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4월 |
|---|
[커버스토리 '문화운동' #4]
게이봉박두, 단편영화 30편과 함께 한 지난 5년의 역사

▲ <게이봉박두5 : 자유로운 연애중> 상영회, 2017.9.
영화라는 매체는 매우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 욕망과 듣고 싶어하는 욕망을 모두 가지고 있죠. 그 욕망을 위하여 여러 예술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 전달 받습니다. 그 중 영화는 매우 주관적인 시선을 통해 이야기 뿐만 아니라 동시에 화자의 생각과 욕망을 전달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떠한 영화를 이해하려면 능동적으로 화자의 욕망과 생각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를 제대로 본 거라 할 수 없게 되죠. 저는 그 과정 속에서 매우 큰 희열을 느꼈습니다.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내가 만든 가상의 세계 속 주인공의 마음에 잠시나마 공감한다는 것에 말이죠. 단지 그것만으로도 삶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이 경험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게이봉박두 워크숍을 진행하며 몇 가지 속임수를 쓰고 싶었습니다. 수강생들에게는 ‘영화만드는 거 별 거 아니다 매우 쉽다’, 관객에게는 ‘이 영화는 그냥 극장에서 흔히 보던 평범한 영화다’라고 말이죠. 결과적으로는 거짓말인지 아니면 현실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강생에게 거짓말 한 것임은 확실했었습니다. 영화 만드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죠. 아무튼 저 두 가지 속임수가 잘 통해야지만 수강생도 관객도 얻어가는 게 있을 것 같았습니다.

▲ <게이봉박두4 : 루머> 상영회, 2015.7.
“강사님한테 완전 속았어요. 처음에는 쉽다면서요”
일단 영화를 통해 제가 느꼈던 희열은 영화를 보여주는 단계까지 가야지만 느낄 수 있는 거였기에, 어떻게든 쉽게 시작하게 해서 완성까지 끌고 가야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제작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죠. 영화를 처음 만드는 수강생들에게 모든 것을 다 알려주고 시작하게 되면 분명 겁먹고 나가떨어질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과정을 알려주지 않고 진행했습니다. 시나리오를 쓸 때에는 장소 헌팅이나 배우 캐스팅에 대해서는 모르고, 촬영 때는 편집을 모르고, 편집 때는 상영을 모르고 진행하는 식이죠.
그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이야기 제작과정이었습니다. 약 4주에 걸쳐 이야기를 만들게 되는데, 그 과정 속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게 됩니다. 수강생들은 그 과정 속에서 마치 가상의 이야기인양 자신의 경험담과 생각을 풀어놓게 되는데요. 한풀이를 하는 것이죠. 그렇게 이야기를 풀다보면 서로의 반응을 통해 흥미로운 이야기가 무엇인지 스스로 자각하게 됩니다. 바로 그 시점에 진짜 가상의 이야기가 탄생하는 겁니다. 자신의 소재와 욕망이 담긴 가상의 이야기가 말이죠. 그것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남에게 보여주게 됩니다.

▲ <게이봉박두3 : Some> 상영회, 2014.9.
관객들이 게이봉박두를 경험하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는데요. 관객의 경험이 태도가 되어 감독에게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게이봉박두 상영회는 매번 매우 성대하게 열립니다. 말만 상영회지 일반적인 영화가 개봉하는 것과 거의 비슷하게 보여집니다. 완성도 높은 포스터, 200석 이상의 영화관, 주말상영, 전국 순회상영,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넷 예매. 그렇게 관객들은 평범한 주말 평범한 영화를 보듯 인터넷으로 예매하고 영화관을 찾아 영화를 관람하게 됩니다. 그러면 그들 앞에 수강생들이 감독으로 변신하여 관객과의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이죠. 물론 그 변신의 완성은 관객이 시켜주는 것입니다. 연출의도와 영화 속 궁금한 점을 물어보고 수강생은 거기에 답하며 점점 감독이 되어갑니다. 그렇게 감독은 자신의 분신과 같은 이야기를 선보이는 과정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게 됩니다.

