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8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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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스케치 #1]
친구사이 30주년 기념식, 어땠어?
모두가 함께 만들었던 친구사이 30주년 기념식,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지난 1년여의 시간 동안 친구사이에서는 기념식을 어떻게 치룰지 고민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결국 300여명의 사람들이 자리를 빛내주시면서 기쁘게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식사는 괜찮으셨나요? 함께 해주신 여러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축사로 나서주신 김상백, 이진희 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감동적이고 뜻깊은 축사였어요. 1994년 뜨거웠던 단칸방 여름의 이야기부터, 장애여성들과의 문란한 연대를 주장하는 이야기까지. 단 한 줄도 빼먹을 수 없는 소중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상식에 나서주신 홍석천님, 각각 공로상을 받은 故 미리암 수녀님, 커뮤니티상을 받은 마음연결 팀 모두 축하드리고 감사합니다. 바쁜 와중에 공연해주신 지보이스, 그리고 책읽당 낭독을 맡아주신 황이, 플로우님께도 수고하셨다는 말씀 남깁니다.
특별히 30주년 회상 영상을 공개해달라는 이야기가 많았는데, 내부적으로 다시 한 번 논의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사실 조명이나 화면 송출이나 공간의 한계 때문에 연출할 수 없었던 것들이 있어 아쉬움이 없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프로그램들도 조금 더 타이트하게, 한편 여유롭게 진행하지 못했던 점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 스탭으로 참여해주신 22명의 친구사이 회원들과 함께 하면서, 이렇게 함께 일하고 가꾸어나가는 게 친구사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3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였지만, 그 자체로 앞으로의 30년을 본 것 같았어요.
“한국에도 동성애자 인권단체가 있어야 할 거 같아. 모여봐 같이 이야기해보자.” 30년 전 한 회원이 3명 남짓의 다른 남성 동성애자들에게 제안했던 친구사이 모임이 벌써 30년이 됐습니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게 뭐 어때서. 우리는 충분히 존엄한 사람이야. 우리에게도 인권이 있어. 우린 차별받지 않은 권리가 있어. 우리의 사랑도 온전한 사랑이야. 지금도 하는 이야기지만, 어쩌면 그 시절에는 더 많은 용기와 희생이 필요했을 거예요.
차별받지 않는 나라.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사회. 그런 날이 정말 올까? 처음엔 꿈같은 이야기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친구사이에 남은 오래된 기록들을 읽다보면, 다들 왠지 모를 자신감에 차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글과 사진들에는 투쟁에 대한 결기가 느껴집니다. 지금보다도 일상적인 차별과 고정관념이 훨씬 견고했을 시절, 친구사이 회원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고 더 과감해지기도 했습니다.
타고난 활동가들이 친구사이를 만들었기 때문일까요? 반대로 생각해봅니다. 지금의 친구사이는 타고난 활동가들이 이어가고 만들어가고 있을까? 그렇지 않습니다. 여전히 자신의 가족과 직장에 자신이 게이나 퀴어라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회원들이 대다수입니다. 자체적인 행사와 퍼레이드를 할 때 혹시라도 얼굴이 알려질까 긴장하며 노심초사하는 모습들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친구사이 공간에 나와 웃고 떠들고 합창하고 토론하며, 오늘의 30주년 기념식을 개최해낸 것입니다.
돌이켜보건대 친구사이는 특별한 사명을 가진 누군가의 용기와 희생으로 일구어진 단체가 아니었습니다. 평범하지만 끼 넘치던 서로에 대한 녹진한 우애와 사랑이 없었다면, 친구사이는 30년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30년, 우리가 서로에 대한 우애와 사랑을 나누는 일을 멈춘다면 이 단체 역시 이어지지 못할 것입니다. 어느 공간에서는 놀림거리였던 우리들의 끼와 우애와 사랑이 결국 우리의 위대한 유산이자 원동력입니다.
작년 헌법재판소에서 동성애를 형사처벌해 막지 않으면 군대에서 동성애가 창궐해 전투력이 무너진다고 주장한다는 요지로 군형법상 추행죄를 합헌 결정했습니다. 동성애가 창궐하다니 그 꿈 같은 세상 한 번 살아보고는 싶은데, 분명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닙니다. 우리가 퍼뜨릴 수 있는 건 동성애가 아니라 더 보편적인 돌봄과 연대의 가치입니다. 게이인 나, HIV 감염인인 나, 트랜스젠더인 나, 빈곤한 나, 취약한 나. 더 많은 ‘나’들이 서로 말 걸고, 다독이고, 격려하고, 웃음 짓고, 한 차례 쉬어갈 수 있는 친구사이가 되고자 합니다.
제도권에서 논쟁거리 취급을 받으며 괄시당해도, 우리는 끈질기게 우리의 우애와 사랑을 이어가고 확산하며 우리의 싸움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친구사이 30년, 함께 해주셨던, 그리고 함께 해주실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지금까 단체가 존속될 수 있도록 금전적인 지원에 힘써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성소수자가 부당한 차별과 혐오에 노출되지 않고, 마땅히 보장되어야 권리들이 쟁취되는 그날까지 친구사이는 회원들과 함께 계속 노력해나가겠습니다.
친구사이 상근활동가 / 기용
어머 오타
지금까지 마지막 문단 ^^
내용 좋으네