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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내 인생의 퀴어영화 #17 <고스트 버스터즈>
2016-12-23 오후 15: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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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12월 

[에세이] 내 인생의 퀴어영화 #17 <고스트 버스터즈> 

 

게이도 스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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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도 스펙이다." 내 청춘을 이 회사에 갈아 넣은 것이 너무 억울해 적어도 근속 30년은 하고 나와야겠다는 맘을 먹고 만든 슬로건이다. 사실 이 결론에 이르게 된 여정의 시작은 늘 있던 어느 한 회식자리부터였다. 내년에 대리 진급을 앞두고 있으니 이제부터라도 내가 남들에 비해 나은 게 뭔지 생각해보라는 팀장님의 조언이 평온하던 내 일상에 돌을 던진 것이다. 그때부터 내가 어떤 인간인지 들여다 보고, 차별화를 두고 강점으로 키워 볼 만한 걸 찾아보았지만 계속 제자리걸음이었다. 왜냐면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게이와 이성애자가 다를까 하는 질문에 계속 헤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고스트버스터즈(2016)가 30년여 만에 리메이크된다는 소식을 접한 건. 심지어 주인공이 모두 여성으로 바뀌어서 말이다.

 

고스트버스터즈(2016)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고스트버스터즈' 4인방이 유령으로부터 세상을 구한다는 얘기다. 학교실험실에서 기생하는 초자연 현상 전문가 애비(멜리사 맥카시)와 무기개발자 홀츠먼(케이트 매키넌), 그리고 종신교수자리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물리학박사 에린(크리스틴 위그)는 어느 날 초자연적인 현상을 목격하게 되고 모든 것을 탈탈 털어 유령 퇴치 회사 '고스트버스터즈'를 세우게 된다. 거기에 따분한 일상을 보내던 뉴욕 토박이 지하철매표소 직원 패티(레슬리 존스)가 함께하게 되고 잘생긴 캐빈(크리스 헴스워스)가 비서로 4인방을 도우며 본격 유령퇴치에 나서게 된다.

 

재밌는 영화였다. 화려한 CG로 볼거리를 채웠고, 영화 'Spy(2015)'에 좋은 호흡을 보여주었던 폴 페이그와 멜리사 맥카시가 다시 감독과 주연으로 만난 작품이어서 그런지 지루할 틈 없이 재미로 꽉 찬 영화였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남성이 주인공이었던 원작을 보면 내 고민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어느새 부풀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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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고스트 버스터즈 리메이크(리부트)<위>와 고스트 버스터즈 원작<아래>의 주인공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반 다를 게 없다' 였다. 원작 고스트버스터즈(1984)에서는 초심리학을 연구하는 피터 벵크먼(빌 머리), 레이 스탠츠(댄 애크로이드), 이곤 스펭글러(해럴드 레이미스)가 고스트버스터즈를 세우게 되고 윈스턴 제드모어(어니 허드슨)가 합류해서 우여곡절 끝에 유령을 퇴치한다. 원작이든 리메이크든 여자든 남자든, 그들은 세상을 구했다. 고스트버스터즈 시리즈의 정수는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괴짜들이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된다는 카타르시스와 무서울 것 같았던 최종 보스가 귀여운 마시멜로 캐릭터라는 반전 매력에 있으므로, 주인공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사실 영화의 흐름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같은 내용의 두 영화의 바깥상황은 확연히 달랐다. 리메이크작은 손익분기점이었던 3억 불을 넘지 못한 2억 3천만 불에 머물렀다. 80년대 통틀어 가장 성공한 코미디 영화라고 평가받는 원작에 비하면 초라한 성적이었다.(원작은 3억만 불을 걷어 들이며 1984년에 개봉한 영화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익을 기록하였다) 물론 리메이크 영화가 억울할 게 있다면 영화 자체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인공이 여성으로 교체된 예고편 공개되면서부터 영화는 자신들의 추억을 망쳤다고 주장하는 원작의 팬들에게 뭇매를 맞아야 했고 영화가 개봉하면서는 성 대결로 이어졌다. 이 영화가 좋으면 '꼴페미', 싫으면 '여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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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버스터즈 흥행요소 : 마시멜로 형태의 악당<위> 그리고 내 사랑 헴스워스<아래>

 

 

 

여정은 새로운 국면에 직면했다. 같은지 다른지는 중요치 않게 된 것이다.

 

강점이라는 것은 어딘가에 존재한다기보단 어떻게 꾸미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남성 괴짜(Nerd) 캐릭터보단 희소성 있는 여성 괴짜(Nerd)가 관객에게 더 신선하게 다가갈 것이라고 어필하는 것이 유니콘의 뿔처럼 어딘가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여성만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 보단 설득력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게이만의 강점'을 찾기보다는 어떻게든 갖다 붙여서 내 효용가치로 설득하는 작업을 시작하는 것이 이 회사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한 방책이 될 것이다. '자소설'이라는 연금술을 터득해서 취업 시장을 뚫은 나이지 않은가? 게이도 스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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