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3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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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임] 문학상상, 문학 한 숟갈
: 당신은 어떤 믿음을 갖고있나요
- 김희재, 《탱크》
이번 문학상상 70번째 모임에서 읽은 책은 김희재 작가의 《탱크》입니다. 한겨레문학상 심사위원 만장일치 수상작이라는 이력이 책 선정에 한 몫을 하였습니다. 《탱크》는 장점과 단점이 뚜렷한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어째서 만장일치로 한겨레문학상 당선작으로 선정된 것일까요? 저는 어떠한 형태로든 대중성뿐만 아니라 예술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장강명 작가는 문학 관련 매거진 Axt 인터뷰에서 예술성을 가진 소설이란 주제, 인물, 사건, 배경, 문체 다섯 가지 요소 중 하나라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를 나타내며 탁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저도 여기에 동의하는 바이고, 이것을 관점으로 하여 《탱크》를 평가해 보고자 합니다.
《탱크》는 흡인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작가는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미래, 과거, 현재의 시간대를 뒤섞고 화자를 뒤바꿔가며 이야기에 역동성을 부여합니다. 사건에 관한 서술을 적절히 맺고 끊으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솜씨는 마치 노련한 일일드라마의 작가 같아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인물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결말로 나아갑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스웨터로 묘사하자면, 털실의 마감 처리가 좋지 못하거나, 어떤 부분은 억지로 실을 이은 듯한 곳도 보입니다. 예를 들면 묘사를 충실히 하지 못한 부분이 그렇습니다. 한 인물의 현재 상태를 묘사할 때 ‘무언가 알 수 없는 것이 빠져나갔다.’라는 부분은 서술이 충실히 이루어지지 않아 모호하다고 느껴집니다. 또한 느닷없는 대사가 있습니다. “뱀은 못 봤지만 오늘도 엄청 울었어요.” 라는 인물의 대사 이후 작중 서술에서 화자는 ‘이런 말을 왜 했는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부족한 대사의 개연성을 변명하는 진술 같아 몰입감을 떨어뜨리는 지점이었습니다.
또한 작가가 인물에 관해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 모습도 보입니다. 전남편에게 딸을 뺏긴 ‘도선’이라는 캐릭터의 주된 행동 동기는 성공하여 딸에게 자랑스러운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데, 작품 초반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던 도선은 작품이 진행되면서 점점 비중이 줄어들어 단지 둡둡-양우 이야기의 보조적인 인물로 전락하게 되고 결국 캐릭터 서사에 관한 마무리가 없습니다. 또 《탱크》의 세계관이 그리 탄탄하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탱크’에 관한 믿음에 경도된 인물들의 그럴듯하지 않은 행동과 대사들 때문에 충분히 이해와 납득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계속 이야기가 이어져 세계관이 금세 무너질거 같아 위태로워 보입니다.
《탱크》는 현 시대를 반영하며 기후 위기 같은 내용도 다루었지만 이 주제의 핵심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소비해버린 듯한 느낌입니다. 작가의 첫 작품이기 때문이었을까요? 작가는 자신이 평소에 생각하던 중요한 문제를 작품에 모두 녹여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던 것 같고 이것이 작품의 주제와 벗어나 있어서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점들 때문에 《탱크》의 문체, 인물, 사건, 배경은 그리 탄탄하지 않다고 느껴집니다.
《탱크》의 강점은 주제에서 나타난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소설은 결국 인간을 다루는 예술이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을 가장 잘 설명하는 보편성 있는 주제가 좋은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탱크》는 인간이 안간힘을 쓰며 살아갈 때 갖는 믿음을 여러 겹의 층위로 보여줍니다. 《탱크》의 인물들은 전부 믿음이 있습니다. 기복신앙적 믿음에 매달리는 《탱크》 속 대중, 종교적 믿음에 경도된 루벤과 황영경, 자신의 모습을 부모님께 인정받을 거라는 믿음을 가진 둡둡, 또한 ‘공통의 믿음’이란 키워드를 제시하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이뤄내기 위한 연대의 한 방법으로 제시하기도 합니다. 둡둡이 돌아올거라 믿는 양우와 강규산,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직장 내 철칙을 믿는 두수씨까지. 작품을 관류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분명 ‘믿음’이었고, 모든 주조연급의 등장인물은 ‘믿음’을 바탕으로 행동하고 발화합니다. 이 키워드를 모든 등장인물에게 적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독자 개개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소설 속에 삽입된 영화 《벤허》의 장면에서도 믿음을 바탕으로 인물들이 움직이는 모습은 서양, 동양, 현재, 과거 가릴 것 없이 믿음이 인간을 설명하는 주제인 것을 말해줍니다. 또한 이러한 주제는 기존 문단문학에서 잘 다루지 않던 새로운 주제라고도 느꼈습니다.
《탱크》를 읽으면서 자신은 어떤 믿음을 가지고 살고 있나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또한 그 믿음이 현재의 내 삶을 지탱하는 축이라는 것도 인정하게 됩니다. 《탱크》 속에 나타난 다양한 층위의 믿음들을 보며 자신의 상황에 적용해 보며 읽는 재미도 있을 것입니다. 흡인력의 대중성과 주제의 예술성을 갖춘 《탱크》를 읽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문학상상 / 조이
박재경
오랜만에 잘 읽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