 수 없으며 타인과도 자유롭게 사랑을 주고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성인자아의 지성이나 이성을 이용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하지만, 진정한 해답이 자리하는 곳은 지성이나 이성이 아니다. 성인자아에게 후천적으로 배워서 습득한 지식은 있지만, 직관적이고 고차원적인 지혜는 없다. 그래서 우리 자신에 대한 온전한 진실을 찾기 위해서는 안으로는 내면아이에게, 밖으로는 고차원적인 힘으로 올라가야 한다고 하였다.

 

또 사랑받지 못하고 버려진 내면아이는 외로움을 느끼고, 고통과 공허함을 채우기 위해서, 1) 자신의 감정은 죽인 채 외부의 무언가로 자신을 채우는 방식 2) 다른 사람을 조종하기 위해서 노골적인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 3) 다른 사람을 조정하기 위해서 은밀한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 4) 다른 사람들이나 사회로부터 어떤 조종도 받지 않겠다며 저항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중독이나 의존행위에 빠진다고 주장한다.

 

자신을 방어하려는 이런 방법들이 고통, 두려움, 마음의 불편함을 없앨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며, 마음속의 불편함에서 무언가를 배우기보다는 그 감정 자체를 없애려는 의도를 가지는 한, 계속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한다[13].

 

 

 

퀴퍼(십년의 커밍아웃).jpg

▲영화 <십년의 커밍아웃> 중 한 장면

 

 

 

4. 한밤중에 내 안에서 우는 사람은 누구일까[13]?


주변 친구들과 내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지를 시작할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목까지 차오르는 벅찬 감정을 고백하고 싶을 때, 부모님이나 가족들이 나에 대해서 그들만의 기대를 할 때, 결혼과 손주에 대해서 강요를 할 때, 혼자서 쓸쓸히 살다 죽을까봐 부모님들께서 걱정을 할 때, 나는 커밍아웃의 욕구를 강하게 느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욕구의 시작은 나와 타인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거나 상대방의 비판적인 시각을 피하기 위해 회피하려고만 했을 뿐, 그 마음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제대로 부르거나 돌봐주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미안하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말을 하고 싶다.

 

“그 때 사람들이 너를 비웃은 건 네 잘못이 아니야! 그 때 널 돌보지 못해서 미안해.”
“이제라도 너를 느끼고 너와 대화를 시작할게.”
“과연 무엇이 나를 위한 사랑의 행동입니까.” 라고 말이다.

 

우리 사회의,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커밍아웃과 그 경험의 가치는 이제 20년을 조금 넘어섰다. 이십대였던 그들은 어느새 사십대 혹은 오십대에 들어서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커밍아웃은 변화 없이 의미를 주는 지점들과 새롭게 발견되는 지점들이 존재했을 것이다.

 

우리들 중 일부는 여전히 커밍아웃을 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커밍아웃 한 이후 주변사람들과 관계를 어떻게 이어나갈지 걱정을 하고,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또 커밍아웃이란 드러내기에 대해서 적극적 소극적 저항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비성소수자들의 역사는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삶에 투사되어 자신과 타인을 억압하고 지배하며, 지배와 복종이라는 세계관을 구축해왔다. 성소수자들의 커밍아웃은 투사와 자기부정을 극복하고 저항하는 행동이란 점에서 드러내기란 사전적 의미를 충분히 넘어설 잠재력을 가진다. 그러나 억압, 비난, 이상화 같은 모습으로 권력, 찬조, 통제, 조정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었던 관습을 유지한다면, 커밍아웃이 새로운 시대의 변화의 물결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은 보이지 않거나 좋지 않게 보일 것이다.

 

커밍아웃을 걱정하며 사적인 판단과 믿음을 보편적 사실로 내면화하기 전에, 우리 내면의 깊은 곳으로 내려가서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보자.

 

“과연 무엇이 나와 타인을 위한 사랑의 행동입니까”

 

 

 


 

참고문헌

 

 

 

 

1. Mohr, J.,& Fassinger, R.(2000). Measuring dimensions of lesbian and gay men. Measurement and Evaluation Counseling & Development, 33,66-90.

2. Gonsiorek, J.C(1988).Mental health issues of gay and lesbian adolescents. Jouranl of Adolescent Health Care,9(2), 114-122.

3. Wong, C., & Tang, C.S.(2004). Coning out experience and psychological distress of Chinese homosexual men in Hong Kong. Archives of Sexual 80- Behavior,33,149-157.

4. Wooden. W.S. Kawasaki, H., & Mayeda.R.(1983). Lifestyle and Identity maintenace among gay Japanese-Americal males. Alternative Lifestyle,5,236-243.

5. 나영정(2014).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발행,http://chingusai.net.

6. 박의주(2012). 남성 동성애자의 내재화된 동성애혐오와 심리적 안녕감 및 드러내기 간의 관계사회적 지지의 조절 효과

7. 박수현(2010). 동성애자의 소수자 스트레스와 대처 전략에 따른 심리사회적 적응의 차이

8. Elizur, Y. & Mintzer, A.(2001). A Framework For the Formation of Gay Male Identity: Processes Associated with Adult Attachment Style and Support From Family and Friends. Archives of Sexual Behavior,30(2),143-167.

9. 백정은유권 (2004). 기독 남성동성애자의 스트레스와 적응과정근거이론적 접근한국심리학회지상담 심리치료, 16,825-842.

10. Miranda, J., & Storms, M.(1989). Psychological adjustment of lesbian and gaymen. Journal of Counseling & Development,68,41-45.

11. 공성욱 (2002), 남성 동성애자와 남성 이성애자의 삶의 질과 정신건강 비교

12. 데니스 포슬 지음/이상춘 옮김(2011), 마음의 진화한문화멀티미디어.

13. 마거릿 폴 지음/정은아 옮김내면아이의 상처 치유하기소울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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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소수자가족모임 팀장  / 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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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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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 2014-11-29 오전 02:01

생각이 많아지게 하면서도 큰 위안이 되는 글이네요.
소개해주신 마거릿 폴의 이론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네요. 나중에 읽어볼까 해요.
재경이형, 좋은 글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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