▲ <게이봉박두2 : 세컨드 라이프> 상영회, 2013.11.16.
친구사이는 여러 사람으로 이루어진 단체입니다. 넓게 보면 단체 속 성소수자 모두가 주인인 모임이죠. 그런 모임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시작부터 많은 의견을 모아야 하기 때문이죠. 그래도 다행히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오래 전부터 진행되어오던 게이컬쳐스쿨 수업중 하나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문화의 힘은 곧바로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천천히 크게 나타나죠. 그렇게 바로 성과가 보이지 않는 프로젝트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문화사업 경험이 많은 친구사이였기 때문에 꾸준하게 진행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친구사이 계단을 올라갈까 말까 한참 고민했어요. 막상 용기 내 올라왔는데 제가 제일 처음 와서 아무도 없더라고요.” 게이봉박두 1기생 중 한 분의 첫 수업 시간 회상입니다. 그때 수업을 준비하던 저의 마음도 수강생과 많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한 영화제작 워크숍이 벌써 5회를 마쳤고, 2012년부터 시작한 워크숍을 통해 30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어내어 관객들에게 선보였습니다. 그 중 5명의 수강생은 퀴어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주는 5명의 감독이 생겼다는 것만 해도 큰 성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터넷에 얼굴공개요? 네, 상관없어요.”
그 동안 게이봉박두의 가장 큰 변화라면 수강생들의 태도입니다. 게이봉박두 1기 때부터 상영회 무대에 올라가 관객과의 대화를 하긴 했지만, 그 때는 관객분들에게 사진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거나 촬영을 하더라도 얼굴을 가리게 했죠. 5기 때 처음으로 수강생들에게 온라인에 공개될 인터뷰 영상을 제안했는데, 매우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사전 인터뷰 영상을 선보였습니다. 영화관에서의 사진 촬영과 공개도 자유로웠고요. 이런 변화는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그렇게 성소수자가 영화를 만들고 선보이는 일이 아무렇지 않게 된 셈입니다.
“진솔한 이야기를 담았다”, “자신들의 이야기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가볍게 표현하다니 신선하다”. 처음 게이봉박두를 선보였을 때 들었던 평가들은 강의를 준비하던 우리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 당시에만 해도 국내에서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히고 영화를 선보이는 감독은 손에 꼽을 시기였으니까요. 거기에 더해 이야기의 결이 지금껏 봐왔던 퀴어영화와 다르게 감독의 욕망을 온전히 담아낸 결과물이라 더욱 신선해 보였을 겁니다. 이제 그 다음의 퀴어영화의 단계는 어디이고 무엇일까 고민이 됩니다.

▲ <게이봉박두 : 전화기로 만든 나의 첫 영화> 상영회, 2012.9.27.
그렇다면 영화의 질은 매년 좋아지고 있을까? 수강생 개개인의 영화이기에 작년에 비해 올해의 영화가 좋아져야 한다는 평가기준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계속 변화하고는 있었습니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기술적 완성도입니다. 게이봉박두가 매년 영화관 상영을 하고 그 상영회를 본 성소수자가 수강생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반복되다보니, 관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점점 더 좋은 장비를 사용하고 실력있는 기술자가 참여하게 되면서 기술적 완성도는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대신 수강생의 부담은 많이 증가하여 점점 제작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되었죠. 게이봉박두 1기의 수업 제목은 ‘전화기로 만든 나의 첫 영화’로, 진짜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촬영하여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이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수강생들이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선보이는 과정이 좀 더 가벼워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 중입니다.
▲ 게이봉박두5 상영작 : 김민규 감독, <기울어진 여름> 트레일러
▲ 게이봉박두5 상영작 : 김상백 감독, <돌아가는 길> 트레일러
▲ 게이봉박두5 상영작 : 임형규 감독, <돔> 트레일러
게이봉박두가 퀴어 커뮤니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들의 이야기를 우리들이 직접 영화로 만들고 선보인다’, 이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 하나는 확실히 전달한 것 같습니다. 누구나 쉽게 창작하고 선보일 수 있고 그것을 통해 나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우리가 다양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올해 게이봉박두는 매년 그래왔듯 또 변화합니다. 지금까지의 게이봉박두는 이름 때문인지 몰라도 남성 성소수자의 참여 빈도가 높았습니다. 올해부터는 게이뿐만 아니라 다른 성소수자를 더 적극적으로 모집하고, 영화 제작과정과 선보이는 방법에 변화를 주려고 합니다. 특히 여러 변화 중 가장 큰 변화는 주강사의 교체가 아닐까 합니다. 올해 게이봉박두는 스마트하고 매력적인 강사님이 지도해주실 예정입니다. 기대되시죠? 저도 기대됩니다.
![]()
게이봉박두 1~5기 워크샵 강사 / 최영준
[185호][이달의 사진] 첫 번째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
2025년 11월 8일, 친구사이 RUN/OUT 팀과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와 합동 주최한 미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방의원 당선의 역정을 다룬 영화 <State of First>(2...
기간 : 11월
사무실 임대 재계약을 마치고 올해 11월은 여느 달 못지 않게 성소수자 인권 현장에서 행사가 많았습니다. 11월 1일 제주, 11월 22일 부산, 30일 광주에서 퀴어들...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0]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박한희·세레나 패널 후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0]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박한희·세레나 패널 후기 호명은 생각이 됩니다. 프레이밍 효과 ...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1]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참가자 후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1]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참가자 후기 * 본 행사는 하인리히 뵐 재단(동아시아 사무소), 서울국제...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2] 23년 무소속 6선 당선의 기적: 트랜스젠더 가미카와 아야 의원 인터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2] 23년 무소속 6선 당선의 기적: 트랜스젠더 가미카와 아야 의원 인터뷰 「23年無所属6選当選の奇跡」 日本初のトラ...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8] 《흘리는 연습》, 또 다른 용기의 시작.
[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8] 《흘리는 연습》, 또 다른 용기의 시작. 올해 2월 7일부터 16일 사이, 친구사이는 기획전《흘리는 연습》를 열었습니다. ‘...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1] 2025년 하반기 교육프로그램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 후기
[활동스케치 #1] 2025년 하반기 교육프로그램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 후기 어느새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11월 가을날, 친구사이 교육팀에...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TDoR) 집회 참여 후기
[활동스케치 #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TDoR) 집회 참여 후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 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은 매년 11월 20일, 전 세계 곳곳에...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3] 2025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대회 : 개연과 당연의 역동, 그리고 필연적인 변화
[활동스케치 #3] 2025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대회 : 개연과 당연의 역동, 그리고 필연적인 변화 매년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은 전국의 성소수자 인권...
기간 : 11월
[185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2 : 제10호 문집 발간 기념 낭독회 및 총회
[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2 : 제10호 문집 발간 기념 낭독회 및 총회 책읽당은 11월 한달 간 낭독회와 총회라는 두 가지 큰 행사를 치렀습니다. 11월 1일에는 책...
기간 : 11월
[185호][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52 : 정기공연, 그리고 그 이후
[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52 : 정기공연, 그리고 그 이후 1. 2025 지보이스 정기공연 : Why We Sing 2025 지보이스 정기공연 <Why We Sing>이 많은 분들의 성원...
기간 : 11월
[185호][기고] 온 시간대로 비추는 삶 —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배우자 관계의 통계적 인정을 지켜보며
2025년《아트인컬처》12월호에 「‘모두’의 결혼, 우리는 부부다 — 2025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부부 입력 허용, 미술계의 변화는?」라는 제목으...
기간 : 11월
친구사이 2025년 10월 재정보고 *10월 수입 후원금 정기/후원회비: 12,983,361 일시후원: 1,738,614 사업 지보이스: 3,550,000 재회의밤: 810,000 웰컴데이: 1,2...
기간 : 11월
친구사이 2025년 10월 후원보고 2025년 10월 정기후원: 655명 2025년 10월 신규가입: 15명 10월의 신규 정기 후원회원 강*구, 김*준, 김*훈, 김*준, 김*환, 박*...
기간 : 11월
[185호][알림] 2026년 대표 및 감사 선출 결과 공고
2026년 대표 및 감사 선출 결과 공고 일시: 2025년 11월 29일 오후 7시~8시 30분 장소: 서울 종로3가 낙원상가 5층 엔피오피아홀 (1) 2026년 감사 선거 (감사 2...
기간 : 11월
[185호][알림] 2025 친구사이 HIV/AIDS 문화의 밤 (12.5.)
2025 친구사이 HIV/AIDS 문화의 밤 친구사이는 매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자체적인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HIV감염인의 인권을 상징하는 빨강...
기간 : 11월
[184호][이달의 사진] 우리가 잘 노는 게 인권운동
2025년 11월 1일 토요일, 이태원 참사 이후 3년만의 할로윈이 돌아왔다. 참사 현장에는 추모의 뜻을 담은 포스트잇과 꽃들이 놓였다. 이태원로에는 종종 행인들...
기간 : 10월
10월 친구사이 : 웰컴!! 추석 명절과 개천절, 한글날 등 공휴일로 10일에 가까운 연휴로 시작했던 10월이었습니다. 친구사이는 ‘재회의밤’으로 그 1...
기간 : 10월
[184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7]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차해영·전후석 패널 후기
[184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7]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차해영·전후석 패널 후기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리 대단하...
기간 : 10월
[184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8]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참가자 후기
[184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8]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참가자 후기 친구사이는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을 찾아 나...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